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경제예측가들은 아직도 북미경제의 더블딥(double dip: 이중침체)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그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유럽발 금융위기 가능성이다. 국가재정상태가 취약한 일부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확산되면 유럽경제가 다시 불황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더블딥은 중국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함께 북미경제에도 커다란 부담이 되어 북미경제를 다시 불황국면으로 떠밀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발표된 유럽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경제예측가들의 지대한 관심사가 되었던 이유다.
유럽연합의 은행감독위원회Committee of European Banking Supervisors는 유럽연합 국가 중 20개국에 소재한 91개 유럽은행들을 상대로 만일 유럽경제 여건이 현재보다 훨씬 더 악화되었을 경우에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였다. 경제여건의 악화는 국가재정상태가 취약한 나라들의 국가부도 가능성의 증가와 이들 국가들의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인한 국채수익률 상승(채권값 하락)을 비롯해 경제성장률의 둔화와 실업률 상승을 포함한다.
은행감독위원회는 유럽 각 나라들의 국채가격이 내려가고(네덜란드 2% 정도, 그리스 20% 이상), 내년에 경제성장률이 0.4% 하락하고, 실업률이 현 9.6%에서 11%로 올라갔을 경우에 이들 은행들이 위험가중치자산 대비 자기자본율을 기준치인 6%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를 검토했다. 앞에서 언급한 국채수익률의 상승은 은행들이 보유한 국채의 시장가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은행자산 가치의 하락을 뜻한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실업률 증가는 실물경제활동의 위축을 의미하기 때문에 은행 대출자산의 부실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전반적인 경제여건의 악화는 결국 은행들의 결손과 이로 인한 자기자본 잠식을 초래한다. 자기자본율이 기준치 이하로 내려간 은행은 아예 문을 닫거나, 인수합병 되거나,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대상이 된다. 다행히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우려했던 것처럼 나쁘지 않았다. 불합격한 은행은 91개 중 고작 7개에 불과했다. 이들 은행들은 필요하면 정부로부터 자금수혈을 받아 자기자본율을 6 % 이상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결과에 대한 시장반응은 지극히 미온적이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우려했던 것처럼 나쁘지 않은데 대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테스트 조건이 너무 느슨한 데서 나온 결과라고 보는 이들이 많아 반드시 환영할 만한 결과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이번 테스트 조건이 작년 5월에 있었던 미국은행들을 상대로 했던 조건처럼 까다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의 미국경제는 대공황의 가능성을 직시하고 있던 몹시 불안한 때였지만 지금의 유럽은 성장세의 둔화 내지는 완만한 불황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한 단계 낮은 위기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 지금 유럽연합에 적용해야할 조건은 작년 미국 것과는 같을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지금까지의 시장반응을 보면 은행 간의 단기자금 사정을 나타내는 3개월 만기 미화 LIBOR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는 그 후 조금 올랐으나 재정 취약국가들의 국가신용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 프리미엄은 오히려 내려갔다.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은 유럽은행 테스트 결과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커다란 하품a big yawn’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그러나 이번 테스트로 인해 유럽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완전히 불식되었다고 보는 이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유럽은행들의 재정실태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표면화되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유럽은행들의 건전성이 입증되었다고 해서 유럽 재정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재정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다만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그렇지만 금융위기를 유발하지 않는 재정위기 자체는 그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이번 테스트는 나름대로 큰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재정위기의 위험성은 단기적인 것과 장기적인 것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단기적 위험은 재정위기의 극복을 위한 세금인상 및 정부지출의 삭감이 경기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인데 이는 이미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에 반영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큰 위험으로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일부 국가들의 부도 가능성이 아직도 상존하고 있고, 이들 국가들의 국민소득 대비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비율을 개선해야 할 큰 일이 남아 있다.
다행이도 최근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같은 유럽 재정취약 국가들의 국채수익률이 많이 안정되고 있음을 볼 때 투자자들의
눈에는 이들 국가들의 장기적인 재정악화의 위험성이 그렇게 크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위험요소가 제거된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의 시장반응으로 미뤄볼 때 유럽경제 성장세의 둔화는 피할 수 없겠지만 전반적인 더블딥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는 북미경제가 한 가지 커다란 부담을 덜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북미경제가 순풍을 타고 성장세를 계속할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미국 부동산시장은 아직도 꽁꽁 얼어붙어 있고, 소비자 신뢰지수와 소매업 매출도 약세이고, 기업인들의 설비투자 의욕도 저조해 금년 하반기에 성장세 둔화는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사실 요즘 나타나는 미국경제의 위축현상은 유럽 재정위기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되지 않나 하는 두려움으로 인한 소비와 투자활동의 위축이 그 원인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유럽은행 테스트 결과는 이러한 두려움을 일부 해소시켜줌으로써 경제활동 회복에 조금이라도 도움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 미국경제 성장세 둔화의 대부분은 작년 후반기부터 시작된 가파른 성장세가 일단 주춤하면서 보다 지속적이고 완만한 성장세로 이어지는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일시적인 성장세의 둔화가 반드시 더블딥의 시작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