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마구 남용해 내성 생긴 수퍼버그
식탁에까지 올라와 희생자 갈수록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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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기생하는 박테리아는 이롭다?
“헌신은 착각...자기생존 위해 싸울 뿐”


 모체 내에서 10개월 동안 사는 태아의 몸 안에는 단하나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이 기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태어나서 첫 숨을 몰아쉬는 순간부터 공기에 있는 미생물들이 흡입되기 시작하는데 신기한 사실은 빈집이나 다름없는 각 기관에 거주할 미생물이 이미 내정돼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피부박테리아는 절대로 허파에 가서 자리 잡지 않고, 허파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는 절대로 내장에 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기능이 각자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즉 장(腸)에 사는 박테리아는 발효(醱酵)전문가이고 허파에 거주하는 박테리아는 끊임없이 들어오는 병균을 박멸시켜야하는 전투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지역을 바꿀 수 없다. 그리고 박테리아가 사는 자치구역을 세밀히 살펴보면 상상외로 방대하다. 일례로 허파는 약 6억 개의 허파꽈리로 구성돼 있는데 허파꽈리를 평면으로 펼쳤을 때 그 면적은 거의 배구코트장만하다. 그 표면을 빈틈없이 사수하고 있는 박테리아 수는 헤아리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이같이 우리 몸에 기생하는 미생물들은 지역특성에 따라 기능이 다르며 미생물이 각자 자기지역에 완전히 정착하는 데는 유아 때부터 약 3년 소요된다. 그리고 성인의 경우 미생물의 무게만도 1.25kg에 이르고 그 종류나 수는 파악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우리 몸에 기생하는 박테리아를 이로운 박테리아로 부르고 있으나 냉철히 관찰하면 인체를 위해 헌신하는 박테리아는 하나도 없다. 단지 자기생존을 위해 살다보니 돕는 것같이 보일뿐이다. 예를 들면 인체는 산소가 필요해 끊임없이 호흡을 하는데 공기 속에 스며들어 오는 세균은 거의 허파표면에 기생하고 있는 박테리아에 의해 박멸되기 때문에 우리는 허파박테리아가 신체를 병균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은 자기영역을 사수하려는 행위일 뿐인 것이다. 실제로 허파박테리아는 신체의 병사(兵士)인 백혈구 접근도 허용하지 않고 사살하고 만다.

 물론 우리 신체 자체도 병균과 싸우는 면역기관이 있지만 신체에 기생하고 있는 미생물의 도움을 많이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방위체제에도 불구하고 병균에 침투당해 질병을 앓게 되면 1940년 초 페니실린이란 항생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병균과의 싸움은 전적으로 인체의 면역기관과 기생하는 미생물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병균이나 미생물은 자기 자신을 복제해 차세대를 이어가는데 증식이 기하급수로 되어 백혈구로서는 제압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하지만 병균의 증식만 막으면 수명이 대개 2시간 정도로 단명해 곧 소멸하고 만다.

 그런데 페니실린의 주원료인 푸른곰팡이 앞에서는 여러 종류의 미생물이 자기증식을 못하고 소멸돼 페니실린은 마술과 같은 약이었고 2차대전 당시 수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이같이 세균을 이긴다고 하여 항생제라 불렀다. 하지만 병균을 포함한 모든 미생물의 생명력은 지난 38억년 동안 어떠한 천재지변에서도 생존한 저력을 지니고 있어 결국 항생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게 변신을 하고 만다. 이를 항생제에 대한 내성(耐性)이라 하며 페니실린은 이미 약발이 안 먹힌 지 오래 되었다.
 이렇게 항생제를 이기고 변신한 기생박테리아나 병균을 수퍼버그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를 퇴치할 아무런 기술이 없다. 더욱이 근년에는 가축이나 농작물에 항생제를 마구 남용해 급기야는 내성이 생긴 수퍼버그가 식탁에까지 올라와 현재 미국에서 수퍼버그로 사망하는 환자수가 에이즈로 죽어가는 환자보다 많다.

 결국 수퍼버그 문제는 미생물학자들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그런데 지금까지 끈질기게 연구해온 미생물의 습성 중 어떻게 미생물이 자기영역에 알맞게 번식을 조절하는지(Quorum Sensing)와 항생제에 대한 내성(Resistant)을 키우기 위한 변신을 연구하던 중 아주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즉 미생물들은 아주 미세한 화학분자로 서로 언어를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자기가 살고 있는 생명체가 통신하는 정보를 가로채 이해하고 있다는 기상천외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만약 이 연구가 사실이라면 미생물은 더 이상 단순히 기계적인 생명체가 아닌 것이다. 이 연구는 영국의 미생물학자(Steve Atkinson와 Paul Williams)가 발표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정말 생명이란 신비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