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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과 환경단체들이 함께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
- Oct 07 2020 07:39 AM
▲ ‘기후를 위한 학교파업’이라고 쓴 피켓을 든 툰베리
▲ 트럼프와 툰베리 (합성사진)
스웨덴이 최고기온을 기록했던 2018년 8월20일, 15세의 작은 소녀가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 나타났다. ‘기후를 위한 학교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이라고 쓴 피켓을 든 소녀는 폭염 속에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지구온난화를 방치하는 정치인들에게 항의하는 시위였다.
이후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기후파업’을 벌이는 여학생 이야기가 트위터를 타고 확산되면서 동참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석달 후에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 청소년들과 환경단체들이 함께하기 시작했다. 2019년 3월15일 ‘미래를 위한 글로벌 기후 스트라이크’에는 161개국에서 188만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미래가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제가 왜 공부해야 하나요?”
최연소 환경운동가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의 이야기다. 그는 2018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남긴 이 한마디로 유명해졌다.
“당신들은 자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습니다.”
2019년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매섭게 책임을 추궁하기도 했다.
“이건 다 잘못된 겁니다. 저는 여기 있으면 안 됩니다. 바다 반대편 학교에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공허한 말로 내 꿈과 어린 시절을 훔쳐갔어요. 저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입니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생태계 전체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량멸종의 시작점에 있는데 여러분이 말하는 것은 오직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 이야기들뿐입니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습니까?”
2019년 16세의 툰베리는 노벨평화상 후보 1순위에 올랐고(실제 수상은 아비 아흐메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 타임지의 역대 최연소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으며, BBC가 선정한 ‘세상을 바꾼 10대’, 포브스지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 과학저널 네이처 선정 ‘올해의 인물 10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놀라운 성취를 보면 무척이나 용감하고 대단한 운동가가 연상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툰베리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내성적인 십대소녀일 뿐이다. 자폐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회성과 융통성이 떨어지고 한두가지 주제에만 과도한 집중을 보이는 신경정신질환이다. 어쩌면 바로 그 핸디캡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툰베리는 8세 때 본 환경 다큐멘터리에서 바다를 뒤덮은 쓰레기와 플라스틱 때문에 고통 받는 동물들의 모습에 너무 놀라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관해 빠져들기 시작했다. 공부를 할수록 근심은 더 커졌고, 막막하고 두려운 마음에 우울증까지 걸렸던 그는 스웨덴이 가장 더웠던 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홀로 ‘학교파업’을 시작한 것이다.
한편 툰베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다.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집착하고,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난 트럼프는 자신보다 각광받는 ‘꼬맹이’가 몹시 못마땅한 모양이다.
툰베리의 유엔 연설에 대해 “밝고 훌륭한 미래를 기원하는 행복한 소녀”라고 비꼬는 어록을 남겼던 트럼프는 그녀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자 “웃기는 일”이라며 “툰베리는 분노조절 프로그램에나 가야 한다”는 트윗과 함께 타임지의 툰베리 표지사진에 자기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공개해 만인의 분노를 샀다. 2020년 다보스포럼에서도 기후변화 문제로 트럼프와 티격태격했던 툰베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기후변화 이야기를 하는 건 시간낭비”라고 일소했다.
이에 조 바이든은 “대체 어떤 대통령이 10대를 괴롭히냐?”라며 비판했고, 버락 오바마는 “우리 지구의 가장 위대한 변호인”이라며 툰베리를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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