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체는 고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신비스럽고 연구할수록 더 많은 난제를 과학에 안겨주는 것은 대우주와 인간두뇌라고 본다. 특히 인간두뇌는 지금까지 관찰한 어느 조직보다 가장 밀집된 결합체로 이 우주에서 단위당 질량mass이 가장 높다. 약 1,300g 밖에 안 되는 인간 뇌 속에는 약 1천억 개의 정보저장 및 통신실synapse이 밀집돼 있다. 이 저장실에는 약 2천만 권의 책에 해당되는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책 1권의 두께를 2cm라 했을 때 2천만권이면 서울서 부산까지 포개놓을 수 있는 분량이다.
지난 2001년 인간유전자DNA를 해독했을 때 유전자의 97%는 다른 동물과 공유한 것이고 인간만이 갖고 있는 유전자는 3%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 났다. 그런데 그 3%가 대부분 인간두뇌에 있다. 인간두뇌의 80%는 다른 동물이 갖고 있지 않은 뇌세포로 약 20만 년 전 갑자기 진화된 부분으로 아직도 그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바로 그때 진화된 뇌세포(신세포질이라 부름)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두뇌는 전부가 이성적(理性的)인 두뇌일까? 그렇지 않다. 20% 정도는 다른 동물들의 세포와 같다. 태초의 생명체는 지금과 같이 뇌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뇌보다는 신경계가 존재해 신체의 운동을 관리했다. 그러나 척추동물에 이르러 온몸에 흩어져있던 신경세포가 등 쪽으로 모이게 됐는데 척수(脊髓)라는 가느다란 뇌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가느다란 척수가 한곳으로 뭉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동물이 갖고 있는 초기의 뇌(腦)다.
이 원시 뇌는 인간 뇌 속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그중 파충류 뇌는 가장 오래된 세포로 호흡이나 섭식, 소화기능 등 말초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인간두뇌가 느끼는 스트레스나 공포, 놀라움의 행위는 거의 파충류에서 이어받은 뇌 속에서 발생한다. 파충류가 진화해 젖먹이동물이 됐다. 그런데 이 젖먹이동물에게서 이어받은 뇌세포는 인체의 온도조절, 성행위, 지식에 대한 애정, 가족에 대한 희생정신 등 정서적인 면을 관리하고 있다.
이같이 파충류나 초기 젖먹이동물에서 받은 뇌세포를 원시적 뇌라고 하는데 사실 신체의 질병은 대부분 이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신생포유 뇌New Mammalian Brain는 전체 두뇌의 80%를 차지하며 이성(理性)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성의 힘이 약화될 때마다 원시적인 뇌가 주도권을 잡아 동물적 행동이 나타난다. 그러면 신두뇌 세포가 곧 통제를 시작한다. 그러나 너무 지나친 통제는 생명력 자체를 억압하기 때문에 서로가 잘 조화를 이뤄가며 동거하고 있다. 이 원시적 뇌세포 간에 교환되는 통신내용을 해독할 수만 있다면 간단한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면 현대과학은 뇌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까? 현재로서는 신체운동을 시키기 위해 또는 사물을 인식할 때 뇌세포가 통신을 하는데 그때 나타나는 변화들을 영상으로 찍는 촬영기(PET, MRI 등)가 있다. 문제는 아주 간단한 행위를 하는 사람의 얼굴을 두뇌가 인지하는데 동원되는 뇌세포의 수는 무려 100억 개가 넘는다는 점이다. 다시 얘기하면 100억 개 이상의 세포가 정보를 교환해 누구라는 것을 인지한다. 10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한 주제를 갖고 동시에 통화, 정보교환을 하는 것이다. 그 시간은 100분의 1초에 끝난다. 100억 통의 전화내용을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지 PET나 MRI 같은 뇌촬영기는 관련된 뇌세포 부분이 정상적인 변화를 나타내지 않으면 이상이 있는 것으로 간주할 뿐이다. 그리고 뇌수술에 임하는데 거의 자신감이 없는 수술들이거나 대부분 후유증이 나타난다.
이러한 불확실한 뇌수술을 피하기 위해 근년 TMS(Trans Cranial Magnetic Stimulation)라는 뇌치료기계가 개발됐다. 강력한 자력(磁力)을 두뇌 특정부분에 보내 뇌세포가 갖고 있는 전기(電氣)를 작동시키는 기계다. 파충류에서 유전 받은 원시세포에 TMS 자력으로 자극을 가해 만성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정신질환자들도 수술 없이 치료하기도 했다. 두뇌의 80%를 차지하는 신두뇌 세포는 극히 일부만 사용되고 있고 거의 대부분 방치된Spared Brain상태다. 이 방치된 부분을 TMS로 자극을 주면 손상된 뇌 부분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사실을 찾았다. 앞으로 뇌세포 노화로 생기는 치매도 치유가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TMS 같은 기계는 두뇌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한낱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 1천억 개가 넘는 통신기계의 각자 기능과 1천억 개가 넘는 창고에 무슨 정보가 보관됐는지 파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두뇌는 왜 이처럼 난해할까? 답은 단 하나, 고차원의 본질을 가진 마음이 기거하는 용기(容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