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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칼럼
'초자연주의'에서 '자연주의'로
- 김용호 (yongho@koreatimes.net)
- May 29 2017 04:03 PM
정강길 몸학기독교연구소장
초자연주의(super-naturalism)란 자연을 벗어난 초자연적 실체나 원인을 상정한다. 초자연적 원인이나 존재가 자연의 인과 법칙을 깨고 개입할 수 있다고 보는 사조다. 그러나 현대과학에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데, 이를 수용할 경우 해당 사건에 대한 분석과 해명을 시도할 때 그 원인을 초자연적 원인이나 존재의 탓으로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세계가 존재하는 가장 궁극적인 ‘제1원인’의 자리는 결국 초자연적 존재(원인)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그와 달리 자연주의(naturalism)는 자연 속에서 얼마든지 자연에 대한 설명과 그 원인 근거들을 찾을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것은 과학적 탐구에 적합한 사조로 보고 있다.
오늘날 보수 기독교 진영에서는 초자연주의를 결코 포기할 수가 없다. 이는 창조론을 주장하는 창조과학이나 지적설계론 두 진영 모두에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진화론적 유신론을 표방하는 진보 기독교 진영조차도 초자연주의 요소는 온전히 극복되지 않은 실정이다. 초자연주의가 남아 있는 한 반지성주의 역시 정당화될 위험성이 잔존한다.
초자연주의 신앙을 버리면 자연의 신비나 신(God)에 대한 신앙 역시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는데, 이는 초자연주의와 ‘신비주의’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데서 나온 착각이다. 신비주의(mysticism)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있어온 것이지만, 지금까지의 온갖 합리적 해명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게 되는 모름과 물음의 영역들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초자연주의와 구분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필자는 과학 이전과 과학 이후를 달리 본다.
① 과학 이전 - 초자연주의와 신비주의가 미분화된 혼재 상태
② 과학 시대 - 근대 자연주의 과학의 등장으로 초자연주의 믿음과 충돌
③ 과학 이후 - 자연주의적 과학과 신비주의 요소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 가능
오늘날 현대과학이 자연주의를 채택하는 것은 신비주의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초자연주의를 제거하면서 이를 합리적 해명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일 뿐이다. 그럼에도 신비는 여전히 남는다. 실제로 자연의 신비는 이미 자연주의를 받아들인 과학자들조차도 더 깊이, 더 크게 느낀다고 고백한다. 또한 신(God) 존재에 대한 신앙도 가능하다! 오히려 더 깊다! 바로 그 지점이 이미 나온 바 있는 화이트헤드(A. N. Whitehead)의 ‘자연주의적 유신론’에 해당한다. 여기서는 자연주의를 무신론과 유물론주의와 명확히 구분해 쓴다. 자연주의를 받아들여도 전혀 유물론주의가 아닌 것이며, 신과 세계의 활동성을 말할 수 있는 자리 역시 분명하게 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현대과학의 성과와도 전혀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다.
우리 안에 불통 영역들이 많아질수록 그 종교는 폐쇄적 믿음의 자족적 집단으로만 전락할 수 있다. 이는 결국 본래 종교의 의미를 상실해버린 종교 퇴행과 소멸의 징후에 속할 뿐이다. 소통하지 않는 종교, 혁신하지 못하는 종교는 이제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종교도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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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yongho@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