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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엘 콘도르( El Co'ndor)' - (29)

김외숙 소설가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Oct 06 2021 10:21 AM


16. 그녀, 수아  

 


  “보고 싶어요, 애나.”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수아가 전화로 ‘보고 싶어요.’ 라고 했을 때 나는 다른 생각을 했다, 혹 힘든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래서 할 말이라도 있을까, 하는.
 어머니는 ‘수아를 자주 불러다오, 애나야.’ 하며 내게 슬쩍 당부를 하기까지 하셨다. 

  “요즘은 이안을 따라다니느라 바빠요.”
  수아는 식사를 하면서도 차를 마시면서도 이안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자식을 둔 엄마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였다. 이안은 이제 걸음걸이를 배워 앞만 보고 뛰듯이 걷느라 잠시도 한눈팔지 못하게 하는 몹시 바쁜 아기다. 
  나는 저 흡족한 미소를 짓는 엄마, 수아가 몹시 부러웠다. 나도 어서 아기를 낳아 앞만 보고 뛰듯이 걷는 아기 꽁무니를 따라 다녀보고 싶은데 내게는 아직 아기 소식이 없었다. 
  “애나, 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식사를 끝내도록 한창 걸음에 재미를 붙인 이안 얘기만 하던 수아가 찻잔을 앞에 두고 갑자기 머뭇대며 말했다. 
  “해도 괜찮을까, 하지말까, 많이 생각했어요.”
 날 보고 싶어 한 이유가 하고 싶었던 말이 있어서였다는 의미였다.
  “그러니까 더 듣고 싶네요.”
   내가 수아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편안하게 말하게 하고 싶었다. 
  수아가 잠시 눈을 내리뜬 채 입술을 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말하기 시작했다.
  “브라이언이 이루지 못한 사랑을 했다고 했을 때 누구였을까, 궁금해 했던 적이 있어요. 그 땐 호기심이었죠. 그런데 마이클 때문에 화를 내던 그 날, 알았어요.”
  수아가 내게 난데없이 말의 폭탄을 날렸다. 그 날, 모임에서 마이클과 나를 중매하겠다던 길모어 부인의 말을 옮긴 어머니에게 절대로 안 된다며 브라이언이 화를 낸 이유를 결국 수아가 알게 된 것이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던 것이다.
  ‘그래서 먼저 일어났었구나!’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으며 그날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내 일로 브라이언이 어머니께 무례하도록 격한 태도를 보였고, 그것은 아직도 마음에서 날 지우지 못했다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겠던, 위태로운 언행이었다. 더구나 수아 앞에서였다.
  수아가 그렇게 뒤늦게 나와 브라이언의 관계를 언급한 것이다.
  마치 수아가 ‘어떻게 동생인 내 남편을 사랑할 수 있어요?’ 하고 몰아붙이며 나무라는 것 같아 내가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그러면서도, 가정을 이뤄 잘 살고 있는 수아가 지난 일을 끄집어내어 날 난감하게 하고 있는 저의가 뭘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브라이언은 말했었다, 수아를 편하게 해 주고 싶다고.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아니면 그 지극한 브라이언의 마음을 아직도 수아는 모른다는 말인가? 그래서 날 의심하고 있다는 말일까? 그러기에는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았다. 나는 이미 마이클의 아내가 되었고 내 관심은 오직 마이클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브라이언을 만나기 전에, 한 남자를 알았어요.”
  수아가 또 예기치 않은 말의 폭탄을 던졌다. 수아가 오늘 날 놀라게 하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그와 결혼식 중이었는데 갑자기 유모차를 앞세운 여자가 나타나 ‘저 사람, 우리 아기 아빠예요.’라고 한 해프닝이 있었죠.”
  수아가 오늘 왜 이러는지 나는 어리둥절한 채인데, 마치 남의 얘기하듯이 잊고 싶었을 자신의 결혼식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내 결혼식 전에 브라이언으로부터 들은, 바로 수아 자신의 결혼식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도대체 뭘 말하려고 아무 상관도 없는 내게 그 가혹하던 결혼식 장면을 수아 스스로 터뜨리고 있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를 몰라 그렇게 서운해 하신 부모님께는 지금까지 함구한 수아였다. 
  “나는 신부였는데 모르는 여자와 아기가 느닷없이 나타나 내 결혼식을 헝클고 있었어요.” 
  그러나 한 번 말을 시작한 수아는 멈출 마음이 없어보였다. 그것은 평소 말 수가 적은 편인 수아가 보이는 파격적인 언행이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고 예식은 멈춰버렸죠. 면사포를 쓴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내가 주례 앞에서 떨고 있는데 그 여자가 또 말했어요, ‘우리 아기에게 그러지 말아요, 제발!’ 하고. 분명히 날 보며 한 말이었어요. 그 때서야 정신이 들었어요. 그들이 내 결혼식을 헝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에게서 남편과 아빠를 빼앗고 있었던 거예요.”
  입은 남의 일이듯 담담히 말을 하는데 깊은 우물 같은 수아의 눈동자엔 눈물이 잘금거렸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수아가 저토록 스스로의 심정을 할퀴며 하기도 힘든 말을 내게 다 드러내고 있는 이유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다. 
  “애나에게 미안했어요. 마치 내가 다시 그 면사포를 쓰고 애나 앞에 서 있는 것 같았어요.”
  “...?
  수아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그러니까 브라이언이 화를 내던 그 순간이 여자와 아기에게서 남편과 아빠를 빼앗던 면사포의 그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는, 결국, 내게서 사랑을 빼앗아 미안했다는 의미의 말이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곤혹스럽고 난감했다. 너무나 곤혹스러워 입조차 뗄 수가 없었다.
  ‘미안’을 말하기 위해 수아는 치욕스러웠을 면사포의 그 순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는데 나는 여태 수아의 그 ‘미안’에는 공감조차 할 수 없었다.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내 사랑을 빼앗긴 적은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뿌리 견고하던 관계의 경계에 부딪쳤을 때 애초에 설정된 남매란 다른 빛깔의 사랑을 택했을 뿐이다. 부모님이 설정한 그 경계는 너무나 견고해서 브라이언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결코 뛰어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이 브라이언과는 다른 입장의 내 한계란 엄연한 현실을 내가 인식하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그러함에도 내가 앓아야 했던 지독한 마음의 고통은 가능치 않은 사랑에 빠진 내가 치러야 한 대가였으므로 수아 탓은 아니었다.
  “매일 눈앞에서 애나를 힘들게 했을 것 같아요.”
  수아가 또 고백했다. 
  ‘매일 눈앞에서...’
  수아가 내 입장을 알고 있었다. 수아와 브라이언 앞에서 매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말하고 웃어야 했던 내 입장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수아에게 느낀 미안이기도 했다. 수아가 나 때문에 겪었을 고통에 대한 것이었다. 

   깊이 묻어뒀을 기억의 항아리, 스스로도 결코 되돌아보고 싶지 않았을 그 모진 기억을 수아는 내 눈 앞에서 깨트려 낱낱이 쏟아놓았는데,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수아의 사랑인 내 첫사랑에 대해 나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깨트리는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드러낸 수아 방법대로라면 나도 일곱 살의 그 때부터 다 드러내야 하는데 나도 그래야 할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수아나 내가 결코 의도한 것이 아닌 그 일, 이제는 가슴에 묻어둔 과거를 나는 수아 앞에서 다시 환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유년의 한 아이가 성인이기까지 그 아이에게 모든 것이었던 그 첫사랑, 지금은 아무리 수아의 사랑일지라도 첫사랑의 그 긴 시간만큼은 내 것이었다. 나는 내 방법대로 내 첫사랑을 대하고 싶었다. 과거는 과거이도록 내 속에다 고이 묻어두는 것, 그것이 첫 사랑에 대한 예의요, 내 과거를 대하는 내 방법이었다.
  이제 수아와 내겐 브라이언과 마이클이 있고 각자의 사랑 밖에 볼 줄 모르는 이 시점에 눈앞의 사랑이 아닌, 다른 말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나는 가만히 수아의 손을 잡았다, 내 침묵의 의미를 수아가 이해하기를 바라면서. 침묵은 그 자체로 많은 말을 대신하는, 소리 없는 언어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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