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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천만년 전 지구는 쥬라기(Jurassic) 공룡 전성기였다. 공룡이 전 대륙을 지배했을 때 대륙은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였으나 이 시점을 기해 남과 북으로 나누어졌다. 남쪽은 지금의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인도 그리고 호주와 남극이 한데 뭉쳐 떨어져나갔다. 이를 곤드와나(Gondwana) 대륙이라 한다. 그후 아프리카대륙과 남미대륙은 둘로 갈라져 동, 서쪽으로 이동했고 다시 인도대륙은 아프리카에서 분리돼 북반부 유라시아대륙에 붙어버렸다. 하지만 호주대륙과 남극대륙은 남하하면서 갈라져 남극대륙은 최남단으로 이동하고 호주대륙은 기온이 따뜻한 지금의 위치에 정착하게 되었다.

이렇게 호주대륙이 홀로되기는 약 8천만 년 전부터이고 이곳에 머물러 살던 공룡들도 65백만년 전 혜성충돌로 지구대기가 독가스로 변질돼 멸종하고 만다. 16천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했던 막강한 공룡이 호주대륙에서 사라지고 지구는 170만년 동안 정막이 흐르는 암흑세계가 됐다. 역설적으로 이 암흑시대가 새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준비기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대기가 평온을 되찾자 이번에는 한 단계 진화한 생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식물은 뿌리번식이 아닌 꽃가루를 통해 더 멀리 번식하게 됐고, 동물은 알 대신 새끼를 직접 출산해 젖을 먹이는 포유동물이 번창하기 시작했다. 신기한 사실은 8천만 년 전부터 홀로 동떨어진 호주대륙의 생명체들은 진화과정이 전혀 달라 생물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어왔다.

어떤 차이가 있는가하면 우선 북쪽대륙은 동식물의 종()이 다양하게 분류되어 생존경쟁이 치열했으며 결국 공격성을 가진 맹수가 나타났다. 식물 또한 자기보호를 위해 두꺼운 껍질로 변신하게 된다. 이에 반해 호주대륙은 약육강식법칙이 덜해 맹수로 변신한 동물이 거의 없다. 지금은 멸종된 고양이과에 속하는 표범과 호랑이가 있었으나 크기가 개()만했으며, 주 먹이인 캥거루가 시속 50km로 질주할 수 있게 진화해 표범은 약 3만년 전에 멸종했고, 극소수의 호랑이가 100여년 전까지 생존했지만 이 또한 사라졌다. 다시 말해 호주대륙의 맹수들은 진화에 실패한 것이다.

이같이 호주에는 무서운 맹수가 없었기 때문에 캥거루나 코알라 같은 온순한 포유동물이 대부분이고 식물 역시 공룡시대에 서식했던 고사리과 식물이 주를 이룬다. 지금 호주에 있는 소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등은 모두 17세기 이후 인간에 의해 옮겨진 식물이며 쥐, 토끼, , 고양이 같은 동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돼지나 닭, 들개(딩고)는 약 3만년 전 원주민이 인도네시아에서 이주했을 때 같이 건너온 동물들이다.

이렇게 타지에서 건너간 동물들은 신체기관이 많이 차이가 난다. 즉 대부분의 호주 포유동물은 진화가 늦어 6천만년 전 파충류에서 젖먹이동물로 전환하는 초기단계의 모습을 지금까지 지니고 있다. 가장 초기 진화단계에 있는 동물로 개미와 지렁이를 잡아먹고 사는 이키드나(echidna: 가시두더지)를 들 수 있다. 몸무게가 6kg 정도로 파충류처럼 알을 낳는데 10일 정도 알을 품어 부화시킨 후 배에 있는 주머니로 옮겨 젖을 먹여 키운다. 이 단계에서 좀 더 진화한 동물이 바로 캥거루와 코알라로 알 대신 자궁 안에서 2주 정도 배양시켜 유충만한 새끼가 밖으로 기어 나와 스스로 아기주머니까지 기어들어가 주머니 속의 젖을 먹으며 자란다. 이런 현상은 생물학자들이 타임캡슐을 타고 지금부터 약 6천만년 전 포유동물의 생태계를 직접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6천만년 전 지구상에 맹수는 없었다.

그후 육식하는 맹수가 나타난바 소, , 양 같은 동물은 항상 맹수를 경계해야하기 때문에 급히 풀을 뜯어 삼키고 나중에 되새김질하도록 진화되었다. 하지만 호주의 초식동물인 캥거루는 되새김질하지 않는다. 같은 초식동물이지만 풀을 소화시키는 소화기관 내의 미생물이 다르다. 즉 소와 말의 소화기관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는 메탄가스를 배출하지만 캥거루의 박테리아는 메탄가스를 만들지 않는다.

이 점을 생물학자들은 중시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육식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육되는 소가 12억 마리에 달해 이들 소가 뿜어내는 메탄가스가 자동차 다음으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0년 전부터 캥거루의 소화기관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를 소에 옮겨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매번 실패로 끝났다. 소화기관내의 효소를 생산해 똑같은 풀을 삭이는 미생물마저도 수천만년동안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 적응이 안 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이같이 호주대륙은 또 다른 생명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알림: 필자는 328() 오후 2시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센터에서 이재락 박사의 후원으로 과학강의를 하는바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석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