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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호스트'로 인생 2막 여는 윤성희 (가명: 이다)
- 미디어2 (web@koreatimes.net)
- Mar 23 2021 05:56 PM
▲ 지난달 25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모바일 쇼호스트 ‘이다'씨가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다씨, 인생2막 키워드는 '성공'
그립은 스마트폰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를 실기간으로 연결해주는 공간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쇼핑이 증가하자 유명 연예인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내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등까지 앞다퉈 쇼호스트로 나서면서 그립은 쇼호스트들의 전쟁터로 불린다. 이다씨는 이런 그립에서도 일명 ‘잘 나가는’ 쇼호스트다. 그는 “올해 국제라이브커머스협회에서 개최한 모바일쇼핑호스트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며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이야기꾼으로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쇼호스트와 함께 시니어모델, 지역방송 진행자, 기업 강사 등의 일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19년 6월엔 국제의상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참가, 전세계 외교대사들 앞에서 한복 의상을 입고 런웨이를 하기도 했다. “그런 열정이 어디서 나오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다씨는 “인생 후반기에 들어서 행동해야 인생이 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말로 대신했다.
"인생1막은 허무하게 보냈죠"
이다씨가 보낸 인생1막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그때 제 인생 목표는 ‘취집(취업+시집)’이었어요". 20대 시절 그녀는 대학에 진학했고, 학교에서 공예를 전공했지만 큰 관심은 없었다. 부모님에게 떠밀리듯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 “도피 유학이었죠. 캐나다에서 학위를 딴 것도 영어공부를 한 것도 아니었어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유학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돼서야 한국으로 돌아왔다.
인생1막에서 이다씨에겐 직업도, 일도 우연히 얻게 된 ‘덤’이었다. 이다씨는 “제주도 시내에서 쇼핑을 하던 중 지역방송국의 시민 인터뷰에 응했는데, 당시 담당 프로듀서(PD)가 방송 리포터 오디션을 한번 봐보라고 제의했다”며 “인생에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길거리 캐스팅’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이후 그녀는 원하는 대로 꿈을 이뤘다. 백마 탄 왕자까지는 아니었지만 결혼해 아이들을 낳아 가정을 꾸렸다. “제 30, 40대는 아이의 주변만을 뱅뱅 도는 헬리콥터 맘이었던 것 같아요.”
자기계발서만 300여권...
"주제파악부터 먼저"
40대 후반에 잠깐 취직을 하기도 했다. 한 카드업체의 콜센터에서 고객들의 전화를 받는 업무였다. 이다씨는 “무능력한 제 모습에 우울감이 찾아왔다"며 "원하던 결혼을 해서 열심히 살았는데 인생은 제가 원하던 모습으로 변해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사내강사로 일했다. 사내강사는 이다씨에게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해줬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병원에서 암 선고를 받았고, 장기간의 투병생활이 이어졌다.
이다씨의 마음엔 굳고 딱딱한 뭉텅이가 생겼다고 했다. 치료를 받고 몸이 좀 나아지자 ‘시크릿’ ‘회복탄력성’ 등 서점에 가서 동기부여와 자기계발에 관련된 서적을 보이는대로 사서 읽었다. 어느 날 책장에 꽂힌 자기계발서를 세어 보니 총 300여권이 넘었다고 한다. 사내 강의를 하기 위해 매년 50권 이상의 전문서적을 읽고 리더십 강의를 연구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래도 나이로 치면 이제 겨우 50대 초반. “해보고 싶은 건 다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다. 막연하게나마 꿈꿨던 것이 방송으로 사람들 앞에 다시 서는 것이었다.
쇼호스트로 인생 찾아...강좌도 개설
지난해 모바일 쇼핑인 라이브 커머스 붐이 일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본명 대신 ‘이다’라고 짓고 본격 쇼호스트 일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상아제약 소속 쇼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다는 ‘다행이다’의 뒷말만 쓴 거에요. 제가 인생2막에서야 제 길을 찾았으니 암에 걸렸던 일조차 다행스러운 일 아니었냐는 깨달음이 오더군요."
이다씨는 요즘엔 50대 이상의 재취업을 돕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신중년모바일쇼호스트 과정을 열고 강의에도 나서고 있다. 신중년 모바일 쇼호스트들의 라이브커머스 방송은 매주 수요일 오후2시 그립을 통해 방영된다. 이다씨는 “비슷한 처지의 분들이 인생2막을 새롭게 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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