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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죽는 남성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May 07 2021 03:48 PM
지난 2017년 나온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2.7년으로 세계 최상위권이다. 그런데 이 수명을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격차가 대단히 크다.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79.7년으로 여성의 85.7년보다 무려 6년이나 짧다. 한국인 남녀 간 수명 격차가 가장 컸던 게 7년이었으니 남성들은 그나마 조금 개선되고 있다는데서 위안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남녀 간 수명차이는 4.88년이다. 러시아가 가장 커 남녀 간 수명차가 무려 11년을 넘는다. 남녀 사이의 생물학적 유전적 차이와 함께 독주를 입에 달고 사는 러시아 남성들의 음주습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2017년 미국인들의 기대수명은 78.6세로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남녀 간 차이는 여성 81.1 남성 76.1세로 5년 차이가 났다.
남녀 간의 너무 큰 수명 차이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자손을 낳고 양육해야할 공동책임과 노년의 정서적 안정 등을 고려할 때 한 쪽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것은 삶의 질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 여성들이 더 오래 사는가에 관한 설명들은 조금씩 엇갈린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생물학적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중 하나가 염색체이다. 염색체는 쌍으로 존재하는 데 여자들은 두 개의 X 염색체가 있는 반면 남자들은 X와 Y를 하나씩 갖고 있다. 노화학자들에 따르면 여성들은 유전자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체품이 있는 반면 남성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설로 지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이다. 남성 호르몬이 없는 내시들의 수명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길었다는것을 밝혀낸 여러 조사들이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단기적으로는 남성성을 강화해주지만 말년에는 온갖 질병들을 초래하는 위험원인이 된다.
이 같은 생물학적 원인들과 함께 남성들이 몸에 해로운 생활습관과 위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성향 등이 수명 단축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런 분석을 뒷받침해줄 만한 통계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4월 중순 현재 LA카운티의 백신 접종 현황을 보면 남성들은 30%에 불과한 반면 여성들은 44%가 접종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사망한 카운티 주민을 보면 여성은 10만 명 당 153명이었던 반면 남성은 무려 289명이었다. 이런 추세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같은 방역수칙 적용과 예방 접종에 성별의 차이를 둔 적이 없는 만큼 낮은 접종률과 높은 사망률은 상당부분 남성들 스스로 자초한 결과인 셈이다.
그러니 자신들의 수명이 여성들보다 짧은 것을 조물주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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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