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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의 유감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Aug 20 2020 09:25 AM
문우일 | 매니토바대·서울대 명예교수
퓰리쳐(Pulitzer) 상을 3번 탄 뉴욕타임스의 기고자 프리드만(Thomas Friedman)은 ‘세계는 BC (코로나 이전 세계)와 AC (코로나 이후 세계)로 나뉘어지고, 우리사회의 모든 생활과 접속 기재들은 디지털화되며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그러면 우리사회와 내 주변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번 여름으로 예정됐던 내 전공분야 학회 중 일부는 코로나 때문에 연기 됐다가 온라인 가상 회의로 전환했다. 5월 초 독일 뷔르츠부르크로 예정됐던 세계기초과학회의는 온라인회의로 바뀌어 나는 지난 주 며칠간 컴퓨터 앞에 앉아 화상으로 참석했다. 독일과 캐나다 시차때문에 새벽 4시부터 컴퓨터 화면만 몇 시간씩 쳐다보면서, 발표자들과는 영상으로 질문하고, 친한 동료가 화면에 보일 때는 화상으로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이제는 집 밖으로 한 발 자국 나가지 않고도 앉아서 전세계 동료들의 논문 심사는 물론 국제학회에 참가하는 시대다. 필자가 거의 매년 참석하던 IGARSS (Int’l Geoscience and Remote Sensing Symposium) 국제학회의 경우 정회원과 학생의 학회 참가비는 미화 300~500달러였는데, 금년에는 온라인 학회로 바뀌며 등록비가 미화 10달러로 내려갔다. 이와 같은 경제적 이유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국제학회 참석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학회에 참석하는 이유는 동료학자들이 발표하는 새로운 실험자료와 이론 등을 듣고 배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과학자로서 동료들의 철학과 인간됨을 배우는 기회이기도 한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론물리학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을 보자. 그는 상대성 원리로 유명해졌고, 반세기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페이스북이나 SNS (온라인 소셜넷워킹 서비스)에서 오늘도 우리는 그를 자주 만난다. 수많은 노벨상 수상 물리학자들 중에서 그만을 만나는 이유는 과학자로서의 그의 특유한 철학과 인성때문이다. 그러므로 책상 앞에서 컴퓨터로 가상학회에 참석하면 그만이냐? 하면 분명 그렇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 판데믹 이후 변하는 것은 학회뿐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이곳 토론토에서 일주일에 한 번 씩 색소폰을 배우고 합주연습하던 골든앙상블 색소폰교실은 코로나 판데믹때문에 몇 달간 쉬었다. 그러나 지난 달부터 온라인 화상으로 모여 서로 얼굴을 보며 섹소폰연주를 하고 강의도 듣기 시작했다. H선생님의 골든앙상블 회원들의 주거지는 세인트 캐서린, 나이아라가, 노스욕, 이토비코, 스카보로, 등 멀리 있지만 이제는 수 십 킬로씩 먼 거리를 운전하지 않고도 화면으로 얼굴을 보고 음악을 연주하고 즐기게 되었다.
유럽의 최고지성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미래학자 아탈리 (Jacques Attali)는 그의 “호모 노마드 (Homme Nomade, 유목하는 인간)”에서 21세기는 사회전체가 디지털화하면서 사람들은 집에 앉아 컴퓨터 플랫폼으로 전세계를 누비는 디지털 노마드 (디지털 유랑자)가 된다고 예언했다. 내 주변의 동료와 연구원들이 학회나 또는 그들만의 연구모임을 가질 때 , 또 음악동호인들이 멀리 떨어져 살면서 화상으로 같이 음악을 연주하고 즐길 때, 우리는 모두 AC(After Covid: 코로나 이후 세계)의 디지털 노마드가 된다. 그러나 이 디지털 노마드들이 컴퓨터 화면에사 보고 듣는 사실과 정보가 전부가 아니다. 우리 일상의 대화와 느낌을 통해 배우던 삶의 지혜와 인성은 어떻게 배워야 할까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야 할 과제다.
BC(Before Covid: 코로나 이전 세계)에서는 국제학회에 가면 동료나 제자들과 만나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고, 끝나면 맥주 한잔을 걸치는 인생철학을 즐겼는데$, 가상 온라인 학회에 참석하거나 또 화상으로 만나 온라인 음악 연주를 하고 즐긴다고 할때, 나는 책상앞에 혼자 앉아 BC, 그 옛날을 무척 그리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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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