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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론 없는 윤석열
김희원 | 논설위원 (서울 본사)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Dec 30 2021 04:44 PM
검증은 싫고 표만 달라는 대선 후보라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5일 “경선 때 토론 16번 했지만 누가 봤느냐”고 토론 거부를 선언하고, 애써 찾아본 이들의 시민의식을 모욕했다. 이후 연일 이유를 댔지만 합당치 않다. “대장동 특검을 받으면 하겠다”는 조건을 걸고 “중범죄자의 물타기”로 몰더니 “(공약을 뒤집는) 이런 사람과 토론해야 하나. 정말 같잖다”고 했다. 주권을 위임하는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인식이 의심스럽다. 유죄를 예단하고 상대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국민을 존중할지 걱정스럽다. 그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 상식과 법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윤 후보의 토론 거부는 전략이었을 터다. 그렇다면 지지율이 요동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역전이 확연해진 지금은 어떤가. “지지율 낮은 후보가 토론을 요구한다”는 신지예 선대위 청년본부장의 주장대로라면 이제 윤 후보가 나설 차례지만 오히려 이념공세가 격화할 분위기다. 윤 후보가 29일 경북 안동에서 한 극우의 22분 연설이 그 선언처럼 들린다. 주사이론 운운하며 색깔론을 들고 왔고 경제를 살린 독재 정부를 옹호했다. 고정 지지층 잡기에 나서 네거티브도 불사하는 악순환이다.
물론 토론이 검증의 전부는 아니다. 그가 “(토론 대신) 생각을 얘기하고 시청자나 전문가들이 보고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던, 그 방식대로 진행됐던 유튜브 ‘삼프로TV’는 그의 경제 식견을 확인할 기회였다. 정책 질문에 ‘강물의 흐름을 막지 말라’는 비유로만 응대하는 실력을. 주술 논란,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실언 시리즈, 개 사과 해프닝도 어느 정도는 인물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단편적 발언과 해프닝으로 대통령을 뽑고 싶지는 않다. 국민은 여전히 그가 정권을 교체해 만들려는 나라가 궁금하다. 그가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싶다. 그의 공정이 내 생각과 같은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집을 살지 주식을 팔지 결정하려면 그의 정책을 알아야 한다. 문재인 정권과 반대로 하면 된다는 구호는 이제 의미가 없다.
검증 회피를 전략으로 삼은 정치인은 전에도 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정계 데뷔 전 바람을 탔지만 시간을 끌다 대선 3개월 전에야 출마를 선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랜 정치경력에도 토론이나 언론 접촉에 소극적이었다. 그는 이미지로 당선됐고 국민은 검증 실패의 대가를 탄핵으로 치렀다. 사법농단의 실상을 낱낱이 알게 됐을 때 나는 오히려 ‘최서원(최순실) 의존성’을 모를 리 없는 주변 인물들에게 분노했다. 당대표 시절 결정을 못 내리는 그에게 전여옥 전 의원은 ‘전화라도 해 보시라’고 했다지 않나. 인사 결정도, 연설문 수정도, 세월호 사고 당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가는 판단조차 최씨 없인 못 했던 대통령이었다. 그런 그를 얼굴로 세우고 제 배를 불렸을 보수 권력자들의 뻔뻔함과 이기심에 치가 떨렸다. 지금 윤 후보가 준비 안 된 대통령 후보라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내용을 채우고 김한길 새시대위원장이 인물을 영입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무책임하다. 정권교체의 땔감이면 아무나 상관없다는 보수의 열망은 무모한 것이다.
30일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은 대선 정국 최저치(40%)로 떨어져 정권안정론(45%)을 밑돌았다. 정권교체의 날개 없이 윤 후보는 무엇으로 국민을 설득할 것인가. 그는 자신의 가치와 언어를 말해야 한다. 많은 직능단체와 유권자가 궁금해하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그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자격 미달의 위험한 후보’와 ‘거칠지만 문 정권을 속시원히 뒤집을 후보’에서 엇갈린다. 검증은 아직 진행 중이다.
김희원 | 논설위원 (서울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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