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말 어느 시골마을에 이변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옷가지들이 지붕위에 널려져있고 심지어 대문짝에도 걸려있었다. 어린 마음으로 보기에는 꼭 술주정뱅이가 장난친 것 같은데 노인들은 다른 생각을 했다. 귀신이 왔다갔다는 것이다. 며칠 후 그 집에는 무당이 와서 굿을 했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무당이 귀신을 자기 몸속에 불러들여 귀신이 갖고 있는 한(恨)을 무당이 대신 발설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한국에선 흔한 일이지만 알고 보면 동서고금(東西古今) 사람 사는 곳에는 거의 동일한 이야기들이 이어져왔다. 단지 이런 얘기들은 논리성이 결여된 샤머니즘으로 취급돼왔고 특히 종교에서는 그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악령으로 간주해 왔기 때문에 비록 귀신과 조우했어도 발설을 금하는 것이 상례로 돼있다.

 그러면 과학은 왜 귀신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을까? 한마디로 원자로 구성된 물질을 바탕으로 발전된 학문이기 때문이다. 즉 과학은 원자가 만든 에너지, 파장, 물질, 열 등의 반응은 밝힐 수 있지만 원자로 구성돼있지 않은 귀신의 존재는 연구대상이 안 된다. 이는 마치 원자로 구성된 신체는 구석구석 깊이 연구할 수 있어도 마음이 어떻게 생겼다고 말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그러나 최근 나노(nano)시대에 들어서면서 고도로 정밀한 탐지기들이 속속 개발, 귀신의 존재가 간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컴컴한 밤에 더 컴컴한 부분이 분석기에 나타난다던지 주위의 공기온도보다 다른 기온을 가진 정체가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어떤 이유인지 귀신은 자장(磁場)과 특별한 관계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는데 자력(磁力)에 변화를 주어 전류흐름을 단절시키기도 한다.

 이런 정밀탐지기로 귀신을 찾아 증명하겠다고 2명의 청년이 ‘결의’를 했는데 이들은 과학자가 아니라 가끔 귀신과 조우한다는 평범한 파이프수리공이었다. 탭스(TAPS: The Atlantic Paranomal Society)란 회사를 설립해 부업으로 운영하려 했지만 예상을 뒤엎고 미국 전역에서 귀신을 찾아달라는 주문이 쇄도, 탐색과정이 TV에 연속방영 중이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OLN 채널이 매일 저녁 7시부터 1시간씩 독점방영하고 있다. 한 탐색과정을 예로 들면 미국 서부의 어느 공군기지창은 감시카메라가 24시간 돌아가지만 군인이 직접 보초를 선다. 그런데 가끔 경비일지에 창고 내에서 잡음이 들려 밤새 수색을 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는 보고서가 근 30년 동안 기록돼 있다. 결국 기지사령관은 탭스팀을 불러 귀신수색을 요청했는데 팀요원들은 낮에 미리 도착, 기지창 내 귀신이 나타날만한 곳에 열측정기, 소음측정기, 적외선카메라 등 최신탐지기들을 설치했고 밤이 되자 기지창 전체를 완전소등, 정막이 흐르게 했다. 물론 탐색요원들은 그 속에 잠복해 귀신의 출현을 기다렸다. 

 자정이 지나자 찬 공기가 스며들기 시작했고, 실내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기도해 그 방을 지키고 있던 요원이 대화를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고 대신 복도에 놓여있던 대원의 플래시라이트 불이 ‘켜졌다가 꺼졌다’를 반복했다. 요원들은 이런 현상을 증거물로 비디오에 녹화, 기지사령관에게 전하면서 창고 내에는 귀신이 있음을 상기시키고, 귀신은 절대로 사람을 해치지 않으니 스스로 말려들지 말고 철저히 무시하라고 충고했다. 이같이 탭스팀은 인류사상 처음으로 최신탐지기를 동원해 귀신의 존재를 증명하려하고 있다. 

 우리는 귀신을 유령, 도깨비, 혼, 넋 등 여러 말로 표현하지만 결국 영(靈)차원의 존재로 봐야 한다. 그리고 그 영은 꼭 죽은 후에 생기는 게 아니라 이 순간에도 내 속에서 또 하나의 존재로 같이 살아가고 있음을 알아야한다(본보 9월11일자 참조). 실제로 영이 몸을 떠나면 우리는 ‘죽은 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영을 부정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제야 인간은 영차원의 세계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영의 세계가 더 체계적으로 밝혀지면 인간은 대전환기를 맞는데 철학, 심리학, 과학 등 모든 학문의 이론들이 수정될 것이고 특히 종교는 종교개혁이라는 진통을 피할 수가 없다고 본다.



문종명 (과학수필가 · 토론토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