대부분 한인들의 장례식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검정 복장 일색에 분위기도 경건하고 엄숙하다. 하지만 캐나다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장례식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분위기부터 죽음을 슬퍼하는 우울한 자리라기보다는 고인의 생을 추억하고 기리는 ‘감동적인 시간’에 더 무게를 둔다. 형식보다는 내용이 우선이다. 근년 들어 설교 대신에 가족이나 친지들의 추억담으로 대신하고, 기도 대신에 시를 낭송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개개인의 삶이 다르듯이 생을 마감하는 자리 또한 같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캐나다나 미국사회의 경우 조의금과 조화에 대한 시각도 우리와 다르다. 조의금은 워낙 관례가 아니었고 조화를 보내는 일도 갈수록 줄어든다. 대신 부고에 흔히 ‘in lieu of flowers(꽃 대신에)’라는 구절과 함께 자선단체의 이름이 나온다. 추모의 뜻을 표시하고 싶다면 꽃 대신에 자선단체로 기부금을 보내달라는 부탁이다. 기부금을 보낼 때 ‘This donation is sent in memory of Mr. John King(이 기부금은 존 킹 씨를 추모하며 보내는 것입니다)’이라는 메모와 함께 동봉하도록 한다. 자선단체를 지정하지 않았다면 꽃을 보내도 상관없다.
장례식을 엄숙하게 거행하고 조의금을 주고받는 부조행위 자체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장례식은 나라마다 민족마다 전통과 관습이 다를 수 있다. 또한 부조금도 원래 상부상조하는 우리의 미풍양속에서 비롯된 것으로 특히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유가족들에겐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이제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중상류층이 바람직한 장례문화의 시범을 보일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최근 별세한 토론토 김복순(마리아) 할머니 유가족의 ‘조의금 기증’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장남 김성규씨 등 유족은 조문객들로부터 받은 조의금 중 일부를 한인양로원·아파트인 ‘무궁화의집’ 도서관 개설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자식들에게 독서를 강조한 모친의 뜻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유족들은 또한 나머지 조의금은 가톨릭교육청의 사회봉사기금 셰어라이프(Share Life)와 불우어린이후원회, 성인장애인공동체 등 한인자선단체들에게 기증했다. 본받을 만한 장례문화다.
그간 한인 부고 중에는 ‘축의금과 화환은 사양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있었고 부조금을 장학기금 등 공익사업에 내놓은 유족들도 많았다. 이런 장례문화가 한인사회에 확산된다면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지와 영원히 이별하는 장례식이 슬픔을 넘어 감동을 주는 자리로 변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인사회 모금운동 성공하려면
기부는 강요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모금목표를 달성해야 구호사업을 벌일 수 있는 단체의 경우에는 ‘강요’하고 싶은 때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목표달성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1년 내내 모금운동이 끊이질 않는 한인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캠페인을 벌인다는 것은 자선단체들의 영원한 숙제다.
최근 로열욕호텔에서 열린 중국커뮤니티의 연례 모금행사는 한인자선단체들이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중국문화센터는 모금목표 달성을 위해 커뮤니티에 일방적으로 동참을 호소하는 우리와는 달리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무난히 ‘하룻밤 30만 불 고지’를 점령했다. 모금공동위원장으로 일본계 유명인사를 내세우고, 중국본토에서 남자 가수를 초청하고, 비싼 롤렉스시계 등을 경매품으로 내놓는 등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동원한 덕이다. 돈만 내놓기를 바라는 우리와 달리 돈을 써도 아깝지 않은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물론 중국커뮤니티는 인구가 우리보다 10배 이상 많고 경제규모도 비교대상이 되지 않지만 모금운동을 축제에 버금가는 이벤트로 만드는 발상은 배울 만하다고 본다.
흔히 모금운동의 성패는 모금 취지와 투명성에 달렸렸렸다고 한다. ‘일본 돕기’나 아이티 구호운동에서 보듯 캠페인의 취지가 합당하면 한인들은 어느 민족보다 먼저 지갑을 열어 ‘거액’을 내놓는다. 때문에 자선단체들은 저조한 실적을 커뮤니티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 모금운동 후 결산보고를 공개하는 것도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증자에 감사마음을 표시하는 것이다. 모금운동을 벌일 때는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다가 모금이 끝난 후 감사편지 한 장 없다면 기증자의 마음은 어떨까. 기증자가 천사가 아닌 이상 기부는 ‘기브 앤드 테이크’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부를 하면 나라가 세금을 깎아주듯 자선단체들은 기부자 이름을 내세우는 등 특혜를 줘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더 기분 좋게 기부할 게 아닌가.
한인사회의 나눔 운동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부자에게 적극적으로 감사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하며, 다양한 모금방법도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