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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 맛 더해주는 비밀 올리브 (상)
-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 --
- 01 Oct 2020 06:08 AM
장아찌처럼 절인 보조식재료 단맛의 방해 없이 짠맛 제대로 내
방구석에서 마음 졸이며 일만 하다가 9월을 맞았다. 올 여름에도 콩국물 신세를 많이 졌다. 국물이야 마트에서 사면 끝이니 소면을 삶고 오이든 토마토든 가지고 있는 채소를 적당히 올린다. 그렇게 금세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데, 특히 점심에 좋다.
국물을 직접 낸다면 모를까, 평범하기 그지 없는 콩국수이지만 그래도 나만의 비밀 재료가 하나 있다. 바로 올리브이다. 적당히 다져 고명으로 얹으면 풍성함을 뚫고 올라오는 짭짤함이 기본 간이 대체로 약한 콩국수의 텁텁함을 덜어준다.
그걸로 모자란다 싶으면 올리브가 담긴 소금물을 한두 작은술 더해도 좋다. 콩국물이 걸쭉하고 차가운 탓에 소금이 아주 잘 녹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래저래 신의 한 수 같다는 생각을 먹을 때마다 한다.
더군다나 올리브는 오이 및 토마토와도 잘 어울리니 고명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칼질조차 하기 귀찮고 간편함의 미덕을 최대한 살리고 싶다면 올리브 몇 개와 국물을 숟가락으로 대강 떠 담으면 된다. 오이든 토마토든 채소는 통째로 먹는다.
짭짤한 반찬이 필요한데 김치는 딱히 내키지 않을 때 올리브로 손을 뻗는다. 예전엔, 특히 여름엔 이 자리는 오이지의 몫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잘 만든 오이지는 찾기 어려워지는 반면 올리브의 접근성이 차츰 높아지면서 본의 아닌 선수교체(?)가 일어났다.
둘이 정확하게 대체 가능한 음식이 아니므로 굳이 ‘본의가 아니라’고 토를 달았다. 절임 음식으로서 모든 느끼함과 텁텁함을 시원하게 갈라줄 만큼의 짠맛을 품었다는 공통점을 가졌을 뿐, 오이지는 오이지이고 올리브는 올리브이다.
김치, 장아찌처럼 절임 음식 올리브
하지만 오이지와 올리브가 은근슬쩍 대체재로 엮일 수 있는 데는 현실에도 책임이 있다. 다들 짜게 먹는다고 난리치는 가운데서도 단맛의 방해 없이 짠맛이 제 목소리를 내는 음식이 별로 없다. 김치는 이미 오래 전에 짠맛이나 신맛보다 고춧가루의 매운맛이나 단맛에 기댄다. 장아찌류는 대체로 달다.
올리브도 결국 절임 음식임을 감안한다면 마음 먹기에 따라 지금보다 얼마든 더 가깝게 두고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국내 생산이 안 되기는 하지만 올리브는 엄청나게 보편적인 식재료이기도 하다. 기름을 일컫는 영단어 ‘오일(oil)’이 사실 ‘올리브 기름(라틴어 ŏlĕum)’에서 왔으니, 모든 기름과 그 원재료 이전에 올리브가 존재했다.
올리브의 서슴없는 짠맛은 사실 궁여지책의 산물이다. 가공을 거치지 않은 열매는 써서 먹기가 어렵다. 녹색이었다가 익으면서 검정색으로 변하고 맛도 좀 더 부드러워지기는 하지만 쓴맛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결국 많은 양의 소금과 소금물로 몇 개월 동안 염지 및 발효를 시킨 뒤에야 올리브는 먹을 수 있는, 아니 맛있는 식재료로 탈바꿈해 깡통이나 병에 담겨 팔린다.
물론 시간이 돈인 현실에서 식품 공학이 팔짱을 끼고 방관할 리가 없다. 가성소다, 혹은 좀 더 적나라한 이름인 양잿물로 올리브를 처리하면 과육에 미세한 구멍이 나면서 소금물의 침투와 쓴맛의 추출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다만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는지라, 대량 가공은 시간을 줄이는 대신 맛도 더 많이 뽑아낸다. 그래서 올리브의 고소함이나 향이 아무래도 약하다.
올리브 활용 요리 -타페나드
■ 재료
검정 올리브 (칼라마타, 니수와즈 등) 250g, 안초비 2쪽(물에 소금기를 헹궈낸다)
마늘 1쪽(다진다), 케이퍼 2큰술, 생바질잎 2~3장, 레몬즙 1큰술, 올리브기름 2큰술
■ 만드는 법
① 올리브를 찬물에 말끔히 씻는다.
② 모든 재료를 손 블렌더(도깨비방망이)의 양념갈이통이나 절구에 담는다.
③ 입자가 적당히 굵은 페이스트가 될 때까지 1~2분(손 블렌더), 3~4분(절구)
갈거나 다진다.
④ 적당한 그릇에 옮겨 담고 랩을 씌워 맛이 어우러지도록 18시간 이상
두었다가 빵에 발라 먹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