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주로 경상수지에 의해 결정
단기등락은 투기성 자본이 좌우
‘경상수지 흑자’ 한국 돈가치 왜 급락?
국내유입 해외자본 〈 국외유출 해외자본

환율은 한나라의 화폐가치를 다른 나라의 화폐단위로 표시한 가격이다. 모든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결정된다. 환율의 결정도 물론 이 원칙을 따른다. 자본시장이 잘 발달돼 있고 개방된 나라의 환율은 국제외환시장에서 그 나라 통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의해 시시각각 변한다. 물론 중앙은행이 시장개입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으나 시장개입이 환율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다. 중국과 같이 자본시장이 후진적이고 개방이 비교적 늦은 나라는 정부가 환율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그만큼 크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은 시장개입을 통한 환율조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국의 외환보유고에 비해 국제외환시장의 규모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한국 경상수지

한나라의 통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입 및 자본이동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과 미국의 경우를 보자. 한국의 대미수출은 원화에 대한 수요 또는 미화의 공급을 유발하고, 한국의 대미수입은 미화에 대한 수요 또는 원화의 공급을 초래한다. 수출은 자동차나 반도체 같은 상품의 수출일 수도 있고, 여행(미국인의 한국방문)이나 투자수익(한국인의 대미투자 수익) 같은 서비스의 수출일 수도 있다. 수입도 상품의 수입일 수가 있고 서비스의 수입일 수도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입으로 발생하는 모든 수입과 지출을 합산한것을 경상수지라 한다. 수출액이 수입액을 초과하면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고, 반대이면 경상수지 적자다. 한국은 작년 가을 금융위기가 오기 전까지 대미교역에 있어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 왔다. 이는 상품수지의 흑자가 서비스 수지의 적자를 상쇄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수입액이 급증함에 따라 상품수지가 악화,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들더니 연말경에는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수출이 급락해 경상수지가 한때 적자로 반전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수개월 동안 원자재가격 하락과 불황에 따른 수입의 더 큰 감소에 따라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전환, 올 한해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대한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외환시장에서 원화에 대한 수요 증가 또는 미화공급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는 원화의 대미화 가치 상승을 뜻한다. 그런데 왜 환율이 올라가고(원화가치 하락) 있는가? 경상수지를 상쇄하고도 남는 자본수지 적자 때문이다.

자본수지와 원화가치

자본수지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 또는 생산설비에 대한 직접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자본의 유출입을 합산한 것이다. 해외자본이 한국에 새로이 투자되는 액수가 국내자본이 해외투자를 위해 유출되는 액수를 초과하면 자본수지의 흑자를 유발한다. 반면 국내에 투자되었던 해외자본이 빠져 나가거나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활발해 국내에서 빠져나가는 액수가 국내로 들어오는 액수를 능가하면 자본수지 적자가 된다. 현재의 원화가치 폭락은 한국의 국제수지 중에서 자본수지 적자가 소액의 경상수지 흑자를 훨씬 능가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외환시장에서 일국의 통화에 대한 수요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출 또는 해외기업의 국내 생산시설에 대한 직접투자 같은 실수요를 반영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환율변동을 이용해 단기 거래이익을 추구하려는 투기적인 자본이동에 기인하기도 한다. 특히 외환시장이 불안한 경우, 투기성 자본이동이 환율등락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캐나다달러 약세 이유

근래 미화는 원화 뿐 아니라 모든 주요국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다. 이유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금융위기 여파로 각종 금융자산의 위험도가 상승, 전 세계투자자들은 그래도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미국국채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신용도가 아직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게 평가되는 이유다.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되었으나 그 여파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보다 다른 나라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도 미화의 상대적인 강세를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건전한 금융제도를 유지하며 국가재정도 가장 건전하다고 보지만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폭락은 캐나다의 경상수지를 1999년 이래 처음으로 적자로 만들어 놓아 캐나다달러를 휘청거리게 한다. 온타리오에 집중돼 있는 자동차산업이 경제불황의 타격을 크게 받을 것이라는 인식도 캐나다달러의 약세를 부추긴다. 이런 국제정세의 변화는 자본이동에 영향을 주어 환율에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환율의 장기적인 추세는 주로 경상수지에 의해 결정되지만 단기적인 등락은 자본수지의 변동, 특히 단기자본 이동에 의해 결정된다. 단기자본 이동은 현재의 경상수지 보다는 앞으로의 경상수지 전망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루니·미화환율 전망

그러면 향후 전망은 어떤가? 금융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세계투자자들의 미화표시 유가증권에 대한 선호는 계속될 것이다. 최근 동구 여러 나라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여기에 많은 대출을 했던 서구은행들마저 추가구제금융 대상이 될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미화 강세를 더욱 부추긴다.

캐나다달러 약세는 원자재가격 반등의 기대감이 형성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원자재가격은 경기회복의 기대감과 직결되기 때문에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징조가 보이기 시작하면 원자재가격은 올라가기 시작할 것이고 캐나다달러도 강세를 회복할 것이다. 이는 빠르면 수개월 이내, 늦어도 연말 이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캐나다달러의 회복시점과 속도는 국제원자재가격을 결정하게 될 세계경제 회복시점 및 속도와 맞물려 있다. 한국의 원화도 경상수지 흑자가 정착되고 남북 간의 긴장이 어느 정도 풀리면 세계경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됨에 따라 조만간 강세로 반전될 것이다. 세계금융위기가 더 악화하지 않는 한 이 또한 머지않은 장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현재 미화의 초강세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의한 기현상으로 금융위기가 진정됨에 따라 서서히 또는 생각보다 빨리 누그러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원화를 포함한 각국 통화는 머지않아 대미화 가치를 회복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경제의 안정이 미화 약세와 상대국 통화의 강세를 불러올 것이란 점이다. 이유는 세계금융시장의 안정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갔던 미화의 가치를 보다 정상적인 수준으로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부언하고 싶은 것은 환율의 결정에는 경제적인 요소 외에도 예측하기 힘든 비경제적인 요소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환율을 예측하는 것은 적지 않은 위험을 수반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