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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수비면 (하)
- 미디어2 (web@koreatimes.net)
- Jul 26 2021 06:33 PM
별천지 수하계곡과 금강송 군락지 본신계곡
수비면의 또 다른 물줄기인 장수포천은 수하계곡으로 불린다. 주변에 오염원이 없고 바위 자갈 모래가 적당히 섞인 맑은 계곡이다. 산중 협곡이지만 수심은 깊어야 1m 정도에 불과해 여름철 물놀이하기에 적당한 피서지로 알려져 있다. 뱀처럼 구불구불 산자락을 돌아가는 물길은 울진에서 왕의 피난처라는 의미의 ‘왕피천’이라는 이름을 얻어 동해로 흘러 든다.
수하2리 신기(새터)마을에서 도로가 끝나는 오무마을까지 자연 경관이 특히 빼어나다. 특별히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된 구간이다. 국제밤하늘협회(IDAㆍInternational Dark-sky Association)로부터 ‘은밤(Silver Night)’ 등급을 받아 육지에서는 가장 투명한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곳으로 인증받았다. 계곡을 따라 민가가 몇 채 있지만 빛 공해가 거의 없어 은하수, 유성 등 우주 현상을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는 지역이다.
그 중심에 반딧불이천문대가 있다. 박찬 천문대 연구원은 “입지 조건만 따지면 단연 국내에서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천문대라고 하면 흔히 얼마나 성능이 좋은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는가로 그 수준을 따지지만, 별은 맨눈으로 관찰할 때가 가장 아름답고 환상적”이라고 덧붙였다.
▲ 수하계곡에 자리잡고 있는 영양반딧불이천문대의 조형물. 국내에서 가장 맑은 밤하늘을 볼 수 있는 지역이다.
▲ 수하계곡 반딧불이 생태공원에 현재 노란 금계국이 한창이다.
빛이 없는 수하계곡은 어느 곳보다 별보기 좋은 곳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천문대 주변 조명도 무릎 높이에서 바닥으로, 길의 윤곽을 알아볼 정도로만 희미하게 비춘다.
쏟아질 듯 총총한 별빛이 밤하늘의 낭만을 선사한다면, 주변 습지의 반딧불이는 여름 밤의 추억을 되살리는 존재다. 천문대 맞은편에 반딧불이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오후 9시 이후 밤이 이슥해지면 짝을 찾는 애반딧불이가 영롱한 빛을 발하며 풀섶을 유영한다. 8월이면 애반디보다 큰 반딧불이가 나타난다.
초록을 머금은 노란 형광 불빛이 다시 한번 여름밤을 신비롭게 장식한다. 안타깝게도 지난해와 올해는 예전에 비해 개체수가 적은 편이다. 이태 전 폭우로 계곡이 휩쓸려 내려가는 바람에 반딧불이 유충의 먹이인 다슬기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딧불이 생태공원에는 낮에도 노란 물결이 일렁거린다. 잘 익은 보리밭 가장자리로 금계국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산책로를 깔끔하게 정비해 놓아 산골의 호젓한 초여름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수비면에서 울진 백암온천으로 이어지는 88번 국도변의 본신계곡 역시 더위를 피하기 좋은 한적한 계곡이다. 도로변에 이정표가 따로 없어 목적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내비게이션에 ‘수비면 한티로 1065’를 입력하면 ‘금강소나무생태경영림’ 입구에 닿는다.
오랫동안 인근 주민들의 쉼터이자 마을 숲이었고, 지금은 울진 소광리와 마찬가지로 금강소나무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숲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주변으로 아름드리 금강송과 어린 소나무가 울창하다.
▲ 본신계곡의 금강소나무 생태 경영림.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 수하계곡 반딧불이 생태공원에서 애반딧불이가 신비한 빛을 발하며 날고 있다.
개울을 건너면 ‘수비솔솔유아체험원’이다. 소나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엽수가 공존하는 숲속 놀이터다. 나무를 활용한 시소와 그네, 자연 지형을 이용한 미끄럼과 모험 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녹음이 짙은 오솔길 산책로를 걸으면 초록으로 샤워를 한 듯 개운해진다. 금강송 군락지로 이어지는 울련산 등산로는 현재 낙석 위험으로 막아 놓은 상태다.
본신계곡은 행정구역상 수비면 신원리다. ‘원(院)’으로 끝나는 지명이 대개 그렇듯, 신원리 역시 조선시대 관원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마을이었다. 이곳에서 울진 방향으로 조금만 더 가면 구주령이다.
아홉 개의 구슬을 꿰어 놓은 것처럼 구불구불한 고갯길이다. 신원은 힘들게 구주령을 넘은 울진 평해 부사와 그 일행이 묵어가던 곳이었다. 동해의 해산물과 경북 내륙의 농산물이 오가던 중요한 길목이기도 했다. 구주령 정상에 서면 발아래로 왕피천 깊은 계곡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이고, 동해바다 수평선도 아련하게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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