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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장 (짧은 소설)

소설가 김외숙


Updated -- Aug 18 2021 12:13 PM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Aug 17 2021 11:04 AM


그 문장

 

언제부터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가 문자를 줄이고 이모티콘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것이 둘 사이의 관계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던 균열의 의미였겠지만 나는 인식하지 못했다. 설령 인식했다 할지라도 아무런 다툼 없이도 사람 관계에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나는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와 나는 만난 적이 없다. 만날 가능성도 없었다.
그것은 아득한, 너무나 아득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곳인가 싶도록 먼 그와 나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 때문이었는데 그래서 그와 나의 만남은 문자로만 가능했다.

‘당신을 사랑해요.’

어느 날 그로부터 이 문자를 받았을 때, 마치 그가 바로 눈앞에서 내 눈을 들여다보며 한말인 듯 박하 향처럼 화하게 번지던 기쁨에 잠시 말을 잃었었다. 그 한 문장이 미소지으며 눈 뜨게 했고, 그 한 문장이 피로를 모르고 일하게 했고, 그 한 문장이 근심 없는 잠을 누리게 했다. 내가 타박하는 인생 속의 오류들이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이라도 그 한 문장으로 아무것 아닌 듯 다 덮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수개월 간 처음엔 아주 천천히, 점점 빠르게, 그리고 숨 가쁘게 오간 문자가 피운 꽃이었을 것이다.

많은 문자들이 가상의 공간을 숨 가쁘게 건너다님에도 가끔 미흡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그의 고백을 들은 후부터 나는 정말 그를 만나고 싶었고 마주 보며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해보고 싶던, 호숫가 그 벤치에 함께 앉아보고 싶었고 그러면서 그의 손을 잡아보고도 싶었다. 그의 생각도 나와 다르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내 속에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그가 많은 문장의 글을 한두 문장으로 줄이기 시작했다.
문장을 줄이는 대신 이모티콘을 쓰기 시작했다. 기쁘면 활짝 웃는 앙증맞은 그림으로, 윙크를 하고 싶을 땐,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는 그림으로 대신했다. 갖가지 표정의 그림이 예사롭게 문자처럼 쓰이는 세상이기는 하지만 내게 그것은 성의가 덜한 느낌이 있었다.
문자로 나눌 대화에 그가 그림을 대신 보냈어도 나는 여전히 문자를 고집했고 무엇보다도 ‘사랑해’라는 문자와 빨간 하트를 나는 도저히 동일시할 수 없었다.

이제 문자는 없어지고 우리 사이엔 그림만 오갔다.
기쁘면 함박웃음의 그림을, 커피가 필요하면 김 모락모락 오르는 커피잔 그림을, 윙크가 필요하면 한쪽 눈을 찡긋한 그 그림을 갖다 붙이면 기본적인 의사는 소통되었다. 그는 문자를 잊어버린 사람 같았다.
문자 없이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을 내 더운 심장 같은 , 문장 하나를 위해 쓰고 다듬기를 되풀이하며 밤을 지새운 날들이 차라리 어이없었다.
그때 서야 나도 균열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미 얽히고설켜 버린 것 같은 균열 다발에 휘둘리며 나도 이모티콘을 날리기 시작했다. 아플수록 입이 귀에 걸린 그림들을 보냈고, 속이 지옥일수록 새빨간 하트들을 쏘아댔다. 원하는 그림은 무한정이었고 쓰는 수고 없이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매력적인 방법이었다. 결국, 우리 사랑의 무게였다.

그렇게 아무런 간절함 없이, 깊은 생각 없이 그림으로 문자를 대신하던 어느 날, 나는 문득 이것은 헛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단어 하나를 찾고 가장 절절할 문장 하나 만드는 수고 없이 기성복 같은, 남이 만들어 놓은 그림으로 대신하고 있는 이 가벼운 관계에 대한 자각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허상에 빠져 허우적대면서도 빠져나온 뒤의 허할 마음이 두려워 여태 눈 찡끗하는 그림 하나에 매달리고 있던 나 자신의 미련함에 대한 자각이었고 허술한, 너무나 허술한 관계에의 뒤늦은 깨달음이었다.

나 혼자만이라도 온전한 문장 하나를 만들고 싶었다. 그것은 그래도 사랑이라 믿은, 그것에 가치를 부여했던 나의 자존을 지키는 일이기도 했다. 그림 떼어다 붙이는 방법이 아닌, 내가 가장 아끼는 문자로, 가장 정성 들인 문장을 위해 나는 또 몇 날 밤을 새워야 했다.

이윽고 나는 자판에다 손을 얹었다. ‘그’라는 사람의 제단에 바치듯 가장 정결하고도 더운 문장 하나를 위해 수많은 밤을 수고한 손가락이었다. 한때의 내 심장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뽑아 올려 쓴 문장 하나, 그것을 나는 또닥또닥 옮겼다.

“안녕.”

지금까지 내가 쓴 어떤 문장보다 더 많이 고심하게 한, 신중하면서도 단호한, 바로 그 문장이었다.

 

소설가 김외숙

나이아가라 온더레이크 거주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스와이프라잇미디어
  • 리쏘 (Lisso) 안마의자

전체 댓글

  • 손용상 ( ysson06**@gmail.com )
    Sep, 05, 12:24 AM

    김외숙 선생의 진솔한 글을 읽으며, 지난 근 15~6년 동안 내가 거의 매주 달라스 지역신문과 미주 중앙일보 블로그에 올리는 "짧은 글 깊은 생각"을 생각했습니다. 8월부터 중앙 블로그는 문을 닫아버려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그동안 써제낀 약 500여편의 에세이와 시사 칼럼들은 지금은 내 재산이 되어있지요. 부디 좋은글 많이 써주셔서 '글부자' 되시길 기원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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