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강토(疆土)와 인민을 보호하는 일
윤종호 | 문협회원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Aug 19 2021 02:28 PM

헌법에는 조상 전래의 강토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는 신성한 임무를 규정해 둔 조항이 있다.
제5조 2항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
제66조 2항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영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강토’는 ‘나라의 경계 안에 있는 땅’이란 말이다. 이 말은 일본에 뺏긴 조국 강토를 되찾으려고 노심초사하던 독립지사들의 피눈물이 서린 단어라서 그런지, 가슴에 스며드는 감정이 특별하다. ‘인민’(人民)이란 단어도, 북한 정권이 애용한다 하여 우리 헌법은 일률적으로 ‘국민’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이해할 수는 있지만, 뉘앙스는 차이가 난다. ‘인민’은 ‘왕 또는 국가의 지배자를 제외한 일반 백성들’을 일컫는 말로서, 2천3백 년 전 맹자가 사용한 개념인데, 공산 정권의 전유물이 될 수는 없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에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할 것입니다.”라는 끝 구절도 원문의 ‘PEOPLE’을 ‘인민’이라는 단어로 번역해야지, 북한을 의식해 ‘국민’이라고 번역한다면 맛이 떨어진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는 격이 된다.
남한은 이제 북쪽 공산왕조보다 수십 배나 부강한 나라요 자유로운 천지가 되었다. 그러므로 남북한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북한 정권이 잘하는 짓은 인민을 억압하고, 굶주리게 하고, 고문하고, 죽이고, 입과 눈과 귀를 틀어막는 일뿐인데, 이런 실상은 전 세계가 다 안다. 사회주의를 한다면서 인민에게 식량 배급조차 못 주는 그들이, 10여 개의 핵탄두를 흔들며 협박한들 멸망은 필연이며, 시간문제일 것이다. 공산 종주국 소련은 1만 개의 핵무기로 세계를 위협하더니, 30년 전에 자멸하지 않았던가.
헌법이 대통령의 안보책무를 규정했지만, 대통령 혼자서 이 숭엄한 책무를 다 할 수는 없다. 장. 차관, 각급 비서관의 협업이 따른다. 사법의 영역에 있는 많은 사람, 입법 분야의 의원들과 보좌진, 국방에 몸 바친 장병들 또한 대통령의 과업에 협조자들이다. 그렇게 보면 헌법에 ‘대통령’이라는 최고 지도자의 명칭은 썼으되, 기실은 위에 언급한 많은 국민과 힘을 합쳐 ‘영토와 인민을 보호하는 사업’에 임할 것을 암시한다. 각자가 속한 좁은 범위의 당파적 이해 따위를 초월하는 대승적 개념을 헌법 정신에 담고 있다.
한국은 대선의 계절에 접어들었다. 대통령의 큰 권한이 탐나서, 여야 공히 십여 명씩의 지원자가 나섰다. 전임 대통령 2명이 큰 잘못을 저질러 수년 간 옥중에 갇혔어도 도전자들은 대통령의 책무가 두렵지도 않나 보다. 전임 대통령들 중 한 분은 “747 공약”을 내 걸어 “모두 부자 되게 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는 자기 재물만 무리하게 늘리더니 끝내는 큰 문제를 일으켜, 지금은 영어의 신세로 전락했다.
다른 한 분은 2014년 4월 16일, 여객선이 전복되어 가라앉던 숨 막힌 상황을 TV로 중계하던 오전 10시부터 7시간 동안 미용 수술 주사약에 취해서 자고 있었다. 그것은 공산군의 기습 남침이 시작된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전날 밤늦게까지 벌인 댄스파티에서 과음한 술 때문에 국방장관, 육군총장이 곯아떨어져 깨울 수 없다.”라던 속 터지는 일화를 상기시킨다. 304명의 생목숨이 수장되는 시간에, 나라의 지휘부는 없었다. 또 2015년 전염병 메르스 사태 때 질병 관련 모든 정보를 청와대가 독점하였고, 일선 병원과 지자체, 그리고 국민께는 함구했다. 이로써 시중에 메르스 공포증이 생겨났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실도 연이어 폭로되고, 이에 크게 분노한 국민은 그해 가을부터 겨울 내내 매 주말 광화문에서 한 목소리로 항의했다. 연인원 1,700만 명이 평화적인 이 시위에 가담했다.
국회의 탄핵 결의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써 현직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구금됐다. 한국판 명예혁명이었다. 청와대에 강골 검사들을 배치하였고, 경호실장과 안기부장직에 육참총장을 임명해 검사들과 장군들에 둘러싸인 그녀는 국민 특히 서민의 아픔 같은 건 싹 무시했다. 검사들과 장군들도 그런 대통령의 방패막이는 못 되었다. 그녀는 결국 감옥행이었다.
근래 대통령직 예비 후보들이 하는 언행을 보니, 자질이 의심스러운 자들이 많다. 자기가 수십 년간 일하던 분야 외의 일에 대해선 기자의 질문에 답도 못 하고 회피하거나 횡설수설하여 코미디를 연출한다. 국정 운영에 대한 상식적이고 소박한 견해도 말할 줄 모르는 자들이 큰 권한에 탐이 나서 거짓된 사설을 늘어놓는 꼴은, 대통령직을 훔치러 나온 서툰 사기꾼들 같다. 왠지 성철 스님의 임종게(臨終揭)가 떠오른다.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 높은 죄업은 수미산에 지나친다….”

윤종호 | 문협회원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