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主義)나 신념의 선전활동을 프로파간다Propaganda라고 하는데, 이중에는 적의 사기를 저하시키기 위해 또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뿌려지는 전단도 있다. 보통 삐라라고도 말하는데 진실보다는 과장과 허위가 많아 서로 속이고 속임을 당해 대부분 신뢰성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상대방이 실물이나 정보를 실제로 체험하고 무엇인가 진실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일례를 들어보면 한반도 분단이후 가장 극적인 귀순 중의 하나는 1983년 이웅평 대위가 미그 19기 기수를 남으로 돌려 귀순한 사건일 것이다. 그 당시 북한사회에서는 전투기조종사를 특별 예우했으며 철저한 사상교육으로 무장시킨 상태라 남한방송이나 영화, 삐라내용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웅평 대위의 마음에 회의(懷疑)를 갖게 한 것은 그 당시 남한에서는 쓰레기통에 굴러다녔던 농심 라면봉지였다. 이 대위가 해변휴양소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을 때 모래사장에 무엇인가 유난히 반짝거리는 게 있어 주워보니 남한 어디선가 바다에 버려졌던 알루미늄 농심라면 봉지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라면의 변질을 막기 위해 알루미늄 봉지를 사용했는데 견고성도 놀라웠지만 그 위에 인쇄된 선명한 사진들이 변질되지 않고 거기까지 왔는지 그제서야 남한의 일반 과학기술이 앞서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남한방송을 관심 있게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요인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은 결국 그 체제 속에서 살다온 탈북자들이다. 이들이 폐쇄된 체제 속에 살고 있는 동포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 고안한 것이 대형비닐풍선으로 삐라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실용적인 물품을 보내고 있다. 북한은 산이 황폐화하여 뿌려진 전단지와 상품은 쉽게 눈에 뜨이게 되고 군인을 포함한 많은 민간인이 모자라는 먹을거리를 산에서 구하려하기 때문에 고무풍선이 심리전에선 가장 효과적이란 결론을 내렸다. 
 
 전단과 함께 보내지는 물품을 보면 잘 헤어지지 않는 나일론양말, 여자면 한번 신어보고 싶은 스타킹, 어느 병에도 기본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스피린, 오래 쓸 수 있는 볼펜(북한은 볼펜심을 만드는 기술이 없음), 1회용라이터(성냥이 귀하다고 함), 1회용 면도기, 미화 1불(북한에선 노동자 한 달 치 급여임), CD등 한결 같이 그 체제 속에 살아보지 않고는 선정하기 힘든 품목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한된 예산에서 대형비닐풍선을 제작했는데 그 실용성과 과학성이 뛰어났다. 우선 풍선의 기능면에서 고무보다 공기저항을 덜 받고 속도를 낼 수 있는 비닐 백을 택했으며 크기는 가로 1.8m, 길이가 11m로 운반임무를 다하고 땅에 떨어졌을 때는 주민들이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 즉 유리창에 유리 대신 쓸 수 있고 우비나 심지어 김칫독으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비닐은 그곳에서는 아주 값지게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비닐풍선에는 전단지와 물품들을 7kg 정도 매달아 보낼 수 있는데 이 또한 과학적으로 고안되었다. 비닐풍선에 매달은 보따리는 3개로 1시간 정도 날아가면 수소가 줄어 고도가 낮아지기 시작하는데 이때는 이미 비무장 후방으로 첫 보따리를 낙하시킨다. 좀 가벼워진 풍선은 다시 3시간 정도 고도를 유지하는데 이때는 이미 사리원 상공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보따리는 5시간 후에 떨어지는데 평양근방이라고 한다. 
 
 풍선과 보따리 사이에는 산성용액을 칠해 일정시간이 지나면 비닐 끈이 녹아 끊어지는 방식을 취했다. 이는 용액의 농도에 따라 끊어지는 시간을 1시간,  3시간, 5시간으로 등급을 정했다. 
 
 본격적인 풍선 날리기는 1,365개의 비닐 백을 날려 보낸 작년에 시작되었는데 예상을 넘는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북한당국은 10차례에 걸쳐 한국정부에 중단을 요구해왔다. 휴전선에 재설치된 대형스피커는 폭파표적이 되지만 비닐풍선은 공격받을 위험이 전무하다. 이것이야말로 폐쇄된 북한을 깨우치게 할 수 있는 ‘남한의 어뢰’라 할 수 있다.
 
 풍선 하나의 비용은 12만원(캐나다화 100달러 정도)이다. 한국인이 1년에 종교기관에 헌납하는 금액이 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 중 1%인 500억 원으로 풍선을 만들면 40만 개를 제작할 수 있다. 40만 개의 ‘비닐어뢰’가 북한을 공략하면 판도가 전혀 달라질 것이다. 3.1 운동처럼 국민운동으로 점화해볼만하다고 본다.

(문종명 과학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