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 래 시 백 한 국 영 화 1 0 0 년 <9> 충무로의 기인 김기영 감독과 ‘하녀’ (하)

“저 X 죽여라”…



  •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 --
  • 14 Jun 2019

부인 관객들 분노 불러낸 ‘하녀’ 시대적인 배경, 시대 정서가 영화를 많이 결정


부인 관객들 흥분시켰던 ‘사실주의 영화’ 
오늘날 ‘하녀’는 한국영화의 클래식이자 심리주의 스릴러로 평가받지만, 정작 개봉 당시에는 동시대 상황을 정직하게 그린 사실주의 영화로 받아들여졌다. 김기영 감독은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시대적인 배경, 시대 정서가 영화를 많이 결정한다. 그때 관객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영화를 보러 온 부인들이 가정부 때문에 얼마나 골치가 아팠던지 영화를 보며 마구 일어나서 ‘저년 죽여라’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집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감독의 해석이 응축된 공간이다. 흑백TV와 피아노를 장만하고 카레라이스로 한 끼를 때우지만 벽에는 한국 전통의 탈이 베토벤의 데드마스크와 함께 장식으로 걸려있고, 본 부인은 한복을 입는 등 전근대와 근대가 불균질하게 혼재된 집안의 풍경에는 묘한 긴장과 불안이 감돈다. 계단은 신분상승을 꾀하는 하녀의 욕망과 하층민으로 몰락할지 모른다는 주인 일가의 공포가 수직으로 교차하는 격전의 장소다.

‘전근대적 질서와 근대성의 충돌, 계급의 대립과 섹슈얼리티의 위협’으로 요약되는 김기영 영화의 주요 바탕은 ‘하녀’에 이르러 온전히 정립된다. 이후 감독은 ‘화녀’(1971)와 ‘화녀 82’(1982), ‘충녀’와 ‘육식동물’(1984)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배경을 달리하며 25년에 걸쳐 ‘하녀’의 인물과 이야기, 공간과 미장센을 끈질기게 변주하고 반복한다.

기인 거장의 기괴했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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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수 감독의 ‘하녀’ (2010). 김기영 감독의 동명 영화를 새롭게 만들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죽어도 좋은 경험’(1990)을 창고에 박아두어야 했음에도 노장이 된 김기영은 만년까지 포기하지 않고 영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1997년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회고전을 갖는 등 영화광들에게 재발견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은 그는 스스로 “마지막 걸작“이라 규정지은 ‘악녀’와 한국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가족의 연대기 ‘아라리 전설’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악녀’의 시나리오는 ‘하녀’의 새로운 변주였다.

하녀와 중산층 집안의 대립은 간호사와 산부인과 의사 집안 사이로, 쥐약은 쥐 만두로 바뀌었고, 원장부인은 ‘충녀’를 상기시키듯 양계장을 하는 다른 남자를 만나 병아리를 잡아다 참새구이로 속여 판다. 이 ‘마지막 걸작‘은 김기영 평생의 모티브를 집대성한 역작이 될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1998년 2월 5일 새벽 3시경, 거장은 불길에 휩싸인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자택에서 여든을 목전에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두 차례나 노부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한 전력이 있는 곳임에도 ”그런 집일수록 나에게 어울린다“며 호기롭게 매입한 흉가였다고 한다.

‘하녀’는 한 편의 영화를 넘어서 한국 영화의 무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박쥐’(2009)는 김기영에 대한 박찬욱의 응답과도 같은 영화이다. 한복집이면서 사람들이 모여 마작을 하는 일본식 적산가옥, 신부를 통해 욕망에 눈뜨고 뱀파이어가 되는 태주(김옥빈)는 영락없이 ‘하녀’의 양옥과 하녀를 닮아있다. 임필성의 ‘마담 뺑덕’(2014) 또한 시골에서 상경한 여성이 남자의 집안을 파탄낸다는 김기영식 치정극의 플롯에 기반하는 등 ‘하녀’가 후대의 한국영화에 끼친 영향과 흔적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어렵잖게 발견된다. 비록 김기영은 떠났지만 그의 그림자는 여전히 남아 한국영화의 후대에 영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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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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