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한 오해 두 가지
1. 향기는 벌 유인하기 위한 것?
해충접근 막기 위한 유독물질
2. 아름답기 때문에 벌이 접근?
꿀이 없으면 절대로 안 가
당나라 태종이 신라 선덕여왕에게 모란꽃 씨를 보내면서 씨를 심으면 그림과 같은 꽃이 핀다며 모란꽃그림까지 보냈다. 그림을 본 선덕여왕은 “꽃은 아름다운데 향기가 없구나”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부왕이 “꽃도 안 보고 어떻게 향기가 없는지 아느냐?”고 묻자 “꽃그림에 나비와 벌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는데 과연 꽃이 핀 모란은 향기가 없었다.
이는 삼국사기에 기술된 이야기로 선덕여왕의 예지에 찬사를 보내기 위해 만든 말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근래 생물학자들의 연구자료에 의하면 꽃의 향기는 벌을 끌어들이기 위한 향기가 아니라 진딧물같은 해충의 접근을 막으려고 흘리는 유독성 물질이다. 그보다 벌들은 꿀을 찾으면 자기집단만 감지할 수 있는 화학성분을 자기 몸에서 분출시켜 동료를 유도한다. 즉 모란은 향기가 아니라 꿀이 없어 벌이 접근하지 않는 것이다.
이같이 꽃의 향기는 독소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꽃의 향기를 대단히 좋아해 향료(香料)의 대부분은 꽃의 향기를 모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꽃의 아름다움은 향기보다 시각을 통해 비춰지는 현란한 색상과 자태들이다. 아마 자연이 만든 공작품 중에 꽃 이상의 섬세한 작품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꽃의 종류는 약 27만 가지인데 한결같이 밝은 색소(pigment)를 지녀 주위 환경보다 돋보인다. 그 이유를 벌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나 이 또한 잘못된 해석이다. 왜냐하면 벌이 세상에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꽃은 피어 있었다. 즉 벌은 약 3천만 년 전에 태어났지만 가장 오래된 꽃의 화석은 약 8천만 년 전의 것이다.
또한 벌이 색을 볼 수 있다고 하나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의식은 없다. 실제로 벌이나 나비는 모란이 현란한 꽃이지만 꿀이 없어 접근을 안 한다. 일부 동물이나 곤충 중 공작이나 호랑나비처럼 현란한 색으로 치장돼 있는 것은 짝을 유혹하기위한 것으로 믿고 있으나 이는 아름다움의 개념을 가진 인간이 그렇게 간주할 뿐이라고 동물학자들은 말한다. 동물은 사람과 똑같이 공포심을 갖고 있어도 사람과 똑같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은 결여돼 있다. 그러고 보면 꽃을 아름답다고 인식해주는 생명체는 결국 인간뿐이라는 얘기다.
사실 동물 중 머리가 가장 우수하다는 원숭이도 꽃을 따먹는 경우는 흔하지만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한다는 행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이미 오래전부터 꽃을 아름다운 존재로 격상, 음미한 흔적은 많이 남아있다. 약 20만 년 전 유럽대륙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을 1970년 독일서 발굴했는데 유골 밑에 수많은 꽃의 화석들이 같이 출토되기도
했다. 이런 점으로 미뤄봐 인류는 태어날 때 이미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고 꽃은 그 감각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꽃잎은 인간에게 색소를 제공,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결국 예술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이끌어냈다. 그뿐 아니라 목화꽃은 꽃잎 대신 솜으로 싸여져있어 인간에게 옷을 제공하기도 했다.
꽃이야기를 다시 정리해보면 꽃의 아름다움은 꽃잎의 색상과 형태로 표현되지만 꽃의 입장에서 볼 때 꽃잎은 꽃수술과 암술을 비와 바람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보호막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왜 그렇게 현란한 색을 띠고 요염한 자태를 하고 있는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않고 있다. 꽃나무 자신도 어떻게 해야 아름다운 꽃이 된다는 사전지식이 없을 것이다. 더욱 묘한 사실은 꽃이 출현한지 8천만년이 지났는데도 아름답다고 대우해주는 생명체는 인간뿐이란 점이다. 그러면 8천만년 후에나 나타날 인간을 위해 꽃은 그렇게 진화되어 왔단 말인가? 우리 상식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우주가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귀에 익숙한 시(詩) 한 수가 꽃이야기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꽃
식물에서 씨를 만들어 번식하는 생식기관을 말한다. 꽃을 형태학적으로 관찰해 최초로 총괄한 사람은 식물계를 24강(綱)으로 분류한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본 린네(Carl von Linn?: 1707~1778)였다. 그 후 꽃은 식물분류학상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꽃은 종자식물에서만 볼 수 있고, 생식에 관계되는 부분과 관계되지 않는 부분이 모여 있는데 크게는 꽃잎·꽃받침·암술·수술로 이뤄져 있다. 꽃의 중심에는 암술이 자리 잡고 있는데 암술은 암술머리·암술대·씨방의 3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이 중 암술머리에서 수술의 꽃가루를 받아 수분(가루받이)이 이루어진다.
문종명 (과학수필가 · 토론토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