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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닌 사람
- 오피니언 관리자 (opinion@koreatimes.net)
- Jun 14 2019 06:55 PM
민경훈 LA한국일보 논설위원
조 바이든은 1942년 펜실베니아, 스크랜튼에서 아일랜드계 어머니와 아일랜드를 비롯한 여러 나라 피가 섞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시라큐즈 로스쿨에서 공부하며 변호사 자격증을 땄으나 법률공부나 변호사 일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훗날 법률공부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지겨운 일”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이 기간 그에게 일어난 가장 중요한 일은 부잣집 딸인 닐라 헌터를 만난 일이다. 그는 닐라에게 “서른에 연방 상원의원이 된 후 대통령까지 하겠다”고 약속했고 그에게 반한 닐라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와 결혼했다.
그 후 그는 1969년 뉴캐슬 카운티 의회 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이를 발판으로 1972년 연방상원에 도전해 현직 공화당 상원의원이자 원로인 케일렙 복스를 물리치고 연방 상원의원이 된다. 그의 나이 서른 때였다.
그러나 전도가 창창할 것 같은 젊은 정치인에게 날벼락이 떨어진다. 선거에서 이긴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72년 12월 아내와 아이들이 탄 차가 트레일러에 받히면서 아내와 1살짜리 딸은 현장에서 즉사하고 두 아들은 중상을 입은 것이다. 두 아들은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나 바이든은 이때 받은 충격으로 한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독실한 신자였던 그는 이때 처음으로 신의 존재를 의심하며 분노한다. 그의 절망은 3년 후 지금 아내인 질을 만나면서 걷히기 시작했다.
그는 내리 3선에 성공한 후 여세를 몰아 1987년 대선에 도전하지만 표절 시비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그가 한 연설이 영국 노동당 닐 키녹을 본 딴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거기다 로버트 케네디와 휴버트 험프리 연설을 표절했고 대학 시절에도 표절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는 대선 출마를 철회한다.
2008년 다시 대선에 도전했지만 이때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신인 정치인이었던 버락 오바마가 힐러리 대세론을 잠재우며 혜성같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이오와에서 전체 표의 1%도 얻지 못하고 5위를 하자 그는 대선 도전을 또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그의 비극은 끝이 아니었다. 그가 애지중지 하던 아들이자 차기 델라웨어 주지사로 유력시되던 아들 보가 2015년 뇌암으로 사망한 것이다.
그 조 바이든이 2020년 대선에 세 번째 출사표를 던졌다. 그의 출마와 함께 20명 가까이 바글대던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은 벌써 마무리 되는 분위기다. 아직 1년 반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현재 당내에서 그의 입지는 견고하다.
그의 지지율은 35%로 2위인 버니 샌더스는 17%, 3위 엘리자벳 워런은 9%, 나머지 군소 후보들은 낮은 한 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가 이처럼 압도적 1위를 하고 있는 것은 대다수 민주당 유권자들이 후보 선택기준 첫 번째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좋아하는 폭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와 트럼프가 붙을 경우 바이든이 49대 38로 여유 있게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샌더스는 46대 41, 워런은 43대 41로 오차 범위 이내다.
이 조사 결과는 민주당 일부 극렬 지지층의 ‘모든 사람을 위한 메디케어’ ‘그린 뉴 딜’ ‘학자금 전액 탕감’ 등 극단적 처방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음을 보여준다. 이들 주장이 이상적일 지는 몰라도 막대한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가장 진보적인 주의 하나로 버니 샌더스의 고향인 버몬트에서도 ‘모든 사람을 위한 메디케어’를 시행하려다 재원 부족으로 포기한 바 있다.
공화 민주 양당 모두 각각 1/3씩 고정표가 있는 미 정치판의 현실을 고려하면 누가 더 중도층을 끌어오느냐가 선거 판세를 결정한다. 그런 면에서 온건 중도 성향의 바이든이 유리하다고 사람들이 보는 것이다.
바이든은 현재 76세로 고령이고 이렇다 내세울 매력이 없다. 그러나 그는 누구처럼 날이면 날마다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고, 포르노 배우와 같이 잔 후 돈으로 매수하지도 않았고, 특별검사를 해임하라고 지시하거나 세금보고서 공개를 거부하지도 않았으며, 특유의 천박스러움과 탐욕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전 재산 37만 달러 미만의 바이든은 가장 가난한 상원의원 중 하나다. 미 국민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비 트럼프 중 누구를 택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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