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파프리카의 변신

달큰 아삭한 김치 담글까, 불맛 입힌 샐러드 만들까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 01 Aug 2019


주간한국 32-33페이지 참조.

 

바로 며칠 , 귀가 솔깃해지는 김치 뉴스 하나를 들었다. 파프리카로 담근 김치가 품평회에서 ‘올해의 김치’로 뽑혔다는 소식이었다. 우리는 현존하는 모든 채소로 김치를 담가 먹을 있다. 순무와 맛이 비슷한 콜라비, 토마토, 심지어는 귤도 김치로 탈바꿈한다. 그렇다면 파프리카를 김치에 쓰지 못할 이유가 있나. 그리하여 파프리카를 넣고 김치를 담갔다. 뉴스에 의하면 포기김치가 올해의 김치로 선정되었으나 이다지도 꿉꿉한 날씨라면 국수를 말아 먹기 좋도록 국물 자작한 열무김치를 만들어도 어울릴 것이다. 파프리카는 맵지 않으며 단맛이 두드러지는 데다가 끝에서 신맛도 살짝 돈다. 따라서 배추나 무를 비롯한 김칫거리의 단맛과 어울리고, 쌉쌀한 맛도 잡아 준다. 또한 아삭거리는 질감이 유쾌해서 양념으로 몫을 한다. 열무대와도 식감이 어우러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60735856_299932007556313_917908296712897624_n.jpg

파프리카로 김치도 담글 있을 정도로 파프리카는 다양한 식재료와 어울리는 식감과 맛을 가지고 있다.

 

파프리카 껍질 손질법

파프리카를 기존의 김치 재료들 사이에 슬쩍 자리 잡아 주려면 어떻게 손질해야 할까. 쪽파나 양파처럼 폭이 좁으면서 길게, 말하자면 성냥개비와 비슷하게 썰어 주면 된다. 씻은 최대한 균일하게 모양을 잡아 있도록 윗동과 아랫동을 썰어낸다(썰어낸 부분은 볶음 같은 다른 조리에 쓴다고 마음을 굳게 먹지만 대체로 칼질을 하면서 집어 먹게 된다). 씨를 통째로 발라내고 세로로 썰면 파프리카가 평평하게 펼쳐진다. 바깥쪽이 도마에 닿도록 올리고 드문드문 보이는 부분을 칼날을 수평으로 눕혀 가볍게 발라낸다. 이제 그대로 착착, 길이대로 썰면 셀로판질의 질긴 껍질에 크게 방해받지 않는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파프리카 면의 질감 차이는 사뭇 두드러진다. 미심쩍다면 껍질이 위를 보도록 도마에 올려 썰어 보자. 일단 질긴 껍질부터 공략하느라 칼에 힘이 많이 들어가니 은근히 가지런히 썰기가 어려워지고, 또한 잘린 면도 고르지 않다. 다시 뒤집어 썰어 보면 지금까지의 칼질이 사뿐사뿐, 가벼웠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사실 껍질이 중요하기는 중요하다. 파프리카 전체의 구조를 지탱해 주므로 껍질을 어떻게 손질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있기 때문이다. 통통하고 둥근 모양이 종을 닮았다고 해서 파프리카는 페퍼(Bell Pepper), 혹은 단맛이 두드러져 스위트 페퍼(Sweet Pepper) 일컫는다. 녹색과 빨간색이 양대 색상인데 청고추가 익으면 홍고추가 되듯, 파프리카도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뀐다. 밖에 품종에 따라 오렌지색, 아주 연한 연두색, 가지와 흡사한 보라색을 띠는 것들도 있다.

껍질을 살리면 다른 식재료의 껍데기 혹은 그릇의 역할을 있다속을 비워 살짝 데친 파프리카 안에 고기와 토마토, 등을 넣어 채우면 맛뿐 아니라 모양도 예쁘게 잡을 있다.

이렇게 밑준비를 마친 피망 그릇은 어떤 식재료로 채우면 좋을까. 피자와 동그랑땡의 중간 어딘가를 목표로 삼아 고기와 토마토에 치즈를 더해 모든 재료를 한데 버무려 마무리한다. 중불에 기름을 둘러 달군 팬에 양파와 마늘을 먼저, 고기(돼지고기도 상관 없지만 쇠고기가 조금 어울린다) 나중에 더해 붉은 기가 가실 정도로 볶는다. 대접에 옮겨 날린 모차렐라를 비롯해 녹는 치즈와 쪽파 등을 섞은 파프리카에 채워 180℃로 데운 오븐에 25~30 굽는다. 치즈를 조금 남겨 두었다가 속을 채운 파프리카 위에 얹어 구우면 한결 맛있다. 밥이 있다면 다른 재료에 슬쩍 섞어 채워도 좋다.

 

papri02.jpg

파프리카는 윗둥과 아랫둥을 자르고 성냥개비와 비슷하게 썰어서 손질한다.

 

불에 구우면 잠재력 폭발

껍질을 벗겨 파프리카의 과육은 매끈함과 부드러움이 돋보인다. 직화에 파프리카를 올려 보자. 가정이라면 가스레인지에 그대로 올리는데, 둥글둥글해서 불에서 굴러떨어질 있으므로 석쇠를 받치는 것도 좋다. 직화에 올리면 전체가 버릴 같지만 껍질의 버티는 힘이 의외로 센지라 자신은 까맣게 타더라도 과육은 보호한다. 따라서 파프리카의 겉면이 고르게 시커매질 때까지 가스 불에 그을린다. 파프리카 한두 개의 껍질을 벗기는 가스 불을 활활 피우다니 왠지 빈대 잡느라 초가삼간 태우는 느낌이 든다면 가스캔을 끼워 쓰는 토치를 쓰는 것도 좋다. 다만 불꽃이 좁은 영역에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진짜로 속살까지 태우지 않도록 파프리카를 고루 움직여가며 그을려야 한다. 뜨거우므로 파프리카는 집게로 다룬다.

전체를 고르게 그을려 파프리카가 시커멓게 되다 못해 껍질이 드문드문 벗겨지기 시작하면 종이 봉투에 담아 주둥이를 여며 20분가량 그대로 둔다. 남은 열이 빼앗는 파프리카의 수분이 수증기가 되어 살짝 삶아 주는 효과를 내니 그을린 껍질 대부분이 과육에서 절로 떨어져 나간다. 10분이 지나고도 껍질이 붙어 있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물로 씻어 줘야 하는데, 이때 엄지 손가락으로 표면을 가볍게 문질러 주면 나머지도 떨어져 나간다. 직화와 수증기로 인해 과육이 익어 부드러워졌으므로 꼭지를 손가락으로 당기면 씨도 함께 딸려 떨어진다. 껍질도 꼭지도 씨도 떠나고 과육만 남은 파프리카를 종이 행주 위에 올려 물기를 걷어 낸다.

껍질을 벗겨 내는 것으로 조리의 75%쯤을 마친 셈이라 어떻게든 먹어도 좋다. 직화에 그을렸기 때문에 소위 ‘불맛’이 배어 있다. 조금 과감한 듯한 양념도 어울린다. 껍질째 김치에도 넣어 먹을 있는데 나물도 가능하다. 풋고추나 오이고추처럼 된장에 무치면 여름 반찬으로 맛있게 먹을 있다. 특히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을 정도인 우리의 고추 사랑을 응용하여 풋고추부터 홍고추, 청양고추 등을 취향에 따라 송송 썰어 함께 무치면 더욱 맛있다.

세부 카테고리 작성일
깍둑썰기한 수박에 페타치즈 입에 착~ ‘단짠’ 샐러드 22 Aug 2019
바나나 꽃이 새로운 수퍼푸드로 뜬다 08 Aug 2019
무궁무진한 파프리카의 변신 01 Aug 2019
[이아진의 톡톡푸드] 컬리 플라워 매콤 간장 피클 22 Mar 2018
[이아진의 톡톡푸드] 카레와 돈까스의 절묘한 만남 15 Mar 2018
[이아진의 톡톡푸드] 담백함이 좋다 08 Mar 2018

댓글을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