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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미사일 능력 재평가가 필요하다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Sep 23 2020 03:31 PM
부형욱 |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북한이 10월 10일, 당 창건일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발 분석이다. 교착된 협상 국면을 반전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불길한 전망이다.
북한이 SLBM 시험 발사를 감행한다면 상황은 다시 얼어붙을 것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이며, 누군가는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이 무너졌다고 장탄식을 할 것이다. SLBM을 가지고 은밀히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으므로 미국이 핵우산을 제대로 펴줄 수 없게 됐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SLBM 능력을 그렇게 봐야 할까. 이번에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하더라도 갈 길이 멀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소련 핵 잠수함을 상대로 미군이 벌인 대잠작전의 역사를 보건대 북한 잠수함은 동해 넓은 바다로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지하화된 마양도 잠수함 기지에서 은밀하게 출동하더라도 곧 감시망에 잡힐 것이다. 일본 열도를 통과하고 태평양에 이른다면 놀라운 일이 된다. 주기적으로 부상해야 하는 디젤 잠수함의 특성상 발각되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SLBM으로 미 본토를 타격하려면 미 서부 해안에서 2,000㎞ 남짓 떨어진 곳 까지 접근해야 한다. SLBM 사거리가 그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시애틀이나 샌프란시스코에서 2,000㎞ 떨어진 곳까지 도달하는 데 최소한 보름 정도가 걸린다. 북한 잠수함 함장은 이 기간 내내 깜깜이 상태로 있어야 한다.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되었다가 그 기간에 대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핵 발사 버튼을 누르기 전에 평양의 지도부와 교신하고 싶을 것이지만 불가능하다. 극초장파(ELF) 통신체계나 군사위성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미치광이 전략을 취하더라도 이런 상태에서 무슨 일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
SLBM만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어설프다. 3년 전, 화성-14형의 대기권 진입 모습이 일본 NHK 카메라에 잡혔다.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동안 ICBM시험 발사를 할 수 없었으니 아직도 그 수준일 것이다.
더구나 북한 ICBM은 액체연료를 사용한다. 연료를 주입하는 동안에 공격받을 수 있다.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발사의 왼쪽(Left of Launch)’이라는 미국의 사이버 공격에도 속수무책이다. 따라서 미 본토가 위험하기 때문에 미국이 우리에게 핵우산을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설’이다.
물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우리에게는 심각한 위협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에는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다. 도로망이나 정보자산이 뒷받침되어야 제대로 된 핵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는얘기다.
미사일 재고도 크게 줄었다. 아버지, 할아버지 시기보다 미사일 도발을 10배가량 더 한 결과다. 남은 미사일의 80~90%는 노후화됐고, 액체연료를 쓰는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이다. 이걸 갖고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북한 핵·미사일 능력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위협이 과대평가되었다면 협상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다. 협상 국면 조성보다 어쩌면 이걸 먼저 따져봐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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