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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샤크 암' 사건 (하)
(Shark Arm)
- 미디어2 (web@koreatimes.net)
- Jun 01 2021 05:56 PM
상어가 내뱉은 팔 누구 것인가?
유력 용의자 패트릭 브래디
누가 봐도 브래디가 캐빈(Cabin)에서 스미스를 죽인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정황도 충분했다. 브래디는 스미스가 당구장을 운영하며 알게 됐는데, 수표위조 혐의로 형을 살고 나온 전과자였다.
캐빈 주인은 브래디가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빌린 캐빈을 반납했고, 들어가 보니 시트와 베개가 새 것으로 교체돼 있었다고 경찰에 말했다. 범행 증거를 지우려 한 시도가 분명했다. 그날 밤 캐빈 근처에서 브래디를 태웠다는 택시기사도 등장했다.
기사는 그가 뒷좌석에서 무언가를 꼭 안고 있었고, 몹시 불안해 보였다고 회상했다. 브래디가 향한 곳은 지역 유명 사업가인 레지널드 홈즈(42) 집이었다. 수사팀은 브래디를 스미스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35년 5월 16일이었다.
▲ 스미스 살인사건의 유일한 증인이었던 레지널드 홈즈
경찰의 다음 화살은 자연스레 홈즈로 향했다. 브래디가 찾아와 무슨 말을 했는지 홈즈를 추궁했다. 그러나 그는 브래디와 만남 자체를 부인하더니 며칠 뒤엔 자신의 스피드보트에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다행히 총알이 관자놀이를 빗겨가 극적으로 생존했고, 의식을 되찾은 홈즈는 결심이 선 듯 수사팀에 모두 털어놓겠다고 했다.
경찰이 밝혀낸 진실은 이랬다. 사실 스미스, 브래디, 홈즈는 3인조 범죄단이었다. 홈즈는 쿠지에서 3대째 보트 제조업체를 운영하며 지역 유지 행세를 했다. 하지만 그에겐 알려지지 않은 이면이 있었다.
▲ 샤크 암 사건을 대서특필한 트루스지
또 다른 직업은 마약 밀매상과 보험사기꾼. 당구장을 다니며 어울리게 된 스미스와 브래디와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스피드보트를 타고 쿠지 앞바다에서 코카인 거래를 한 뒤 배에 일부러 불을 내거나 침몰시켜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을 썼다. 위조 전문가인 브래디의 경력을 살려 수표 위조에도 뛰어들었다.
돈독했던 셋 사이의 우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금이 갔다. 스미스가 자기 몫을 더 많이 요구한 것이 발단이었다. 브래디는 스미스가 돈을 더 가져갈 만큼 범죄 기여도가 높지 않다고 여겼다. 게다가 마지막 보험사기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홈즈의 주머니 사정도 나빠졌다.
홈즈는 지분 다툼이 계속 심해지다 결국 브래디가 스미스를 죽였다고 실토했다. 브래디가 자기를 찾아온 것도 사실이었고, 그가 택시에서 안고 있던 건 스미스의 왼팔이라고 주장했다. 브래디는 스미스의 시신을 토막 내 바다에 버린 후 홈즈를 협박할 요량으로 문신이 있는 왼팔만 남겨뒀다.
브래디는 팔을 보여주며 살인을 했으니 도피 자금으로 500파운드를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홈즈의 정체를 폭로하겠다고도 했다. 브래디는 스미스의 왼팔을 남긴 채 홈즈 집을 떠났고, 겁에 질린 그는 팔을 바다에 던져버렸다. 그 팔을 수족관에 잡혀 온 뱀상어가 삼켰다는 게 경찰이 내놓은 사건의 전말이었다.
유일한 증인의 죽음, 진실은 어디에
호주 전역을 떠들썩하게 한 ‘샤크 암(상어 팔)’ 사건은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홈즈도 법정에서 브래디의 범죄 사실을 증언하기로 했다. 반전은 재판 당일인 6월 12일 일어났다. 홈즈가 자신의 차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것. 총상 3발, 누군가 홈즈를 저격한 흔적이었다. 경찰과 이웃들은 단번에 브래디의 사주라고 의심했지만 목격자도 증거도 없어 범인을 알아낼 길이 도통 없었다.
여파는 당연히 스미스 살인 건에도 미쳤다. 유일한 증인 홈즈가 사망하자 브래디 측 변호인은 모든 증거는 심증뿐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토막 살인을 증명하려면 팔 이외에 몸의 다른 부분도 증거로 제출하라고 검찰에 큰 소리를 쳤다. 군경이 쿠지 앞바다를 샅샅이 뒤졌으나 다른 시신 조각은 끝내 수거되지 않았고, 뱀상어의 배를 갈라 봐도 없었다.
변호인의 전략은 주효했다. 그 해 9월 브래디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는 1965년 4월 72세로 숨을 거두기 전까지 자신은 스미스, 홈즈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그래서 샤크 암 사건이 호주 제일의 미제사건으로 이따금 입에 오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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