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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에서 사투 나흘째

1천여 병사의 3분의 2가 죽어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Nov 15 2020 08:46 PM

피냄새 맡고 몰려오는 상어떼 처절한 굶주림…수색비행기는 계속해서 지나치고


p36_2.jpg

상어가 득실거리는 해역에서 표류하는 미 해군 중순양함 인디애나폴리스의 수병들 (영화장면)

맥아더가 원자탄에 대해 통보받은 것을 씁쓸히 되씹고 있을 때 인디아나폴리스 호의 수병들은 수장되고 있었다. 벌써 구명보트를 타고 표류한 지 나흘 째 되는 날이었다. 수병들은 낮에는 작열하는 햇빛에 눈이 아팠고 먹을 것, 특히 마실 물이 없어서 죽을 지경이었다. 화상을 입기도 하고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일부는 몸이  태평양 바닷물 20평방마일을 덮은 오일로 뒤덮였다. 생존자들은 어쩔 수 없이 기름물과 바닷물을 마셨다. 수분부족은 이들에게 환각증세를 일으켰다. 방금 지나가는 배, 비행기, 섬, 아니면 호텔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너무 목이 말라서 더러는 바닷물을 실컷 마시고 죽었다. 소금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다가 코마상태로 유도, 결국 숨을 거두게 했다. 

그동안 미국 비행기들이 대여섯 번 이들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생존자들은 목청을 다해 소리치고 손을 흔들고 별 짓을 다했지만 비행기는 매정하게 그냥 지나쳤다. “바보 멍청이 같은 놈들”, 수병들은 아는 욕이란 욕은 모두 동원해서 뱉으면서 무기력한 자신을 달랬다.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무작정 기다리는 수 밖에. 

찰스 맥베이 함장은 운이 좋았다. 그는 구명조끼를 입고 물위로 떠다니는 그룹에 섞이지 않고 용케 구명보트 안에 자리를 잡았다.  한때 전함의 함장으로 1천2백명을 호령했으나 지금은 네모진 좁은 구명대 속에서 회한을 아직도 그를 함장으로 대우하는 몇몇 수병들과 함께 운명을 같이하고 있었다.  

애초 일본잠수함 I-58의 어뢰에 맞아 배에 불이 붙고 수병들이 타죽으며 배의 머리가 가라앉기 시작하자마자 피냄새를 맡은 허기진 상어떼가 몰려왔다. 

p36_3.jpg

▲ 일본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되기 전 인디애나폴리스의 수병들 

“밤새도록 배를 채웠는데도 날이 밝으니까 주위를 맴도는 상어떼들이 아마 수 백 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고 우디 제임스 수병은 후에 회상했다. “도처에서 병사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특히 늦은 오후에는 더 심했다. 상어떼는 밤에도 배를 채웠다. 사방이 조용하다가 갑자기 비명이 들리면 상어가 물에 뜬 수병 중 또 한 명을 먹은 것이다.”

아주 큰 지느러미를 가진 놈이 함장의 구명정을 목표물로 잡았는지  구명정 밑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주위를 빙빙 돌면서 기회를 엿보는듯 했다. 해치우고 말겠다는 집념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위험성을 아랑곳하지 않고 함장은 긴급구명주머니에서 찾은 작은 후크와 낚시줄로 고기를 잡으려 했다.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나가는 항공기가 있으면 조종사 시선을 끌려고 야광탄을 마구 쏘았다. 구명정의 부하들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는 물속의 수병들을 도울 수가 없었다. 그들은 물위를 떠다니는 부유물로 망망대해의 수 마일에 걸쳐 점점이 있었다. 첫날 밤에는 약한 바람이 구명정을 북동쪽으로 몰았다. 그들이 가려던 필리핀과는 반대방향이었다. 구명대를 입고 물위에 뜬 병사들은 조류에 따라 반대방향으로 떠밀려 갔다. 사고 나흘째가 되자 이들중 3분의 2가 죽었다. 살아있는 자들도 처절한 고문이었다.

사고 초기  수병들이 물로 떨어졌을 때 그들은 서로 구명대를 가지려고 주먹다짐으로 싸우다가 죽기도 했다.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나 많이 죽어서 그들에게서 구명대를 빼내니 구명대가 남아돌았다. 물 위에선 죽은 병사들이 떠다니면서 머리만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했다. 머리는 몸통만 있고 팔 다리는 없었다. 팔 다리는 이미 상어들이 가져갔으니까. 살아있는 자들도 있었으나 구조대가 온다는 희망을 잃고 자포자기 상태였다. 살아도 그만 죽어도 그만, 그래서 구명대를 벗어버리고 물속으로 들어가 자살하기도 했다. 

p36_4.jpg

▲ 침몰후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생존자들

한 생존자 기록에 의하면 그의 구명정을 공격하러 온 상어떼는 25마리나 됐다. 어느 그룹에서는 88마리까지 보았다고 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는 맑은 푸른 빛이었다. 낮에는 바닷속이 훤히 보였다.

상어들이 둥글게 돌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상어가 공격하는 데는 어떤 원칙이 없는 것 같았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그것은 수병 가운데 허기에 지쳐 스팸Spam 통조림을 구명대 비상식량에서 꺼내 먹은 자들이 가장 먼저 공격받았다는 것이다.

상어들은 이들이 먹은 스팸의 짭짤한 고기냄새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실상은 누구나 상어로부터 안전할 수 없었다. 상어가 다가왔을 때 죽은 듯 움직이지 않는 트릭을 시도했지만 그것은 물을 퍼붓고 소동을 쳐서 그들을 쫓아내는 정도의 미미한 효과 뿐이었다.  대신 상어들은 무자비했다. 그들은 놀란 수병들이 어떻게 하든 상관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흰 송곳이빨을 드러내면서.  

바다에서 나흘 째되니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직 하늘의 자비만 그들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건 사실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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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캐나다 한국일보
  • 리쏘 (Lisso) 안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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