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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문학 성지 순례
- 미디어2 (web@koreatimes.net)
- Sep 13 2021 12:38 PM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전혀 읽지 않은 사람도 그의 작품의 한 두 구절은 안다. 예를 들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또는 ‘세상은 연극 무대이고 모든 남자와 여자는 배우일 뿐이다’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극작가라고 칭송받는 셰익스피어는 만인의 사랑을 받아 그의 생가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모든 문학 애호가들의 메카(mecca for all lovers of literature)’라고 불리는 그의 생가를 보기 위해 나는 런던에서 서북쪽으로 91마일 떨어져 있는 스트랫포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을 찾아 갔다. 이 시골 마을에서 셰익스피어가 출생하고 사망했다 (그는 창작 활동은 런던에서 했다).
그가 태어나서 유년기를 보낸 생가가 잘 보존되어 있는데 전형적인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시절의 건물이다. 셰익스피어 생존시에는 이 집이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한쪽은 가족들의 거처였고 다른 쪽은 장갑을 만들고 모피를 팔던 아버지의 작업장 겸 상점이었다고 한다. 이 집을 방문했던 유명 인사들이 벽과 창틀에 이름을 써 놨는데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월터 스캇(Sir Walter Scott),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의 자필 서명이 눈에 띄었다.
현재 이 집은 박물관이 되어 방문객을 맞고 있다. 이 박물관에는 16세기의 전형적인 가구와 조리 용구들, 그리고 갓난아기 셰익스피어를 위해 쓰였으리라 상상되는 참나무 요람이 전시되어 있다. 셰익스피어의 무덤은 이 마을의 성삼위일체교회(Holy Trinity Church)안에 있는데 그가 태어나 세례를 받은 교회이다.
내가 두번째로 방문한 곳은 잉글랜드의 북쪽 지방 욕셔(Yorkshire)에 있는 하우워스(Haworth)라는 작은 마을인데 문학 애호가들이 스트랫포드-어폰-에이번 다음으로 많이 찾는 문학 성지이다. 브론티(Bronte) 세 자매, 샬럿(Charlotte), 에밀리(Emily), 앤(Anne)이 살았던 곳이다. 세 자매가 모두 출중한 소설가로 영문학사에 이름을 남겼다.
샬럿의 대표작은 ‘제인 에어(Jane Eyre)’이고 앤의 대표작은 ‘애그니스 그레이(Agnes Grey)’이다. 에밀리는 소설을 단 한 권 밖에 쓰지 않았는데 그것이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이다. 1847년에 발간된 이 소설의 핵심은 두 주인공 캐서린(Catherine)과 히스클리프(Heathcliff)의 애절한 사랑이다. 캐서린은 자신과 히스클리프는 영혼으로 맺어진,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를 배우자로 택하지 않는다.
출신이 비천하고 무일푼의 히스클리프와 결혼하여 신분 하강을 감내하며 가난하게 살 수 없다는 것이 이유이다. 히스클리프는 어린 시절부터 캐서린만을 일편단심으로 사랑했는데 그녀가 자기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 살고 있을 때에도, 또 그녀가 죽은 후에도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 캐서린이 죽은 후 히스클리프는 그녀의 환영을 쫓아 황야를 쏘다니며 나흘간 식음을 전폐하더니 그녀가 처녀 시절에 기거하던 방에서 숨을 거두고 그녀의 무덤 곁에 묻힌다. 죽어서라도 캐서린과 함께 있고 싶다는 그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감수성이 강하고 매우 내성적이며 이성을 뜨겁게 사랑한 경험없이 독신으로 살던 에밀리가 20대에 ‘폭풍의 언덕’처럼 격정적인 로맨스 소설을 썼으니 놀라울 뿐이다. 그녀는 이 소설 한 권을 출간하고 일년후에 결핵에 걸려 30세로 요절했다.
성공회 사제였던 아버지와 함께 그들 세 자녀가 살았던 집이 지금은 박물관(Bronte Parsonage Museum)이 되어 그녀들이 입었던 옷, 그녀들의 원고 및 소설 초본 등이 진열되어 있다. 에밀리가 ‘폭풍의 언덕’을 집필할 때 사용한 로즈우드 책상을 비롯하여 옛 가구도 보관되어 있다.
이현수 | 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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