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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들과 연인들
- 미디어2 (web@koreatimes.net)
- Jan 20 2022 03:31 PM
이현수
D. H. 로런스로 세상에 알려져 있는 데이비드 허벗 로런스(David Herbert Lawrence)는 영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국 태생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 평론가였다. 그는 1885년에 영국 중부 노팅엄셔의 탄광촌에서 광부인 아버지와 교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다섯명의 자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는 궁핍한 형편에서 어렵사리 노팅엄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었다. 20세 무렵부터 습작을 하던 그는 1911년에 ‘하얀 공작(The White Peacock)’을 발표하여 소설가로 데뷔했다. 그는 대학 은사의 아내이자 6살 연상인 독일여인 프리다(Frieda)를 만나 그녀와 독일로 사랑의 도피를 하였다가 남편이 이혼해주자 그녀와 결혼하였다.
그는 1912년에 교사를 그만 둔 후 집필에 전념하였는데 서너 편의 작품은 사회통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출판 금지되거나 익명으로 출판되기도 했고 외설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영국에서 그에 대한 비난이 일자 그는 정치적, 정서적 피난처를 찾아 유럽의 여러 나라,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멕시코 등지를 전전하며 저술 활동을 하였다. 그는 늘 가난에 쪼들렸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소설 외에 다양한 장르의 산문을 양산했다. 그는 44세이던 1930년에 폐결핵으로 객지에서 별세했다. 20세기 서양 문학에 큰 영향을 끼친 그는 사후에 천재성과 위대성을 인정받은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20세기에 발간된 탁월한 자전적 소설 중 하나라는 평을 받는 ‘아들들과 연인들(Sons and Lovers)’외에 ‘무지개(The Rainbow)’ ‘사랑하는 여인들(Women in Love)’ ‘채털리 귀부인의 연인(Lady Chatterley’s Lover)’이 있다.
1913년에 발표된 ‘아들들과 연인들’은 픽션이 가미된 로런스의 자전적 소설이다. 사회 계급과 지적 수준 차이로 인한 부모의 불화,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과도한 집착, 탄광촌에서의 불우한 어린 시절, 애정 행각, 그리고 노동자 계급에 속하는 그의 계급의식이 이 소설에 투영되어 있다.
로런스가 이 소설의 주인공 폴(Paul)이다. 폴의 어머니 거트루드(Gertrude)는 중류 가정 출신으로 교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세련된 여인이다. 그녀는 런던에서 대학을 나온 한 청년을 연모했는데 그가 타지로 가서 다른 여인과 결혼함으로써 둘의 관계가 끝난다. 그녀는 미천한 집안 출신으로 광부인 월터 모렐(Walter Morel)의 구애를 받아 그와 결혼하고 남편의 박봉으로 탄광촌에서 궁핍하게 산다.
세월이 흐르며 거트루드는 문맹이며 저속한 사투리를 쓰고 음주에 젖어 사는 남편을 경시한다. 숙녀의 품격을 갖춘 아내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는 월터는 그녀를 경원하면서도 거칠게 대한다. 그는 자식들로부터도 가장으로서 존경을 받지 못한다. 거트루드는 자기 아들들이 아버지 뒤를 이어 광부가 되지 않도록 교육시킨다.
남편에게서 멀어진 거트루드는 첫 아들 윌리엄(William)에게 사랑을 쏟는다. 그러나 런던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윌리엄은 병을 얻어 일찍 죽는다. 그러자 거트루드의 집요한 사랑은 둘째 아들 폴(Paul)에게로 옮겨 간다. 폴도 어머니를 끔찍이 사랑한다. 그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에 있는 의족 스타킹 제조 공장에 취직하여 사무직을 맡아 집에서 기차로 출퇴근하며 일하는 한편 여가에 그림을 그린다.
폴은 이웃 마을 농장주의 딸인 미리엄(Miriam)과 사귀며 그녀와 많은 시간을 보낸다. 거트루드는 미리엄이 자기에게서 폴을 빼앗아 갈 것이라며 그녀를 미워한다. 폴은 8년 동안이나 친구겸 애인이던 그녀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결별한다. 그 후 지적이며 희생적 성품의 미리엄과 달리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이기적인 클라라(Clara)와 연인 사이가 되는데 그녀는 남편과 별거 중인 다섯 살 연상의 유부녀이다. 하지만 결국 그녀와도 헤어진다.
폴은 미리엄과 클라라가 자기와의 결혼을 원하는 줄 알지만 그녀들 누구에게도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어줄 수 없어 결혼하지 않는다고 어머니에게 실토한다. 거트루드는 자기가 보기에 폴이 결혼을 안 한 이유는 적절한 배우자감을 아직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응수하는데 폴은 어머니가 살아 있는 한 그런 여인을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근거로 문학비평가들은 폴에게 에디퍼스 콤플렉스 (Oedipus complex: 아들의 어머니에 대한 성적 사모)가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거트루드는 암에 걸려 고생한다. 폴은 어머니를 극진히 간호하다가 그녀를 끝없는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려는 의도로 집에 보관하고 있는 모르핀을 몽땅 우유에 타서 먹이고 그녀는 모르핀 과당복용으로 숨을 거둔다. 폴은 정신적 지주였던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심적 혼란을 겪고 방황하지만 마침내 혼자 힘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이 소설은 미국의 유명 출판사 The Modern Library가 선정한 ‘100 Best English Novels of the 20th Century’에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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