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오바마정부가 1,500억불 상당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작년 집권 초기에 발표했던 8천억불 상당의 1차 부양책에 비하면 아주 소규모다. 1,500억불 중에서 500억불은 고속도로, 철도 및 공항 건설 같은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대한 지출이고, 1천억불은 기업들의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로 인한 앞으로 10여년에 걸쳐 나타날 세금절감(일시 전액감가상각을 통한) 효과이기 때문에 우선 당장 나타나는 효과로 보면 1차 부양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소규모 패키지다. 그러면 오바마정부는 왜 이 시점에서 이런 정책을 내놓았을까? 배경과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배경에는 당장 두 달 앞으로 다가온 11월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각종 경제지표가 암울할뿐더러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사실이 깔려있다.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경기회복세의 둔화로 인한 높은 실업률이다. 물론 이렇게 미미한 경기부양책을 당장 시행한다고 해서 두 달 안에 효과가 눈에 보일만큼 나타날 리 없다. 그러면 왜 이런 정책을 내놓았을까?
정책의 성격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부양책은 효과가 비교적 빠르고 가시적인 사회기반시설 확충 및 기업들의 생산설비투자(패키지의 1/3)와 효과가 느리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연구개발투자의 장려(패키지의 2/3)로 구성돼 있다. 주의할 점은 당장 소비를 촉진하는 사탕발림정책이 아니고 장래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긴 안목의 정책이다.
이 뒤에는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반대가 불 보듯 훤한 마당에 정부는 이 정책이 단기효과만을 노리는 선거용 공약이 아니고 국가장래를 내다보는 장기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공화당이 협조를 거부할 명분을 찾기 힘들게 하는 전략이 깔려있는 것 같다. 마지못해 공화당이 협조해주면 이 정책의 단기효과(주로 심리효과)를 조금이라도 건질 수 있을 것이고, 끝까지 거부하면 그들에게 공격의 화살을 돌릴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만일 공화당의 마지못한 협조 하에 이 정책이 시행되면 앞으로 2년 후에 있을 대선 때까지는 이 정책의 상당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소규모 정책인가? 첫째 이유는 국가재정능력의 한계다. 이미 재정적자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와있고 국가부채도 위험수위에 가까워지는 현 단계에서 대규모 부양책은 자금조달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사실상 현 시점에서 대규모의 부양책은 필요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1차 부양책 때에는 세계경제가 대공황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하는 절박한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사뭇 다르다. 경기회복의 둔화가 자칫하면 또 다시 불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최근 연방준비위원회FRB도 필요하다면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정책을 재가동하겠다고 이미 발표한 것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정부는 비교적 소규모이지만 적절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병행으로 힘을 잃어가는 경기회복세를 되살리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연방준비위는 양적완화 이외에도 일반은행들의 예치금(지불준비금)에 대한 이자율도 현행 0.25%에서 아예 0%까지 내리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발표했다. 이 모두 은행들로 하여금 보다 많은 대출을 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이다.
요즘 매스컴에서 양적완화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양적완화QE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는 흔히 말하는 이자율정책과 양적완화정책이 있다. 이 두 정책이 모두 통화량으로 이자율을 조절하는 정책이라는 면에서는 다른 점이 없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이자율정책은 중앙은행이 단기국채Treasury Bills 시장 개입을 통해 단기기준이자율(은행 간의 단기자금 거래에 적용되는 Federal Funds Rate)을 조절하는 것을 지칭하는 반면, 양적완화정책은 중앙은행이 장기국채 및 부동산담보대출증권Mortgage-Backed Securities 같은 장기증권의 매입을 통해 장기이자율의 하락을 유도하는 정책을 말한다. 단기기준이율이 사실상 0% 가까이 내려간 상황에서 더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양적완화정책을 통해 금융권에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 은행대출을 늘리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이 두 정책을 통해 한없이 자금을 풀어 장단기 이자율을 내릴 대로 내려도 은행들이 대출하지 않고 기업과 소비자들이 은행창구를 찾지 않으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는데, 이럴 때에는 경기부양 재정정책이 수반되어야 통화정책이 제 구실을 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추가부양책은 이런 측면에서도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오바마정부는 연방준비위의 통화정책에만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추가부양책을 내놓은 것 같다. 중간선거가 임박하기 전인 몇 달 전에만 이 정책을 발표했어도 선거용이라는 비난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