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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닭이 어렵다면,
쫄깃하고 바삭한 넓적다릿살에 도전
-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 --
- 14 Oct 2020 05:59 PM
통닭. 참으로 아름다운 단어다. 음식을 떠올리기 전에 일단 말맛부터 좋다. 접두어인 ‘통’의 어감이 워낙 좋기도 하지만, 특히 ‘닭’과 굉장히 잘 맞아 떨어진다. 못 믿겠다면 다른 식재료에 같은 접두어를 붙여 보자. 통감자, 통오징어, 통갈비… 이리저리 살펴 보아도 ‘통닭’만큼 말맛이 좋은 경우가 없다. 딱 두 음절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한편 음식으로서도 통닭은 독특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통으로, 즉 동물이든 부위든 하나의 개체 전체를 한꺼번에 먹는 경우 가장 똑 떨어지는 완결성을 지닌다. 소나 돼지 같은 짐승은 커서 부위별로 가르지 않는 한 전체를 조리하기가 어렵다. 가금류 가운데서도 메추리나 비둘기는 너무 작고 오리나 거위, 칠면조는 조금 아니면 불필요하게 크다. 최대 2㎏을 넘지 않는 닭만의 완결성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통닭구이는 참으로 훌륭한 음식이지만 제대로 만들어 내기가 은근히 어렵다. 그런데,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통 식재료로서 닭 한 마리 안에서도 부위가 갈리고 특성이 다르다. 운동을 많이 하는 부위와 적게 하는 부위로 나뉘는데, 전자는 맛이 진하고 조리에 잘 견디는 반면 후자는 맛도 옅고 금세 과조리돼 버린다.
전자는 다리, 후자는 가슴 부위이다. 두 부위가 조리에 견딜 수 있는 역량이 다르므로 닭을 통째로 구울 경우 약한 부위, 즉 가슴살이 과조리될 거라는 사실은 감안해야 한다.
통닭이 은근히 어려운 이유 두 번째는 껍질이다. 동물은 대체로 껍질과 살 사이에 지방층을 가지고 있고 닭 또한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통째로 구우면 지방이 녹아 나온 다음 껍질의 수분이 빠지고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 껍질이 얇고 바삭하며 색도 진해진다.
말하자면 길거리 트럭에서 돌려 구워 파는 닭의 껍질 같은 상태를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굽지 않고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200℃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굽거나 닭을 냉장고에 매달아 말리는 등 다양한 요리법이 돌고 있지만 들이는 품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굳이 통닭구이까지 손을 뻗고 싶지 않지만 제대로 요리한 닭고기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과조리 되어 퍽퍽하지 않은 살과 바삭한 껍질의 조화 및 대조 말이다. 이런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닭다릿살이 기다리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분류하자면 다리인 ‘북채’ 윗부분인 넓적다리(thigh)이다. 다릿살은 뼈를 완전히 바른 부분육으로 팔려 별도의 손질이 없이 포장을 뜯자마자 바로 조리할 수 있다. 가공된 모양이 넓적해서 어떤 조리법을 택해도 고르게 익힐 수 있으며 껍질이 한 면에 고르게 붙어 있어 바삭하게 익히기도 쉽다. 이래저래 수프부터 구이, 튀김 등 다양한 요리에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웬만해서 과조리되지 않아 연습용 부위로도 제격이다. 말하자면 닭 가운데서도 만능 부위인 다릿살의 다양한 활용법을 살펴보자.
구이
닭다릿살은 고기 구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좋은 연습용 레시피이다. 껍질을 최대한 얇고 바삭하게 지지는 게 핵심이다. 다릿살의 맛이 진한 덕분에 단맛과 짠맛 모두가 두드러지는 데리야끼 소스와 잘 어울린다.
튀김
닭을 살펴보면서 튀김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결례다. 닭이라면 튀김, 튀김이라면 닭 아닌가. 게다가 다릿살은 튀김에 최적화된 부위이다.
일단 튀김은 번거롭다. 최대한 단순하게 접근하자면 두텁고 우묵한 냄비 한 점만 마련하면 된다. 왜 굳이 튀김 냄비는 두텁고 우묵해야 할까. 열효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안전한 조리 여건을 갖추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튀김은 기름을 200℃에 가깝도록 뜨겁게 달군 뒤 재료를 담가 익히는 조리법이다. 따라서 달궈진 기름이며 솥, 익히는 재료까지 모두 다른 조리법에 비해 굉장히 뜨거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가볍고 얕은 냄비나 팬에 튀김을 하면 뜨거운 기름이 튀거나 넘칠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중심을 잃고 자빠질 수도 있다.
튀김 같은 조리를 할 때에는 반드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위험 요소를 미리 없애는 방향으로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두껍고 무거운 냄비나 솥을 준비하고 기름은 절반 정도만 채워 튀겨야 안전하게 조리할 수 있다. 재질을 따지자면 스테인리스나 흰색의 법랑을 입힌 무쇠가 딱 좋다.
두텁고 무거워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내부가 은색이나 흰색이라 식재료가 튀겨지는 과정을 관찰하기도 쉽다. 1, 2인이라면 3.5~5ℓ, 4인 이상 가구라면 5~7ℓ 들이면 충분하다. 냄비 외에는 집게(20~25㎝ 길이 제품이 다루기도 편하고 안정적이다), 온도계(기름의 온도를 확인한다), 뜰채(튀김을 건져낸다), 식힘망 등이 필요하다.
데리야끼 소스 다릿살 구이
[ 재료 ]
데리야끼 소스, 간장 125㎖, 맛술 2큰술, 간 생강 ½큰술, 마늘 1쪽,(다지거나 간다) 설탕 100g, 후추 약간, 옥수수전분 ½작은술, 식용유 2큰술, 닭다릿살 8쪽
[ 만드는 법 ]
① 데리야끼 소스를 만든다. 닭다릿살과 식용유를 뺀 나머지 재료를 냄비에 담고 거품기로 잘 저어 완전히 섞는다. 중간 센불에 올려 보글보글 끓인다. 숟가락을 담갔다가 꺼내 등의 한가운데에 손가락으로 길을 냈을 때 소스가 흘러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적당한 점도를 갖춘 것이다.
② 다릿살을 굽는다. 팬을 중간센불에 올리고 식용유를 가볍게 둘러 연기가 피어오를 때까지 달군다. 종이 행주로 다릿살의 물기를 걷어낸 뒤 팬의 바닥에 껍질이 붙은 면이 닿도록 올린다. 뒤집개로 약간 힘을 주어 눌러가며 5~7분 가량 굽는다. 은박지로 다릿살을 덮고 무거운 주물 팬이나 냄비 등을 올려 눌러 주어도 좋다. 다릿살에 붙은 껍질이 팬의 바닥에 많이 접촉하여 익어 수분과 기름이 최대한 빠져나오고 껍질이 바삭해지는 게 핵심이다. 5~7분 뒤 다릿살을 뒤집고 중불로 낮춰 3~4분 더 굽는다. 온도계로 내부 온도가 80℃를 찍으면 다 익은 것이다. 익은 다릿살을 접시로 옮긴다.
③ 2의 팬에서 녹아 나온 기름이 너무 많다 싶으면 일부 떠낸다. 1의 데리야끼 소스를 붓고 중불에서 보글보글 끓인다. 닭다릿살과 접시에 고인 육즙을 팬에 옮긴 뒤 다릿살에 소스가 고루 입혀지도록 뒤적이며 3분 가량 더 익힌다. 껍질을 먹고 싶지 않다면 벗겨내고 팬에 더해 소스에 버무린다. 다릿살은 접시에, 팬 바닥에 남은 소스는 공기에 옮겨 담는다. 간이 약하다 싶으면 소스를 더해 먹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