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동물계에서 진화가 가장 앞선 생명체라면 식물계에서는 단연 난초가 그렇다. 생물학자들은 난초가 다른 식물보다 뛰어난 생존력을 터득 번성한 생명체라고 본다.
난초는 1억년 전에 태어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살아왔다. 1억년 전이면 공룡의 전성시대로 거의모든 식물은 지금같은 딱딱한 나무가 아니라 연한 고사리과 식물이 뿌리로 번식하던 시대였다. 그속에서 난초는 홀로 속씨식물로 태어났다. 속씨식물이란 암술과 수술의 꽃가루가 결합하여 씨를 가지며 이렇게 만든 씨를 흘려 번식하는 방식의 식물을 말한다. 속씨식물은 뿌리번식보다 멀리 번식시키는 진보된 생존방법이다.
이러한 생식기관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우선 꽃가루를 보호하기 위한 꽃잎이 있어야 하고 꽃가루를 옮길 곤충을 유혹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수행 하기위해서는 당연히 꽃이 있어야 했다.
따라서 식물계에서 꽃은 엄청난 진화를 의미한다. 아직 어느 식물이 최초로 꽃을 피웠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난초는 1억년 전에 이미 꽃을 피워 곤충을 유혹했다.
이렇게 오랜 세월 진화한 난초는 강인한 체질을 가져 흙과 습도만 있으면 뿌리를 내려 난초는 남극과 북극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자라며 현재까지 약 2만5천 종류가 발견됐다. 단일 종種의 생명체가 그만한 종류를 갖는 것은 난초가 유일하다. 흔히 난을 동양란, 서양란으로 구분하여 부르는데 이는 관상을 즐기는 애호가들의 구분에 의했을 뿐이다.
난의 90%는 야생으로 대부분 열대지방에 있다. 어떤 것은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외도행각을 지금도 계속해서 생물학자들을 놀라게 한다.
동남아시아에 산재한 크리프 토스티리스(Cryp tostylis)라는 야생난은 원시 난초로 벌의먼 조상인 액셀사(Lissopimpla excelsa)란 원시元始 벌과 1억년 이상 사랑하는 관계를 유지하고있다. 곤충학자들은 액셀사 암컷이 수컷의 정자를 받지 않고도 배란하는 것을 기이하게 여겨 연구한 결과 암컷은 신체구조상 스스로 배란이 가능함을 발견했다. 곧, 곤충학자들은 수컷이 분명히 주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암컷은 혼자 배란하는 신체구조를 가졌는지를 연구했다.
특이한 사실은 수컷과 암컷의 교미행위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번에 수컷을 집중 연구해보니 수컷은 한결같이 외도를 하고 있었다. 상대는 다름아닌 크리프 토스티리스 난초 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수컷은 난초 꽃에 붙어 놀다가 사정射精을 하고 만다. 이러한 애정 행각이 이루워지는 동안 난초는 수컷에 꽃가루을 흠뻑 묻혀준다.
결국 이러한 관계가 지속되자 소박을 맞은 암컷 벌은 자구책으로 스스로 배란을 하게 진화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1억년전 원시 난이 처음 꽃을 피웠을 때 꿀을 수집하러 다니는 꿀벌은 없었다. 원시 난초가 원시벌을 유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같은 ‘특별관계’ 밖에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외에도 열대지방은 육식을 선호하는 난초들이 많이 열대지방에 서식하는데 그중 어떤것은 척박한 땅에 살거나 나무에 기생해서 살고있기 때문에 한결같이 영양섭취가 부족해 이를 곤충을 잡아 먹어서 보충한다.
이들은 꽃 이외에 물주머니를 가졌는데 작은것은 길이가 1cm 미만, 큰 것은 3 리터 물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주머니 속에는 물이 약 1/4정도 있으며 이 물은 보통 빗물이 아니고 여러 가지 화학 성분이 섞여 있어 일단 빠진 곤충이 움직일수록 조여드는 기능이 있다. 이뿐 아니라 죽은 곤충을 썩히는 효소가 들어있다.
이렇게해서 곤충의 사체가 발효되면 줄기에서 빨아들여 영양을 보충한다. 물론 물주머니는 곤충이 선호하는 냄새를 피워 유혹한다. 일단 곤충의 날개가 주머니에 빠져 젖으면 날 수가 없으며 주머니 안쪽 벽은 특수한 왁스로 코팅되어 있어 기어나올 수도 없다.
이와 같이 난초는 최초로 꽃을 탄생시켜 새로운 세상을 전개했으며 모진 고난을 이겨낸 생명체라 할 수 있다. 그 신비성과 기품을 일찌감치 음미한 동양인들은 난초를 사군자로 선정하여 각별히 대우하는데 이것은 우연한 일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