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과 호흡을 통해 수많은 병균이 항상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피부를 뚫고 침투하기도 한다. 만약 이 같은 병균 침투를 하루만 방치한다면 우리 생명은 끝나고 만다. 

 인체가 병균에 잠식되지 않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신체 자체가 갖추고 있는 철통같은 방위체제 덕분이다. 실제로 병균과 싸워 죽어가는 백혈구는 하루에 수천만 내지 수억 개에 이른다. 따라서 우리의 생명이 붙어있는 한 항상 병균과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병균과의 휴전이란 곧 죽음을 뜻한다. 백혈구 자신은 공격해야 할 적을 스스로 찾거나 분별하지 못 한다. 그 대신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려주는 소대장격인 세포(細胞), 즉 T세포(Helper T Cell)가 있다.  

 T세포는 신체방위를 전담하는 면역기관에서 철저히 교육받은 세포다. 침투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구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체세포로서 이적행위를 하는 반역자세포를 찾는 능력도 있다. 따라서 T세포는 4~5개의 백혈구로 소대원처럼 팀을 짜서 24시간 몸 구석구석을 순찰한다. 적을 발견하면 백혈구에 사살령을 내려 제거한다. 

 이토록 철저한 방위체제에도 불구하고 허를 찌르고 침투, 번성하는 세균이 있다. 그 중 하나가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란 바이러스다. HIV는 일단 인체에 침투하면 T세포만 골라 먼저 공격한다. 소대장격인 T세포가 HIV 공격으로 죽고 나면 상관을 잃은 백혈구는 공격명령을 받지 못해 HIV에 대한 공격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HIV는 계속 증가하고, 상관을 잃은 백혈구는 다른 병균이 침입해도 공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결국 하찮은 감기 인플루엔자도 못 이기고 죽는 경우가 많다. 이같이 HIV 침투에 의해 발생하는 병을 후천성 면역결핍증인 에이즈(AIDS)라 한다. 

 에이즈는 1970년대 말부터 전 세계에 퍼져 이제는 공포의 세균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각국이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했지만 아직도 HIV를 퇴치시킬 수 있는 치료약이나 기술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에이즈환자를 철저히 관리함으로써 더 이상 전염이 안 되도록 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아프리카환자들이다. 현재 아프리카에는 3천만의 에이즈환자가 있다. 그러나 조직적인 관리 및 치료가 안 돼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에이즈환자들은 토속적인 힐러(Healer)에게 병 치료를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약 3년 전 UN 산하 에이즈기구(UNAIDSE)가 특이한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힐러한테 치료 받은 환자들이 말끔히 회복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힐러란 무엇인가? 한국으로 말하면 무당(Shaman)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최첨단 의료기술로도 HIV를 퇴치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무당이 난치병을 고쳤을까? 힐러들은 의학지식은커녕 거의 다 문맹자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편견을 버리고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다. 지금은 병을 고치는 사람들을 의사(Doctor)라고 부르지만 중세에는 오늘날과 같은 의사가 없었다. 대신 약초 등으로 환자를 돌보는 메디슨맨(Medicine Man)이 존재했다. 

 그러나 고대에는 메디슨맨도 없었다. 병 치료는 대부분 힐러들이 도맡았다. 이들은 대부분 신비한 마력이 있어 잔병뿐 아니라 장님을 눈뜨게 했고 앉은뱅이를 걷게 했다. 이런 힐러들은 아직도 세계 곳곳에 있다. 하지만 샤머니즘이라 하여 철저히 무시돼 오고 있다. 

 고대의 힐러나 지금의 힐러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약제 사용보다는 영적 차원의 도움을 받아 병을 치료한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문화생활에 익숙해져 소위 비과학적인 일들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옛날로 돌아갈수록 인간은 논리성이 없는 영(靈)의 세계와 가까웠다고 봐야 한다. 지금은 과학발달로 세균과 같은 작은 생명체가 갖고 있는 유전자까지도 분석하지만 그 작은 세균이 어떻게 경이로운 생명을 지녔는지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분석은 과학이지만, 생명은 영(靈)에 속한다. 인간의 생명도 영에 속하기 때문에 영 차원의 경이는 과학을 무시하고 우리 주변에 계속 나타날 것이다. 지금까지 힐러는 영의 차원을 돈벌이로 이용해왔고 종교는 고대 인간사(人間事)를 그대로 영의 세계에 적용해 제왕적인 신이 다스리는 곳으로 아주 접근하기 힘든 조건을 붙여 격리시켜놓았다. 결론적으로 영 차원에 대해서 과학은 입문도 못했고, 종교는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봐야한다. 영(靈)은 영(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