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쪽에서 인간을 보면 인간은 자연을 훼손시키는 병충해 같은 존재지만 인간입장에서 자연은 어머니 품과 같은 삶의 터전이다. 마찬가지로 병균은 우리 신체에 침투해 해를 입히지만 병균입장에서 인체는 삶의 터전이다. 특히 감기, 홍역, 수두, 루마티스 같은 병균은 인간세포에서만 자기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침투를 감행한다. 침투된 병균은 곧바로 세포질을 섭취하거나 증식하기 시작, 신체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목숨까지 앗아간다. 

 따라서 신체도 침입한 병균에 대해 스스로 방위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를 면역이라 한다. 구체적으로 병균과 싸우는 ‘전투병세포’를 골수에서 만들어 흉선(胸線: 척추동물에서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선)이란 훈련소에서 전투교육을 시킨 후 림프선을 통해 전신에 배치한다. 대부분의 백혈구가 이에 속하는데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항체(抗體)라는 효소다. 항체를 발사해도 병균이 죽지 않으면 직접 병균을 껴안고 같이 죽는 희생정신도 있다. 이런 전투를 통해 면역기관은 적의 성격을 면밀히 파악해놓았다가 재침입하면 단숨에 격퇴시킨다.  예를 들어 홍역은 일생에 한번 걸리는데 이는 홍역균이 한번만 침투하기 때문이 아니라 면역기관이 홍역균의 약점을 잘 기억하고 있어 재침투시 백전백승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역체제를 깨달은 의학계는 아예 병균을 배양해 완전히 죽이지는 않지만 자기증식을 못하게 만들어 주사로 인체에 주입, 면역기관에 전달하면 면역기관은 이를 잘 파악해두었다가 실제 병균이 침입하면 즉각 퇴치시키게 한다. 이것이 예방주사(vaccine)다. 하지만 병균 역시 만만치 않아 일부 병균은 가면을 자주 바꾸듯 자신의 형태를 변형, 면역기관을 속이고 침투한다. 대표적인 병균이 바로 인플루엔자란 감기(cold)균이다. 

 감기균은 계절마다 형태를 바꿔 인체에 침투하는데 면역기관이 깨닫기 전에 아주 신속하게 자기증식을 하고 떠난다. 따라서 감기엔 예방약이 없다. 이상한 사실은 감기균은 인체에 침입해도 자기가 갖고 온 단백질을 에너지화, 스스로 증식하기 때문에 세포에 해를 입히지 않는다. 미열과 콧물 같은 증상은 감기균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열을 높여 균을 몰아내려는 두뇌의 ‘반사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감기는 합병증만 없으면 큰 병이 아니다. 그런데 감기와 같은 균으로 활동성이 무척 강한 균이 있는데 이를 독감(flu)이라 구분해 부른다. 독감균이 몸에 침투하면 온몸이 쑤시고 몸살이 나며 심하면 폐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독감은 생존력이 강하고 전염성이 높아 한번 발생하면 세계적으로 번지기 일쑤다. 다행히 독감균은 감기균보다 변형이 늦어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대개 1년 정도는 변형되지 않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면 피할 수 있다.

 감기균이나 독감균의 또 하나 특징은 자기증식을 위해 동물세포 속으로 침입하지만 자기가 태어난 동물로만 찾아가는 습성이 있다. 따라서 여러 동물들은 각자 고유의 감기나 독감이 있다. 바꿔 말하면 개의 감기는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고 사람감기도 개에 전염되지 않는다. 문제는 가끔 극성스런 독감균이 인간 외에 조류나 돼지세포 속으로 침입, 자기증식을 하고나온 케이스다. 이를 이종감염(異種感染)이라 하는데 독감균에 다른 동물의 병균까지 묻어 있어 치사율이 40%나 된다.
 예방주사의 성공률은 70% 정도다. 백신이 없던 1919년 스페인독감은 무려 2,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올 가을 신종플루(일명 돼지독감)가 다시 번질 조짐이다. 자주 손을 씻는 등  청결을 유지하고 각별히 주의해야겠다.

신종플루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확진환자는 21만여 명,  사망자는 2,185명이다. 신종플루 환자 100명 중 1명 정도 죽은 셈이다. 사스(10%)와 조류인플루엔자(60%)보다 훨씬 낮다. 신종플루는 감염자의 침방울이 다른 사람의 눈, 코, 입으로 튀면서 전염된다. 공공장소의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등 사람들의 손이 많이 닿는 곳을 통해서도  옮는다. 발열과 호흡기 이상증상(기침, 콧물, 코 막힘 등)이 있으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문종명 (과학수필가 · 토론토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