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미국에서 사상초유의 메가 기업인수사건이 일어났다. 투자금융회사인 KKR(Kohlberg, Kravis & Roberts)이 유명 식품브랜드인 RJR Nabisco사(Oreo cookie, Del Monte, Ritz cracker 등 제조)를 무려 310억불(약 37조 원)에 매입한 것이다. 37조원 가치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정작 인수자인 KKR의 직접투자자본은  불과 15억불(1조8천억 원)도 되지 않았다. 즉 대부분의 인수자금은 다른 사람의 돈이었던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이러한 자금을 OPM(Other People’s Mone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유명한 사건은 ‘Barbarians at the Gate’라는 책으로 뉴욕타임스에 의해 출판되고 후에 제임스 가너가 주연한 영화로 개봉되기까지 했다. 기업금융에서 이러한 인수방법을 ‘레버리지 혹은 부채인수(Leveraged Buyout; LBO) 방식’이라고 부른다.

 일반인으로서는 평생에 가장 큰 부채를 얻는 경우가 아마도 주택모기지일 것이다. 흔히 주택모기지를 얻을 때 부채비율이라고 부르는 LTV(Loan-to-Value)라는 용어에 독자들은 이미 익숙하리라 생각한다. 이런 부채비율을 KKR의 나비스코 인수 예에 적용하면 무려 96%라는 경이로운 숫자가 나온다. 일반인들이 은행에서 받는 주택모기지의 경우 85% LTV를 받기도 어렵고 상업모기지일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 60% 받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것도 담보가 부동산이라는 ‘건전한’ 물건으로 확실히 존재하는 경우다.

barbarians.jpg KKR의 나비스코 인수 시 담보로 제공될 수 있는 부동산 등 소위 담보가능 유형자산(Tangible Asset)은 불과 16조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즉 나머지 20조원은 담보가 없는 부채였다. 우리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 규모다. 독자들은 그런 막대한 자금을 담보도 없이 빌려준 은행이나 투자기관을 아마 “바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을 담보 없이 빌려준 투자금융기관의 직원들은 대부분 하버드대 등 소위 명문아이비리그대학 MBA출신들이다. 4% 정도 밖에 되지 않은 본인부담자본, 인수자금의 약 45% 남짓한 선순위담보대출(Senior Secured Loan: 독자들은 이를 모기지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면 편하게 이해할 수 있다)로 어떻게 50%가 넘는 인수자금 공백을 채웠을까?

 결론은 이를 전부 후순위채권, 무담보 우선주, 정크본드(Junk Bond) 등 담보가 아예 없거나 혹은 후순위담보만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담보는 없지만 나비스코라는 역사가 오래되고 업계 1위를 고수하는 히트상품을 가지고 있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이는 기업을 이들은 주시하고 목표가 된 나비스코의 사업현금흐름으로 충분한 이자와 원금상환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해 자금을 빌려준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자금대여는 1차 공여기관이 그대로 떠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증권화하여 결국에는 보험회사와 일반인에게까지 팔려나가기도 한다. 즉 자기자본(Equity)과 담보대출 가능금액(모기지 가능금액으로 이해하면 된다)을 합한 액수와 인수금액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방법으로 메자닌(Mezzanine) 파이낸싱이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혹은 회사)이 B라는 플라스틱 사출회사를 인수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회사는 설립된 지 20년이 넘고 최근 5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연 평균 현금흐름(Cash Flow) 100만 달러이고 회사가 소유한 부동산 평가금액이 500만 달러라고 가정해보자. B사의 주주는 부동산 인수대금 500만 달러 외 사업인수 가치로 3년치 현금흐름인 300만 달러 즉 총 인수대금 800만 달러를 요구한다고 가정하자. 인수자인 A는 자기자본이 200만 달러 밖에 없다고 하자. 인수를 위해 A는 은행에 부동산담보부 모기지를 신청했는데 은행에서는 평가금액 500만 달러의 60%인 300만 달러까지 모기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통보하였다고 가정하자. 부동산 인수대금에서 200만 달러가 부족하고 사업가치(권리금이라고 해도 된다) 300만 달러를 합치면 총 500만 달러가 되는데 이 중 투자자본 200만 달러를 빼면 아직도 300만 달러가 부족하다. 전통적인 모기지 대출로 접근하면 은행은 부동산 평가금액에서 LTV를 적용해 최대 모기지금액 만큼 대출해준다. 즉 권리금이나 기타 인수대금은 가치평가에 아예 들어가지도 않는다. 이러한 은행의 모기지 대출관행은 사업인수 혹은 합병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지 못하며 이로 인해 좋은 사업체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여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본다.

 한 회사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자산이 있고 자산은 결국 자본과 부채의 합으로 이루어진다. 앞의 예에서 A가 부동산 모기지 만으로 부채를 얻어 B를 인수하고자 한다면 부동산모기지 300만 달러, 본인 자본금 500만 달러가 되어야 한다. 자본과 부채 사이에서 하이브리드(hybrid)한 역할을 하는 자금 즉 메자닌 캐피탈(Mezzanine Capital)은 자본도 아니고 부채도 아닌 중간형태로 존재하는 자본을 말한다. 이러한 메자닌 캐피탈은 앞서 KKR의 나비스코 인수 건에서 보다시피 매우 중요한 인수금융(Acquisition Capital)역할을 한다. 또한 비단 인수 목적뿐만 아니라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적 지출이 필요한 경우에도 사용되는데 이를 Growth Capital이라고 부른다. 기존 부동산은 대부분 모기지로 잡혀 있어 추가담보가 부족한 경우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무담보로 조달하는 성장자본을 Growth Capital이라고 한다.

 이제 독자들도 단순한 모기지 대출방식에서 벗어나 사업현금흐름을 바탕으로 LTV를 늘이는 Stretched Senior Loan 및 메자닌 캐피탈, Growth Capital을 생각해보면 비즈니스의 차원과 기회창출 규모가 달라질 것이다. 세상에는 부동산 담보대출만을 하는 보수적인 시중은행도 있지만 메자닌 캐피탈을 제공하는 Non Bank Investment Company, Private Equity Company 등도 있다는 것을 유념하자. 과거 IMF 시 한국의 알짜배기 기업들을 인수한 론스타, 카일라일, AIG GIC, 골드만삭스 등도 이런 사업을 벌이는 Private Equity나 투자은행들이다. 기업/상업금융에서는 LTV, TDS는 존재하지 않으며 DSCR(Debt Service Cover Ratio)가 가장 중요한 심사요건이 된다. 콘도 등 부동산개발 사업에는 반드시 메자닌 캐피탈과 브릿지 론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잘 응용하면 인수자금규모를 늘려 줌으로써 더 좋고 더 큰 비즈니스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해주며 성장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기업은 담보부족 시에도 자금을 공급 받을 수 있을 것이다. Mezzanine은 원래 1층과 2층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층을 말하는 것으로 자본과 부채 사이에 존재하는 하이브리드 자본구조형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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