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주간한국
랑콤의 뮤즈 이사벨라 로셀리니
“아름다움 잃은 우울함 공부로 치유”
-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
- Jan 12 2021 12:38 AM
▲ 1980년대 랑콤 향수 모델 시절의 이사벨라 로셀리니.
화장품 브랜드 랑콤의 뮤즈, 배우 잉그리드 버그먼과 영화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딸.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화려하다. 1982년부터 10년 이상 랑콤의 모델로 활동했으니 국내에서도 이름까진 몰라도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는 이들도 많다. 이탈리아 출신 모델이자 배우, 감독인 이사벨라 로셀리니(68)이다.
로셀리니는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노화는 많은 행복을 가져온다”고 밝혔다. 노화로 인해 뚱뚱해지고, 주름도 늘지만 그에 따른 자유가 생긴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 여기니 하는 일이 즐겁다”고도 전했다.
아름다운 외모로 ‘꽃길’만 걸었을 것 같지만 너무나 유명했던 부모의 이혼, 열두살 때 앓은 척추옆굽음증 등 그의 성장기는 순탄치 않았다. 그는 자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어렸을 때 통통했고 척추 기형으로 태어났다”며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회고했다.
20년 만에 랑콤의 모델로 재발탁 된 사연
로셀리니는 원래 영화를 좋아했지만 첫 직업으로 모델을 선택했다. 부모의 영향으로 오히려 배우와 감독이 되는 게 두려웠다고. 그는 20대 후반이 돼서야 배우 활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부모의 명성이 그의 배우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는 “도움도 됐지만 방해도 됐다”고 털어 놓았다. 그에게 쏠린 시선과 기대만큼이나 평가 역시 가혹했기 때문이다.
모델과 배우라는 영역에서 로셀리니의 이미지는 상반된다. 모델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광고료를 받으면서 랑콤과 전속 계약을 맺었고, 이상적이면서도 꿈을 꾸는 듯한 이미지를 대변했다. 반면 영화에서는 주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냉정하면서도 냉소적이고 음울한 역할을 해왔다.
모델로 성공했지만 1996년 당시 43세였던 그는 “너무 늙었다”는 이유로 랑콤과 계약을 해지 당한다. 교체 이유에 대해 “광고는 젊어지고 싶다는 여성의 꿈을 담아야 하는데 그 꿈을 표현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길 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배우들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 사실이 충격적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20년 후인 2016년, 여성 대표가 취임한 랑콤은 그에게 사과하고 다시 모델로 기용했고, 현재도 랑콤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여성 임원들은 감수성이 다르다”며 “남성 기업인들은 메이크업과 패션을 즐거움이 아닌 유혹의 도구로만 이해한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옷을 입고 립스틱을 바르는 게 결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라는 걸 여성은 이해한다. 또 랑콤에 대해서도 “아름다움을 대표하기 위해 모델로 활동하는 게 아니다”라며 “삶이 계속되는 기쁨 등 다른 꿈을 표현하기 위해 활동한다”라고 얘기한다.
50대에는 감독, 동물행동학자로 변신
그는 50대 중반 대학에 들어가 동물 행동학을 공부하는가 하면 스스로의 기쁨을 위해 농장을 사고, 2008년에는 동물들의 생식활동 등을 담은 영화 ‘그린 포르노’를 제작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린 포르노’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선댄스TV에서 상영됐다.
사실 그가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열 네살 때였다. 아버지인 로셀리니 감독이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의 책 ‘솔로몬 왕의 반지(The ring of King Solomon by Konrad Zacharias Lorenz)’를 사다 줬다. 이 책은 동물의 본성에 관한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책을 읽고 뇌에 램프가 들어왔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생물학이나 동물학을 공부할 자신은 없었고, 모델이라는 익숙한 가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어릴 때보다 훨씬 더 자신감 있어 보인다는 평가에 로셀리니는 “뚱뚱하고 주름을 얻는 게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그에 따른 자유가 생긴다”며 “곧 세상을 떠날 테니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커리어를 가졌고 최선을 다했다며 이제는 관심 있는 분야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호기심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여배우들이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너무 우울해하는 걸 봤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들을 원하지 않았다”며 “공부를 하면서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삶에 큰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고 강조한다.
그가 최근에 빠진 건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다. 뉴욕 롱아일랜드의 농장에서 양과 염소, 닭, 오리, 개와 함께 살면서 ‘성과 결과(Sex&Consequences)’라는 쇼를 실시간 방송하고 있다. 쇼는 성(性) 이상의 주제를 담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동물 인지와 공감, 이타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인지를 얘기할 때 (기자는) 이미 잠들었지만, 성생활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을 웃게 한다”고도 했다.
“하나의 직업만을 선택해야 한다면?"이라는 물음에 그는 ‘농장주’를 꼽았다. 여성이 운영하기 때문에 농장 이름을 '엄마 농장(Mama Farm)'이라고 지었다. 그는 “우리 농장에는 암탉, 암컷 양, 암컷 꿀벌이 많다”면서 “많은 엄마들이 농장을 찾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곳에선 사람들이 평온하게 일을 하고 동물들과 농작물과 꽃이 있다”며 “모두 옷을 벗는다면 에덴 동산에 있는 줄 알 것이다”라고 자랑한다.
[베니티 페어]
www.koreatimes.net/주간한국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