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토론토 G20 정상회의를 며칠 앞두고 중국정부가 마침내 2년 동안 유지해오던 고정환율정책을 포기하고 미화대비 위안화환율의 제한적인 변동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인민은행은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의 변동 폭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서서히 위안화가치 상승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의 갑작스런 발표는 G20 정상회의에서 선진국들이 똘똘 뭉쳐 중국에 가할 위안화 절상압력을 사전에 무력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의 장기적인 경제체질 개선차원에서 행해진 결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중국은 2005년 7월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고정환율정책을 던져버리고 그 후 3년 동안 변동환율정책을 포용해 위안화가치의 점진적인 상승을 허용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다시 고정환율정책을 복귀시킨바 있다. 이것은 중국정부의 고정환율정책의 선호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정책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고정환율정책의 지나친 장기적인 유지가 중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중국정부가 모르고 있을 리 없다. 서방국가들로부터의 위안화 절상압력에 호락호락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지금까지 미루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서방국가들의 압력이 없었더라도 중국은 머지않아 자발적으로 변동환율정책으로 복원하여 위안화의 점진적인 절상을 허용하였을 것이다. 장기적인 면에서 볼 때 이것이 중국경제를 돕는 길이기 때문이다. 
 
 위안화가치의 점진적인 상승은 중국의 수출업체들에게는 처음에는 부담이 되겠지만 중국경제가 무한정으로 저임금과 고환율(위안화 저평가)의 온상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중국수출업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라도 서서히 위안화가치의 상승을 허용하는 것이 좋다. 언젠가는 풀어주어야 할 환율을 너무 오랫동안 묶어놓았다가 마지못해 갑자기 풀어주면 중국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그만큼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위적으로 고환율을 유지, 외환보유고만 쌓아놓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한없는 외환보유고의 증가는 만성적인 무역흑자를 의미한다. 이것은 저렴한 노동력으로 땀 흘려 만든 상품을 외국소비자들에게 헐값으로 팔아넘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흑자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수출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입이기 때문에(벌어들인 외화를 남의 나라 물건 사는 데 쓰지 않으면 어디에 쓸 것인가?) 만성적인 무역흑자는 외국소비자들에게 좋은 일만 해주는 결과가 된다. 물론 어느 정도의 외환보유고는 위기상황에서의 갑작스러운 외화유출에 대한 교두보 또는 환율방어에 필수적이지만 지나친 외화의 축적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못 된다. 
 
 무역흑자국은 벌어들인 외화를 현금으로 갖지 않고 외화표시 유가증권(주로 외국국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이것은 외국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워주는 결과가 된다. 중국의 경우 외환보유고의 약 42%가 미국국채(미국정부가 보장하는 미화표시 채권까지 포함하면 약 62%)에 투자되어 있다. 만성흑자국의 통화가치는 언젠가는 올라가게 마련이고 만성적자국의 통화가치는 언젠가는 떨어지게 마련이므로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화표시 채권의 가치는 결국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것은 중국의 무역흑자가 늘어감에 따라 중국노동자들이 땀 흘려 벌어들인 외화자산의 가치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중국이 벌어들인 외화 중에는 유로화도 있고 일본 엔화도 있다. 그러나 이들 통화대비 위안화의 가치도 올라갈 것이므로 중국인민은행이 외환보유고를 여러 나라 통화(국채)로 분산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만성적인 무역흑자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을 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안화가치의 상승을 점진적으로 허용하는 길밖에 없다. 
 
 중국인민은행이 외환시장 개입의 고삐를 조금씩 늦추어주면 위안화는 자동적으로 상승세를 타게 될 것이다. 위안화 상승은 중국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이들로 하여금 설비투자의 증가를 통한 생산성의 향상을 유도시킬 것이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업체들은 도태되겠지만 생산성 향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업체들은 살아남게 될 것이다. 중국경제의 고부가가치 산업 쪽으로 향하는 체질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위안화가치 상승은 외국물건을 더 싼 값에 수입할 수 있게 되어 중국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막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정부가 변동환율정책을 이 기회에 복원하기로 작심한 근본적인 이유다.

(필자 주: 중국의 자본시장은 각종 규제로 인해 아직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환율정책이 어느 정도 가능하나 앞으로 중국의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돼 선진국대열에 서게 되면 환율의 결정을 시장기능에 맡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므로 그때 가서는 환율정책을 쓸 수 없게 된다. 캐나다, 한국 또는 미국같이 자본시장이 개방돼있는 나라에서는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환율조작이 극히 제한적이고 한시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진국에서는 환율정책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