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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못해 가슴아파"
코로나 희생된 오타와 한인 가족의 사연
- 전승훈 (press3@koreatimes.net) --
- 24 Apr 2020 02:34 PM
한규진씨 한국전 참전용사로 밝혀져
오타와 장기요양원에서 코로나19와 사투끝에 세상을 떠난 한인 한규진(90)씨(22일자 A1면)와 그의 아들 한문종씨의 애틋한 사연을 주류언론이 집중 조명했다.
국영 CBC는 한문종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규진씨의 생애와 그가 감염 후 세상을 떠나기 까지의 과정, 요양원 폐쇄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임종을 지키지 못한 한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한문종씨는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버지께서 치매 초기 진단을 받고 지난 1월 몽포트 장기요양원 입주를 결심했다”며 “3월초 요양원을 방문했는데 그게 마지막 이별의 순간이 될줄 몰랐다”고 말했다.
면회 당시만 해도 고인은 건강한 상태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요양원 직원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곧이어 부친의 몸에서 열이 나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씨는 “이후 요양원으로부터 부친의 상태가 호전됐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21일 새벽 갑자기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드리지 못한 점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래도 요양원 측의 배려로 가족들과 다함께 화상통화를 한 것이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다.
고인은 또한 한국전 참전용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종전 후에 미국으로 건너가 훈련을 받으면서 영어를 배웠고 이를 바탕으로 1967년 부인 정운옥씨와 자녀 3명을 데리고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로 이민했다. 부인 정씨는 지난 2015년 작고했으며 이후 오타와로 거처를 옮겨 아들 한씨와 같이 생활했다.
고인의 장례식은 23일 가족 5명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한씨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화장한 유해를 BC주로 가져가 고국을 위해 헌신하고 가족을 사랑했던 부친을 정식으로 추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