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 부러지고 광대뼈 함몰

재활치료 받는 4·23 참사 부상자 소라씨



  • 정재호 (jayjung@koreatimes.net) --
  • 01 Jun 2018

팔짱 끼고 걷던 절친 사망소식에 충격 "보살펴준 친구들과 한인사회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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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잃은 슬픔을 한인사회의 도움으로 극복하고 있어요.”

‘4·23 노스욕 참사’의 한인 부상자 중 한 명인 소라(23)씨가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힘들게 입을 열었다.

 

사건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현장 사진에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던 여성이 바로 소라씨였다.

처음엔 사망한 붕어빵집 아르바이트생으로 잘못 알려져 한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사망 통보가 되기도 했고, 생존이 확인된 후에는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정소희씨와 절친한 친구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산 당사자다.

1995년생 동갑인 소라씨와 소희씨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3년 동안 함께 룸메이트로 지낸 ‘베프(베스트프랜드)’였다. 주변 친구들은 소라씨와 소희씨가 “껌딱지처럼 항상 붙어 다녔다”고 묘사할 정도였다.

사고 한 달여 만에 본보와 만난 소라씨는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그땐 이게 진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인지 실감할 수 없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라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1시께 소희씨와 노스욕 영/핀치에 있었다.

소라씨는 “사거리에 있는 TD은행에 들렀다가 기말고사 공부를 위해 노스욕센터 도서관으로 가는 중이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소희와 팔짱을 끼고 웃으며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청난 충격을 받고 정신을 잃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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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 미나시안(1급 살인혐의로 기소됨)의 차량은 보지도 못했으며 어느 쪽에서 받혔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고.

그는 자신이 앞쪽으로 쓰러진 것과 뒷머리에 엄청난 혹이 난 것으로 미뤄보아 차량이 뒤편에서 덮친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분명히 소희와 웃으며 길을 걷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온몸이 아프고 얼굴이 피범벅이 된 상태였다.

손을 더듬어 소희부터 찾았는데 옆에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피도 안 났고 쓰고 있던 모자도 그대로였다. 그래서 소희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소라씨의 부상은 심각했다. 충돌 당시의 충격으로 안와(눈 주위 뼈)가 골절됐고 광대뼈는 함몰됐다. 코뼈도 부러졌으며 턱도 내려앉았다. 머리 부위는 찢어졌고, 왼쪽 다리엔 찰과상을 입었다. 갈비뼈도 4군데나 부러졌으며 가슴 중간 흉골도 부서졌다. 이 충격으로 폐가 압박돼 기흉도 생겼다.

그는 “정신을 차렸을 때 치아가 다 빠진 줄 알았다. 알고 보니 턱뼈가 빠지면서 혀로 치아를 못 느끼게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을 차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해 소라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그 와중에도 소라씨는 친구의 안부를 걱정했다.

그는 “구급차에서 소희의 옷차림과 인상착의를 알려주면서 어떻게 됐는지 물어봤다. 응급요원들이 다른 병원에 갔을 수 있다며 일단 치료를 받자고 했다”고 전했다.

응급치료가 시작되자 유학생인 소라씨의 머리를 스친 것은 병원비였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부담이 될까 걱정됐다.

소라씨는 “유학생들 사이에선 병원에 실려 가면 파산한다는 괴담이 있다. 머리가 찢어져 꿰매려는데 비용이 얼만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요원들이 보험으로 다 커버되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켜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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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도착해 턱·광대 복원 수술 등을 받았다. 엄청난 고통에 진통제를 너무 많이 맞아 쇼크가 오기도 했다.

중환자실에 있으면서도 매일 소희씨가 어떻게 됐는지 물었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사망 사실을 들은 것은 입원한지 5일 후였다.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자 사회복지상담가가 소희씨의 사망 소식을 알려줬고, 뭔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고 오열했다.

그는 “사실 나 자신보다 더 아끼던 친구였다. 평생 함께할 친구라고 생각했다. 분명 눈만 감고 있고 상처도 없었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때 많은 도움을 준 것이 그의 친구들이다. 소라씨의 학교 친구들은 번갈아 가며 밤낮으로 그의 곁을 지켰다. 그 덕분인지 소라씨는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소씨는 “너무 괴로웠지만, 친구들이 힘이 많이 됐다. 특히 정수·은비·모현·한영·도은·연우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토론토 한인사회도 온정의 손길을 보냈다. 밀알교회와 평통 측은 50명의 자원봉사자를 꾸려 피해자 가족들에게 차편과 통역서비스를 제공하고 매일 편의를 봐주는 등 신경을 썼다고.

소라씨의 어머니 김은영씨는 “정작 한국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한국인의 정을 토론토에서 경험했다. 정말 성심성의를 다해 도와주셨다.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소라씨는 현재 퇴원해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다 일주일 전부터는 조금씩 걷고 있다. 턱 교정기도 지난 30일 제거했다. 학교(토론토대)에서 제공하는 정신상담도 받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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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를 통해 한인사회 성금(2천 달러)도 받았으며 피해자서비스(빅팀서비스)에서도 매주 500달러씩 식비를 제공한다. 통신비(200달러 일시불)도 받았다. 숙박비는 피해자서비스 측에서 해결해주고 있다.

소라씨는 “앞으로 소희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기로 했다”면서 “친구들과 토론토한인사회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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