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09091101.gif


작년 3분기부터 금년 상반기까지 북미경제는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후퇴를 보였지만 다행히도 올 3분기부터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경제활동의 앞날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가 수개월 동안 꾸준히 오른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이는 세계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 정부가 통화량의 공급과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고,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대거 매입한 결과로 봐야 한다. 이런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으로 금융권의 신용경색이 예상외로 빠르게 해소됐고 주식시장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으며 부동산시장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실업률은 아직도 높지만 소비심리가 계속 향상되면서 경제전망이 점점 밝아진다. 실업률은 대표적인 경기후행지수로 당분간 오를 것이다. 경기회복 초기에는 상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중반 이후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다.
 

북미경제 암초
 이 시점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경기회복이 어떤 속도로 얼마동안 계속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선 의견이 다양하다. L 또는 W자형을 점치는 비관론자들이 있는가 하면, U 또는 V자형 회복을 내다보는 낙관론자들도 있다. L자형은 경기가 지금 바닥을 치기는 했지만 쉽게 회복되지 않고 상당기간 침체상태인 것을 뜻한다. W자형은 경기가 회복돼 상승국면으로 진입하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하락할 것임을 뜻한다. U자형은 경기 회복속도가 한동안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유지되다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게 된다는 것이다. V자형은 금년 하반기부터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될 뿐 아니라 이러한 상승세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것이다. 과연 어느 주장이 가장 신빙성이 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지금 북미경제가 직면한 몇 가지의 암초를 어떻게 피해갈 것인가에서 찾아야 한다. 북미경제 앞에 어떤 암초들이 도사리고 있는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금융기관들이, 특히 소형 금융기관들이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막대한 부실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과 부실 신용카드대출이다. 또 하나는 언젠가 불거질지 모르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다. 이 두 가지 위협이 서로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한데 묶어(repackaging) 이를 담보로 발행한 자산담보증권(asset-backed securities) 같은 파생상품이 아직도 미국금융기관들의 대출여력을 약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업의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활동과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소비활동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미국과 캐나다의 중앙은행은 정책이자율을 내년 중반까진 올리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섣불리 이자율을 올렸다가 금융권의 기반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두 번째 암초는 인플레 재발 우려다. 각국 정부는 금융위기 처방의 일환으로 천문학적인 재정지출과 통화량을 풀어놓았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머지않아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를 초래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들은 통화량 증가가 반드시 인플레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인플레는 총수요가 총공급을 지속적으로 초과하는 상태에서 발생한다. 총수요는 통화량에 화폐회전속도를 곱한 것이 결정한다. 경기가 호황국면으로 진입하기까지 화폐회전속도는 낮게 유지될 것이므로 아직 인플레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물론 경기가 완전히 회복돼 호황이 상당기간 계속되면 화폐회전속도가 올라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그간 풀어놓은 통화량을 서서히 회수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인플레를 우려하면 시장이자율 특히 장기이자율이 올라가게 돼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있다. W자형을 점치는 사람들은 이런 가능성을 높게 본다. 

 사실 두세 달 전만 해도 이런 우려 때문에 미국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4% 가까이 올라간 적이 있다. 이는 금년 초보다 1% 포인트 더 높은 것이다. 그러나 미국중앙은행이 지금은 인플레를 우려할 단계가 아니고 경기부양책을 더 계속해야 한다고 못을 박고 낮은 단기정책이자율을 내년 중반까지 유지하겠다고 확고부동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인플레 기대심리가 한층 누그러져 최근에는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3.5% 밑으로 내려앉았다. 이것은 괄목할만한 인플레 기대심리의 변화다. 이로써 지속적인 경기회복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경기회복 양상
 만일 앞으로 인플레 기대심리가 재현, 장기이자율이 다시 올라가면 부동산시장의 안정과 경기회복속도에 차질이 생겨 금융권의 부실자산처리문제도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중앙은행이 시장의 인플레 기대심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경기회복의 양상이 L, W, U, V자형 중 어느 것이 될 것인지가 판가름 날 것이다. 다행히도 지금의 각종 경제지표 움직임은 L자나 W자보다는 U자와 V자 중간쯤 되는 완만한 V자형의 경기회복 가능성을 보인다. 지난 9개월 간 경제성장률과 앞으로의 전망치를 보면 다음과 같다.

 경기회복양상이 V형이 될지 W형이 될지는 2010년 이후의 경제성장률에 달려있다. 북미경제가 앞에서 언급한 암초에 걸려 다시 불황을 맞게 되면 W자형이 될 것이고 성장세를 유지하면 V자형이 될 것이다. 중앙은행의 저리정책을 주축으로 하는 경기부양책이 유지, 내년 중반까지 금융권의 나머지 부실자산문제가 해결되고 부동산시장이 안정을 되찾게 되면 경기회복의 기반이 튼튼해져 인플레 재발을 막기 위한 통화량의 회수와 이자율의 상승이 필요하게 되더라도 이것이 경기상승세를 꺾을 수준은 아닐 것이다. 이는 설령 통화량 회수와 이자율 상승이 경기회복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더라도 반드시 불황(double dip)을 초래할 만큼 심하진 않다는 걸 뜻한다.
                    

유종수, Ph.D.
경제고문, 재정상담가 (DY & Partners)
한인상공회의소 경제고문
(416) 886-5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