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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목선 1년 만에 또
軍은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나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editor@koreatimes.net)
- Jun 05 2020 02:52 PM
서해 해안 경계 태세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 최근 중국인들이 해상 밀입국 과정에서 우리 군의 감시 장비에 10여 차례 포착됐는데도 군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군의 안이한 경계 태세에 한숨이 나온다.
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5월 20일 중국인 밀입국자 8명을 태우고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를 출발한 1.5톤급 레저보트가 다음 날 오전 태안군 의항리 방파제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13차례나 군 감시망에 포착됐다. 해안레이더에 6회, 해안복합감시카메라에 4회, 열상감시장비(TOD)에 3회가 포착됐는데 경비병이 낚싯배 등으로 오판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경 수사결과 4월 20일 같은 지역 해변에서 발견된 고무보트도 밀입국용으로 밝혀졌고, 지난 4일에는 태안군 신진도리 마도 인근 방파제에서 다시 흰색 고무보트가 발견돼 조사 중이다. 4월 20일부터 한 달 반 사이에 같은 지역에서 세 건의 밀입국 의심 사례가 발생한 것인데, 모두 군과 해경의 감시망을 벗어나는 바람에 주민 신고로 뒤늦게 수사 대상이 된 경우다. 해안선부터 500m까지를 담당하는 육군, 그 밖을 책임지는 해군, 밀입국자 감시와 검거를 맡는 해경까지 해안 경계가 총체적 난맥임을 보여 준다.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귀순 사건에 아연실색한 게 불과 1년 전이다. 당시 군과 해경은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삼척 앞바다까지 와서 날이 밝기를 기다릴 때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항구로 접근한 목선을 본 주민 신고로 뒤늦게 부산을 떨었다. 그런 수모와 창피를 겪고도 달라지지 않은 군과 해경에 아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허술하고 안이한 경계 태세에 안보 불안감을 느끼며 국민은 그나마 고무보트였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군은 감시경계를 소홀히 한 관계자를 조사해 징계할 방침이라는데, 이번 기회에 해안 경계 시스템을 면밀히 점검해 개선· 보완하기 바란다. 해경도 태안해경서장 직위해제 등 인사 조치에 그칠 게 아니라 해상 밀입국 단속 강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무 기강을 다잡는 것이다. 소를 떼로 잃고도 외양간조차 고치지 못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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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editor@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