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인류 진화과정이나 인척관계 내지 범죄자 판별은 유전자 분석으로 진위를 밝혔지만 지난 세기말 12년에 걸쳐 유전자가 갖고 있는 32억 개의 염기판독이 끝나 인류이동은 물론 개인의 유전병까지 더 자세히 밝혀내고 있다. 특히 세포 속에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진핵생물의 세포 안에 있는 중요한 세포 소기관. 일명 세포 발전소)는 자기증식으로 대를 이어가기 때문에 DNA를 원형 그대로 간직, 인류이동을 추적하기가 아주 수월해졌다. 좀 더 설명하면 사람은 대를 이어가기 위해 정자와 난자가 결합되는데 정자는 세포질이 없고 난자만 세포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세포질 속에서 공생하고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난자 속에서 염기가 변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여인의 세포 속에 공생하는 미토콘드리아는 그녀의 어머니 및 외할머니 것과 똑같을 뿐 아니라 모계(母系)로는 10대, 100대가 지나도 약간의 자체변이가 있을 뿐 거의 같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100년 동안 세계 구석구석 인종과 풍습을 알려준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사가 방대한 자료를 분석 처리할 수 있는 IBM사와 손잡고 인류이동이 어떻게 이루어졌나를 밝히기 위해 2005년 세계 각국에서 10만 명의 DNA를 채취해 5년 동안 이들의 염기판독에 들어가 인류의 진화과정을 정밀 분석했다.
여기서 말하는 인류는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70억의 사람들을 말하며 학문상 현생인류 Homo sapiens라 한다. 70억 인구의 염기서열은 99.9%가 동일하고 단지 0.1%가 서로 달라 피부색이나 외모가 다를 뿐이다. 따라서 역추적하면 최종 한 여인으로 귀납되며 이 여인을 70억 현생인류의 어머니 또는 이브Eve라 부르는데, 미토콘드리아를 추적한바 약 16만년 전에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여인으로 그 여인이 낳은 자손들이 대를 이어 아프리카에서 약 10만년을 살았다. 그리고 지금부터 6만년 전에 아프리카대륙을 떠나 중동으로 올라왔는데 놀라운 사실은 그 수가 200명 전후로 밝혀졌다. 그러니까 6만년 전 약 200명이 현재 70억으로 번성한 셈이다.
어떻게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지상에 살았던 생명체들도 인간과 동일한 과정으로 번성했기 때문이다. 분석자료에 의하면 현생인류는 중동에서 2만년정도 살았는데 이때 이미 뼈를 깎아 낚시바늘을 만들 정도의 지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때부터 씨족단위로 유럽과 아시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세계기후는 혹독한 빙하시대로 북방부에는 3천m 눈이 쌓여있어 많은 양의 물이 육지에 갇혀있었고 바닷물 수위는 지금보다 약 120m 낮아 지금의 인도네시아 섬들이 서로 연결될 정도였다. 한반도와 중국 사이에 있는 황해도 없었다. 이에 따라 현생인류가 처음 도착한 곳이 동남아시아로 지금의 한국인과 중국인의 90% 정도는 동남아에서 이주해온 것으로 판명 났다.
이 사실은 지금까지 동북아시아인은 몽고지방인 중앙아시아를 통해 이주했다는 이론을 뒤집은 것이다. 그리고 현생인류가 한반도에 도착한 시기는 지금부터 약 8천년 전으로 판명 났다. 이에 따라 신석기시대 세워졌던 대부분의 고인돌과 30만년 된 연천계곡에서 발견된 주먹도끼들을 만든 사람은 한국인의 조상이 아니라 아프리카대륙을 먼저 떠났던 북경원인이나 유럽의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DNA가 다른 멸종된 인간들이었다.
이같이 인간유전자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새로운 연구기관이 나라마다 구성됐는데 한국도 인간게놈위원회Human Genome Organization가 있다.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10개국이 아메리카인디언 등 아시아 73종족 1,928명의 유전자를 자체 분석한 결과, 위에서 기술한 미국자료와 거의 일치했는데 특이한 사실은 아메리카인디언 중에 한국인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사실 여러 인종이 모여 사는 북미대륙에서 같은 동양인이라도 중국인과 일본인은 거의 본능적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한국인과 너무도 닮은 이방인이 있다. 만나면 서로 놀랄 정도인데 이들이 에스키모족이다. 이들은 마치 한국의 고개 넘어 뒷동네에서 온 사람 같이 느껴지곤 했는데 이들이 바로 한국인이란 논리다.
그렇지 않아도 10년 전 알라스카 최남단 섬에서 3천년 된 온돌집터를 찾아 일부 인디언이 아시아대륙에서 배로 해변을 끼고(beach to beach) 북미로 이주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리고 중국사기 중 가장 오래된 사마천이 쓴 전한사(前漢史)에 동이족(東夷族)이 물개가죽을 중국에 내다팔았다는 기록이 있다. 추론하면 고조선 한국사람들이 물개사냥을 하기 위해 배를 타고 베링해협을 건너가 지금의 에스키모가 되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