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개혁안 골자
 
 1. 중앙은행의 금융시장 규제· 감독 대폭강화
 2. 금융서비스감독위·금융소비자보호청 신설
 3. 헤지펀드 등록의무화·신용평가기관 감독강화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

 금융대지진이 일어난 지도 벌써 1년이나 됐다. 그때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대대적인 구제금융, 통화팽창 및 적자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세계금융시장은 예상외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고, 실물경제의 추락도 이제는 멈춰 서서히 상승세로 반전 중이다. 이번 금융위기는 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금융시장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한다. 특히 근래에는 전산 및 통신기술의 폭발적인 발전에 힘입어 새로운 금융기법과 금융상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금융규제 및 감독은 이런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런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0년대에도 있었고 90년대에도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정도가 심했다는 것이 다르다. 

 금융규제 및 감독체제는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보장, 각 경제분야로 자금의 효율적인 배분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는 금융기관간 적정수준의 경쟁유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금융기관 사이의 지나친 경쟁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금융시장 특성 중의 하나다. 비금융산업에서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중소기업 하나가 파산하더라도 별로 큰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금융산업에서는 아무리 작은 은행이라도 문을 닫게 되면 경제전반에 미치는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 금융기관 하나의 파산이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와 금융제도 전반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할 것 중의 하나가 소비자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킴과 동시에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수준의 금융기관간의 경쟁이다. 이번 금융위기로 약 120개의 미국 중소은행들이 문을 닫았다. 금융시장이 위기 이전 수준의 안정을 되찾기까지 얼마나 많은 중소은행들이 더 문을 닫을지 모른다. 물론 금융기관의 파산이 그들의 고객들에게 금전적인 손해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예금보험을 비롯한 각종 안전장치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불안은 신용경색을 가져와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부에서는 이번 금융위기가 수많은 중소은행과 일부 거대은행들의 파산을 초래, 살아남은 몇몇 거대은행들의 배만 부르게 해 미국금융시장의 근본적인 불안정성을 더 높게 했다고 우려한다. 일리가 있지만 그간 미국에는 소규모 금융기관들이 지나치게 많았던 점을 감안할 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금융규제와 감독체제는 지속적인 금융기법의 발전과 금융상품의 개발에 발맞춰 끊임없이 수정보완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금융규제와 감독체제가 확립되어 있다 하더라도 금융활동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사람들이 무능하거나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면 ‘말짱 헛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금융위기는 금융규제와 감독체제가 미비했던 점도 일부 원인이지만 더 큰 원인은 규제와 감독책임을 맡은 자들의 무능함과 그들이 행정부의 부당한 압력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사태가 발생하자 이들은 관료들과 동조, 언론을 등에 업고 금융위기 발생의 책임을 ‘무책임하고 개인적 이익만을 추구하는(irresponsible and greedy)’ 금융기관들에게 떠넘기려 했다. 그러나 시장경제하에서 욕심 없고 자기이익보다 사회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업인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기업인들이 경제질서를 유린하지 못하도록 하는 감독장치가 있는데도 이를 유명무실하게 한 책임을 그들은 마땅히 져야한다. 

 그리고 자기들의 정치적인 목적달성을 위해 규제감독기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행정부의 고위관리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완벽한 금융규제와 감독체제에는 행정부의 부당한 압력을 배척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행정부 입김이 가장 잘 미치지 않는 곳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이다. 이사들의 임기가 14년으로 보장되어 있고 이사들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이사장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중임이 가능한 4년이나 실질적으론 최소 14년이나 된다. 물론 전임이사장 앨런 그린스팬처럼 무능하고 정치적인 인물로 행정부의 부당한 정책에 공조, 이번 금융위기의 불씨를 키운 사람이 18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문제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예외일 확률이 크다고 봐야 한다. 

 다행히도 오바마정부의 금융개혁안 골자를 보면 중앙은행이 은행뿐만 아니라 헤지펀드, 사모펀드 또는 파생상품까지 포함한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와 감독의 책임을 지도록 할 것 같다. 또한 금융서비스감독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청이 신설될 것 같다. 이 기회에 헤지펀드 등록의무화, 신용평가기관 감독 등의 금융시장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들의 강력한 반발과 끈질긴 로비 등살에 최종법안은 그 강도가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기본적인 뼈대와 방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융개혁이 금융위기 재발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번 같은 규모의 금융위기가 앞으로 몇십년 안에 다시 올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고 본다.

유종수
(경제학박사, 재정상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