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병균의 90%는 끊임없이 섭취하는 음식물과 호흡을 통한 공기로부터 침투되기 때문에 병균과 싸우는 백혈구의 80% 이상이 장기관과 호흡기관에 전진 배치되어있다. 장기관과 호흡기관이 신체 최전방으로 간주되다보니 후방격인 기타 기관들은 병력이 부족해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암(癌)이다. 암은 자기 자신의 변질된 세포가 증식되어 커지는 일종의 반역세력이다. 이 암세포는 증식되기 전에 백혈구가 찾아서 제거해야 하는데 수십조 개에 달하는 인체세포를 제한된 병력으로 색출하기가 쉽지 않아 암으로 발병되곤 한다. 초기암 단계에 들어서면 면역기관에서 백혈구를 증식시키기는 하지만 이미 뒤늦은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의학계에서는 일부 전방병력을 후방으로 이송하는 방법과 백혈구를 증산시키는 방법을 오래전부터 연구해왔으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면 어떻게 변질된 세포를 색출, 제거해 암을 막을 수 있을까? 바로 외부에서 백혈구역할을 하는 미생물을 제조해 비타민 영양제처럼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방법이다. 어떻게 보면 공상추리 같지만 생물학계에서는 이미 미생물을 조작해보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합성생물학이라 한다.
합성생물학에 관심이 높아지기는 지난 2000년 유전자 염기서열Genome 해독을 주도했던 미국의 크레그 벤터Craig Venter 박사팀이 이번에는 서로 다른 박테리아의 염기를 연결시켜 이식시켰는데 이를 받은 박테리아가 자기증식하는데 성공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없었던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박테리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식량증식을 위해 같은 종(種)의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동물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복제는 했어도 전혀 다른 종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앞으로 상체는 인간이고 하체는 말(馬)같은 생명체가 자연스럽게 잉태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합성생물학은 어떻게 백혈구를 조작할 수 있나 살펴보자. 우리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피세포에서부터 뼈세
포까지 동일한 한 종류의 DNA를 세포핵 속에 갖고 있는데 그 속에 언어를 구상할 수 있는 있는 정보에서부터 암세포를 식별하고 공격하라는 정보가 염기 속에 기록돼있다. 바로 합성생물학은 암세포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기록된 염기를 찾아 인체 내에 공생하고 있는 박테리아 DNA에 이식시켜 복용하면 박테리아가 암세포를 찾아 공격한다는 이론이다.
물론 이 단계까지 가려면 수많은 난관이 있다. 우선 인간 염기가 32억 쌍인데 그 속에 어떤 염기가 암세포를 식별하는 정보를 가졌는지 해당염기를 찾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염기정보를 찾아 맞춤형 박테리아만 만들면 대량생산은 박테리아 증식으로 자연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용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지난 10년 전서부터 나노Nano 기술이 개발되었지만 대량생산이 안 되어 생각만큼 발전이 없었다. 나노수퍼 강철의 경우 3억 개의 나노분자를 합쳐보았자 불과 1mm입방의 물질을 만들 수 있어 경제성이 없다. 하지만 합성생물학이 연구하고 있는 맞춤형 미생물은 미생물 스스로 복제하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의약품은 화학물질로 이뤄져 복용 시 신체에 부작용이 많이 발생했다. 하지만 맞춤형 미생물로 약을 만들 경우 자연치유 같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합성생물학자들은 믿고 있어 21세기는 화학의약품보다는 미생물의약품이 주종을 이룰 전망이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은 결국 수익성이 좋은 의학계에서 계속 연구 발전시키겠지만 지금 당장 인간이 직면한 온난화문제를 합성생물학이 완화시킬 수 있는지를 미국의 에너지국과 환경청은 모색 중이라고 한다. 즉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를 가장 많이 상쇄시켜주는 생물이 바다에 사는 플랑크톤인데 바다오염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플랑크톤의 염기를 증식이 빠른 박테리아와 합성해 대량 살포해보자는 의도다. 인류생존을 위해 서둘러야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