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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법화가 다가오고 있다

권오율, SFU 경영대 겸임교수


  • 미디어2 (web@koreatimes.net)
  • Feb 08 2022 03:48 PM


1)    법정화폐(법화)

 인류가 발전하면서 화폐도 발전해왔다. 특히 최근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화폐도 디지털 기술을 응용하는 방향으로 급속히 비약하고 있다. 아울러 앞으로 화폐가 어떤 양상으로 발전하게 될지 우리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물물교환을 하던 인류는 약 1만 년 전에 교환의 수단으로 여러 형태의 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3천여 년 전에 교역의 매개체로 법률상 강제통용력이 주어진 법정화폐(법화)로 표준화된 주화가 시작했다. 법화는 교역의 매개가 될 뿐 아니라 가치저장, 가치척도 등의 역할을 한다. 지폐는 1300년 전에 생겼는데 지폐의 가치를 금의 가치에 연계시키는 금본위제도로 시작되었다.

경제교류를 원활히 하기 위하여 경제성장과 병행하여 화폐량도 증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금의 생산제한에 따른 화폐 성장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1970년대에 각국은 금본위제도를 중단했지만 법에 따라 지폐는 화폐의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법화이다. 2차 대전 직후 개인이 취급하는 상거래가 많아지면서 지급의 편의를 위하여 신용카드(credit card)가 처음으로 생겼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2)    디지털 통화     

 1990년대에 들어 인터넷 이용이 확산하면서 인터넷을 통하여 돈을 즉시 주고받을 수 있는 온라인 전자결제 시스템인 페이팔(PayPal)이 개발되었다. 이것이 디지털 통화의 시작이다. 페이팔은 자기 은행계좌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한 거래결제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2009년에 주화나 지폐와 달리 물리적 형태가 없는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디지털 통화가 개발되었다. 이것은 금융당국의 규제 없이 개인이나 기업이 개발하고 관리한다. 세계 어디서나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된 이용자들 간(가상공간)에 온라인으로 직접 송금, 결제 등 금융거래가 저렴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며, 암호방식과 익명으로 거래의 비밀이 보장된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컴퓨터 네트워크의 한 원리를 이용한다. 비트코인 거래가 일정 기간(10분간) 이뤄질 때마다 한 ‘블록’으로 묶어서 그 거래에 참여하는 모두의 컴퓨터에 사슬처럼 네트워크(‘체인’)로 정보가 전해지며, 참여자들은 그 거래정보의 유효성과 신빙성을 서로 점검하고 신뢰하게 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는 화폐를 가상화폐라 하며 비트코인 외에도 4천여 종이 개발되었다.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진일보한 이더리움(Ethereum)이 2015년에 시작되었다. 이것은 블록체인에 금융거래 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정보를 암호코드 형식으로 저장할 수 있도록 하여 블록체인 이용을 사실상 일반화 시킴으로써, 전자금융결제 뿐 아니라 여러 다른 분야에도 적용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비밀보장과 저렴한 즉시 결제라는 이점과 법정화폐의 가격안정이라는 이점을 동시에 향유하려는 취지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라는 가상화폐가 2015년에 등장했다. 이것은 미국 달러 등 법정 화폐와 1대1로 가치를 고정되게 하여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되어 있다. 스테이블 코인 중에 가장 먼저 시작된 대표적인 것이 테더(Tether)이나 이후 10여 종이 더 개발된 상태이다.

 

3)    디지털 자산화

 한편 블록체인 기술로 대체불가한 토큰 (non-fungible token)이 2014년에 개발되었다. 이 토큰은 어떤 재산, 정보, 이미지 등을 다른 것과 대체하거나 삭제와 수정이 불가능하게끔 만들어진 데이터파일로, 하나의 기록된 등기권리증과 같다. 이 등기권리증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투명성이 있다. 비트코인과 같이 대체 가능한 가상화폐는 지불수단을 목적으로 하는데 비하여 대체 불가능한 토큰은 디지털 자산화에 목적을 둔다.

 가령 1억 불 가치가 있는 건물을 담보로 하고 1억 개의 토큰을 발행한다면 토큰 한 개는 1불의 가치가 있다. 토큰마다 그 특정한 건물을 나타내는 디지털 데이터를 갖고 있다. 같은 수법으로 어떤 그림, 영상, 음악, 오락게임 등 하나를 특정 값으로 디지털 파일로 정하고 판매함으로써 원래의 자산을 디지털화 한다.

 

 디지털 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글로벌 차원에서 중개인 또는 중앙관리자 없이 어느 때나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거래될 수 있다. 고가의 부동산을 일반인이 소유할 수는 없지만, 위의 예처럼 디지털로 자산화 되면 일반인들도 작은 지분을 소유할 수 있고, 원래 재산에서 나오는 이윤에서 소유지분에 해당하는 이윤을 배당 받을 수 있다. 그림, 영상, 음악, 오락게임을 제작한 사람이 중개인 없이도 디지털 자산화를 통해서 이를 판매하고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디지털 자산 토큰의 발행, 거래, 보관과 그 과정을 통한 부의 창출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디지털 경제에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토큰의 발행액은 2020년에 3억 불이던 것이 2021년에 143억 불로 42배 증가했고, 거래액은 같은 기간에 170배나 증가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화폐나 자산화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시대의 중요한 요소인 빅데이터를 개발, 분석, 활용, 거래, 관리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더리움이 지배적인 블록체인 기술이었지만 여러 회사가 보다 개선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몇 가지의 대체기술이 개발되어 이용되고 있다.

 

 

4)    디지털 화폐와 자산화의 문제점

 디지털 화폐와 대체 불가능 토큰은 은행과 같은 중앙 금융 중개자에 의존하지 않고 국경과 관계없이 당사자 간 직접 금융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탈중앙화 금융(DeFi-Decentralized Finance)’ 또는 ‘가상금융(crypto finance)’이라고 한다. 가상금융(DeFi)은 정부의 금융제도 밖에서 운영되어 그에 대한 제도적 규제가 없고 여러 가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가상금융의 중요한 요소인 가상화폐는 어떤 본질적 가치에 정착되어 있지 않고 가격안정을 위한 제도가 없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심하다. 따라서 교환의 매개로 화폐의 역할을 못하고 대부분 투기의 대상이 되어 있다.

 가상금융거래는 블록체인을 통하여 암호(crypto)로 어떤 복잡한 지시를 하는 것과 같다. 이 암호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런 문제를 다스릴 제도나 기관이 없다.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익명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비밀이 보장되기 때문에 해킹, 도난, 사기, 마약거래, 돈세탁 등 여러 불법행위와 위험이 따른다.

 가상금융을 통한 국제적 금융거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법행위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각 나라가 규제를 하고 국제간 협조를 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남아있다. 블록체인을 운용하는 데 많은 양의 전기가 소모된다. 이런 블록체인에 기반을 두고 하는 가상금융거래에 소모되는 전기량은 과거 2년간 매년 7.2배가 증가하여 지금은 스위스에서 사용되는 일 년 전기소모량의 두 배가 된다.

 

 이런 여러 위험이나 문제에도 불구하고 가상금융제도를 법으로 제한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정부의 금융거래제도가 충분히 발달되어 있지 못한 개발도상국에서는 가상금융이 정부의 금융제도에 대한 보완이나 대체제도가 될 수 있다. 특히 세계인구의 약 반이나 되는 사람들이 은행계좌는 갖고 있지 않으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스마트폰은 갖고 있는 현실 가운데에 가상금융은 이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안 금융제도가 될 수 있다.

 가상금융거래가 급속히 팽창하게 되면서 기존의 금융제도와 정부의 중요한 금융정책이 영향을 받게 된다. 가상금융거래량이 과거 3년간 매년 약 11배로 증가하여 현재 2.5조 불에 달하고 있으며, 이것은 비자(VISA)의 거래량 수준이다. 이렇게 팽창하는 가상금융거래에 혼란이 생기는 경우 현 제도상의 금융안정을 교란할 수 있다. 제도 밖의 가상금융거래가 팽창하면 정부 금융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고, 여러 조세 재원을 잃게 된다. 또 가상금융거래는 나라를 초월한 거래이기 때문에 국제적 자본이동과 외환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

 가상금융거래는 익명으로 비밀이 보장되기 때문에 당국이 금융정책상 거래되는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일이 불가하게 된다. 가상금융거래 뿐 아니라 이미 세계인구의 40%에 달하는 30억 사람들이 신속하고 저렴한 결제수단으로 자기들의 은행계좌를 이월렛(eWallet) 또는 페이팔(Paypal)에 연결해 놓고 디지털로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이들의 거래흐름도 당국이 파악하고 통제하기 어렵다. 이와 같이 가상금융을  포함한 전 금융시장의 탈중앙화 환경하에서 금융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디지털 법정화폐(digital currency)를 발행하는 것이다.

 

5)    디지털 법정화폐(법화): 의미와 특징

 

 디지털 법화는 기존의 실물 명목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하여 중앙은행이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금전적 가치를 디지털 형태로 발행하는 혁명적인 새로운 법화가 된다. 디지털 형태라는 점에서 가상화폐와 같지만 여러 가지 다른 점을 갖고 있다.

 

i) 디지털 법화는 개인이나 기업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금액에 따라 디지털 정보로 바꾸고 암호화하여 IC 카드에 저장하여 사용하거나, 컴퓨터에 보관하여 온라인 및 네트워크상으로 사용한다. 즉 지금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탈중앙화 금융’에서 ‘중앙화 금융’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ii) 디지털 법화는 중앙은행이 발행·보증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화폐의 세 가지 기능을 발휘하고, 현금처럼 가격변동이 거의 없고 안정성이 높다.

iii) 디지털 법화는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므로 현금과 달리 익명으로 안전한 즉시 거래가 가능하게 된다.

iv) 정책목적에 따라 중앙은행 계좌의 자금보유 한도, 이자지급, 이용기간 등의 조절이 가능하다.

v) 개인이나 기업의 금융거래를 파악하고 돈의 소유와 흐름을 파악하여 금융정책을 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나, 이것은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사생활의 침해가 될 수 있다.

vi) 실물화폐 발행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블록체인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화폐위조가 불가능하다.

vii)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거래를 위해 시중 은행을 거치지 않고 중앙은행에 직접 계좌를 설치하고 그에 준해 디지털 법화를 받아 사용하게 되므로 사용자는 금융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현재 전 세계 80억 인구가 부담하는 금융거래 비용은 일년에 약 2.9조 불에 달하고 이는 전 세계 사람 1인당 350불이나 되는 큰 비용이다. 이 비용 중 상당 부분을 디지털 법화를 통해 절감할 수 있다.

 

 디지털 법화가 금융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현금이 중앙은행으로 몰리기 때문에 일반은행이 자금난을 당하게 되어 개인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융자가 어렵게 된다. 또 일반은행의 업무영역이 축소되어 자연 이자율이 상승하게 된다. 현재 국제적 대금결제를 주로 미국달러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여러 나라가 국제적 대금결제를 자국의 디지털 법화로 하는 경우 세계금융시장에서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달러의 영향력이 떨어진다. 아울러 약소국가의 시민은 자국의 화폐를 쓰는 대신 외국의 e-법화를 사용하여 자국에 금융난을 야기할 수 있다.

 

6.    디지털 법화의 현황과 전망

 비록 디지털 법화의 원리는 간단하지만 실행했을 때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미국, 유럽중앙은행, 일본, 영국, 캐나다 등 50여 국가가 디지털 법화의 발행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스웨덴이 2020년 초에 시범적으로 소규모로 시작했는데 도입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2020년 말에 50만 명에게 이위안(e-yuan)을 주고 실험했다.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패권을 차지하고 달러의 세계금융 패권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수단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외국과의 무역결제에 디지털 위안화를 요구하는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많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디지털 법화가 시작될 것은 확실시되지만, 내포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어떤 형태로 진전될지를 예측하기 어려워, 여러 나라가 그 발행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예측 불가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방지하고 최소화 하기 위하여 중앙은행에 개설하는 계좌의 최대금액을 제한하는 방식을 위선 택할 것으로 보인다.

 

권오율.jpg

권오율, SFU 경영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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