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크라이슬러, 노텔 등 몇 년 전만 해도 국내경제를 주름잡았던 대기업들이 최근 금융위기로 모두 파산했다. 이로 인해 이들 회사에서 평생 일한 사람들의 연금이 크게 훼손됐다. 이젠 아무리 튼튼한 기업이라 해도 회사연금의 안전성을 완전 보장할 수 없게 됐다. 다행히 아직까지 공공부문(연방·주정부 공무원과 교육공무원 및 병원근로자 등)의 연금은 안전해 보인다. 노인연금이나 캐나다연금(CPP) 같은 정부주관 연금은 물론 가장 안전하다고 볼 수 있지만 언제까지 현 수준을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출산율은 떨어져 인구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재원마련을 위한 세금인상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각종 민간부문 연금형태와 안전성에 대해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은퇴자들에게는 정부연금보다는 직장연금 의존도가 훨씬 더 높다. 회사가 문을 닫지 않는 한 직장연금이 은퇴 후 수입의 주축을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영업을 했던 사람들은 RRIF(Registered Retirement Income Fund: 연금계좌)가 직장연금을 대신한다. 그러나 최근의 금융위기는 직장연금과 RRIF의 불안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주식폭락으로 직장연금과 RRIF가 치명타를 입었다.

우선 직장연금을 보자. 직장연금은 크게 기정혜택플랜(Defined Benefits Plan)과 기정불입플랜(Defined Contributions Plan) 두 가지가 있다. 기정혜택플랜은 직장근무기간 중 3~5년의 최고 평균연봉을 일정비율(보통 2%)로 곱한 뒤, 이를 다시 근무연수로 곱한 액수를 은퇴 후 평생연금으로 지급한다. 예를 들어 35년 근무했다면 은퇴 직전 평균연봉의 약 70%(35X 2%)를 평생연금으로 준다. 근무기간 중 연봉의 일정률을 연금펀드에 불입하며, 회사도 이와 비슷한 액수를 펀드에 보탠다. 만약 증권시장이 폭락, 연금펀드에 손실이 생기면 회사는 회사 측의 불입액을 늘려 펀드를 항상 건실하게 유지시킬 의무가 있다. 회사는 주정부의 감독기관(Pension Commission of Ontario)에 펀드의 재정상태를 주기적으로 보고, 펀드가 기정혜택을 부담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때문에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이 플랜은 가장 안전한 연금플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정혜택플랜은 회사에 불리하게 짜여졌기 때문에 기업들이 요즘에는 기피하며 자기들에게 보다 유리한 기정불입플랜을 선호한다. 이 플랜은 회사와 직원측이 각각 연봉의 일정률을 연금펀드에 불입하며, 고용된 펀드관리회사가 이를 운용한다. 은퇴 후의 연금혜택은 펀드가 얼마나 잘 관리·운용되느냐에 달려있다. 펀드가치가 올라가면 연금액수가 올라가고, 펀드가치가 내려가면 연금액도 줄어든다. 회사는 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 연금으로서는 아주 불안정한 형태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은 이 플랜 대신 직원들의 RRSP(Registered Retirement Savings Plan: 은퇴저축) 계좌에 연봉의 일정률에 해당되는 금액을 보조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직장연금플랜이 없는 사람들은 RRSP가 주된 은퇴 수입원이다. 직장연금플랜이 있지만 그 수준이 후하지 못한 경우에도 RRSP 불입이 허용된다. 그러나 허용액이 제한돼 있다. RRSP는 71세가 되는 해 말까지 RRIF로 전환해야 한다. 72세부터 RRIF 펀드가치의 일정률 이상을 매년 연금으로 인출해야 한다. 이 최저 인출률은 본인 또는 배우자나이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매년 올라간다(젊은 배우자의 나이를 적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많은 사람들이 RRSP나 RRIF를 뮤추얼펀드에 투자하기 때문에 72세가 되는 해 바로 전후의 증시상황이 연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시가 계속 상승하면 문제되지 않지만 하락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만약 72세가 되기 직전에 증시가 폭락하면 가치가 크게 떨어진 펀드의 일정률을 매년 인출해야 하기 때문에 연금액수도 뚝 떨어진다. 평생 저축한 은퇴자금의 대부분을 하루아침에 날릴 수 있다. 물론 RRSP나 RRIF를 은행정기예금에 넣어두면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요즘처럼 이자율이 아주 낮으면 원금의 증식을 거의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