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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 흑인 보병연대

손영호 | 칼럼니스트·토론토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Feb 14 2022 05:2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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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인 '보스턴 코먼(Boston Common)' 내, 매사추세츠 주의사당이 마주보이는 곳에 "로버트 굴드 쇼와 매사추세츠 제54연대"라는 기념동상이 있다. 이 동상은 미국 조각가 아우구스투스 세인트 고던스에 의해 1897년 5월에 세워졌으나 120여 년간 수차례 훼손당하고, 특히 2020년 5월25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시위로 손상이 심해 작년 3월에 복원되었다. 
 이 동상은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영웅담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시민들의 성금에 의해 만들어진 첫 번째 동상이란 점에 그 의의(意義)가 있다. 조각은 1863년 5월28일 연대장 로버트 굴드 쇼 대령이 이끄는 제54연대가 전투를 치르기 위해 남부로 떠나기 전에 보스턴 비콘 거리를 행진하는 장면을 부조(浮彫)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 남북 전쟁(American Civil War)은 1861년 4월, 노예제를 지지하던 남부의 주들이 모여 남부연합을 형성하고 미합중국으로부터의 분리를 선언한 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항의 섬터 요새(Fort Sumter) 포격을 시작으로 개전(開戰)되어 북부군과 1865년 4월까지 4년 동안 벌어진 내전이다. 


 남부연합은 1863년 1월1일자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 의해 선포된 '노예해방령'에도 불구하고, 북군 군복을 입은 모든 흑인들과 흑인 부대를 이끄는 백인 장교는 처형될 것이며 귀향하는 흑인들은 노예로 삼는다는 포고령을 선포한다. 
 실제로 남부군들은 포로로 붙들린 북부군 흑인군인들을 군인으로서 포로수용소로 보내는 대신 노예로 팔거나 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급기야 1864년 4월12일 테네시주 필로우 요새 전투에서는 항복하는 수백명의 북군들을 남부군 네이선 포레스트 소장의 명령에 의해 총검으로 죽이는, 이른바 ‘필로우 요새 대학살(Fort Pillow Massacre)’이 일어났다. 


 1863년 3월, 흑인 지도자 프레더릭 더글러스와 존 앤드류(John Alvion Andrew, 1818~1867)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창안하여, 천대받던 흑인들에게 자긍심과 명예를 심어주기 위해 최초로 흑인들로만 구성된 매사추세츠 제54 자원보병연대를 창설한다. 
 당시 대위이던 로버트 굴드 쇼(Robert Gould Shaw, 1837~1863)를 대령으로 승진시켜 연대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자 쇼 대령은 이를 수락한다. 


 프레더릭 더글러스(Frederick Douglass, 1817~1895)는 미국 남부 메릴랜드 주에서 흑인 노예로 태어나 12살 때 농장주의 부인으로부터 글을 배운 것이 계기가 되어 미국의 저명한 노예제 폐지 및 여성인권 운동가, 신문 편집인, 연설가, 저술가, 정치인, 외교관, 그리고 개혁가로서 20세기 직전까지 미국 흑인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제54연대에 자신의 세 아들 중 장남 루이스와 막내 찰스를 가장 먼저 입대시켰다. 


 매사추세츠 54연대는 1863년 7월18일 2차 와그너 요새 전투에서 거의 절반이 희생했으며 쇼 대령도 25세의 꽃다운 나이에 전사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앞으로(Forward)! 54연대 앞으로!"였다. 그러나 요새 함락은 실패였다.
 당시 장교들의 시신은 돌려보내는 것이 관례였으나 쇼 대령의 시신은 흑인병사들과 함께 묻혔다. 쇼의 아버지 프란시스 쇼는 "아들이 그의 군대와 함께 묻힌 것은 군인으로서 자랑일 뿐만 아니라 노예 해방의 십자군으로서의 소임을 다한 장한 일"이라며 "용감하고 헌신적인 병사들에 둘러싸여 누워있는 그 곳이야말로 더 성스럽고 더 안락한 곳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묻힌 보포트(Beaufort) 국립묘지의 묘비명은 '무명의 묘(Unknown)'로 표시됐다. 


 그러나 그들의 용맹성은 널리 알려져 의회는 흑인 부대의 결성을 정식으로 인가했으며 이후 흑인 자원병을 꾸준히 모집하는 계기가 되어 그 수가 18만여 명까지 이르게 되었다. 링컨 대통령은 이들 흑인이 (궁극적인 승리를 위한) 전세를 바꾸었다고 말했다. 
 로버트 굴드 쇼 대령 사망 후 54연대 깃발을 끝까지 사수하여 반납한 사람은 윌리엄 카니(William Harvey Carney, 1840~1908) 상사였다. 그 공로로 37년이 지난 1900년 5월23일 매사추세츠 주 뉴베드포드에 살고 있던 카니는 최초로 의회명예훈장을 수상했다. 
 메릴랜드주 도체스터 카운티의 노예출신으로 노예해방 인권운동가이자 노예흑인 1천여 명을 탈출시켜 별명이 '모세'인 전설적 여장부 해리엇 터브먼(Harriet Tubman, 1822~1913)이 있다. 그녀는 와그너 요새 공격 전 로버트 굴드 쇼 대령의 마지막 식사를 제공했으며, 와그너 요새 공격을 크게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터브먼은 당시의 전투를 이렇게 설명하였다. “그때 우린 번개를 보았고, 곧이어 총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천둥소리가 들렸는데, 그것은 더 큰 총들이었다. 그리고 빗소리가 들렸는데, 그것은 핏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겨우 수확을 하러 갈 때가 되었을 때, 우리가 거둔 것은 시체뿐이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남북전쟁에 대한 방대한 규모의 기사를 보도한 하퍼스 위클리(Harper's Weekly)지이다. 1857년 하퍼 & 브라더즈가 뉴욕에서 창간하여 1916년까지 약 60년간 발행한 정치 잡지이다. 발간 3년 만에 월간지에서 주간지로 변경하여 발행부수가 20만부에 달하는 인기를 누렸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1871년 9월9일자로 보도된 조선 최초의 사진들이다. 1871년 6월1일, 제너럴셔먼호 사건의 보복을 위해 미국 해군이 조선에 원정하여 강화도에서 신미양요(辛未洋擾)를 일으켰을 때 하퍼스의 종군 사진기자였던 펠리체 베아토(Felice Beato, 1832~1909)가 촬영하여 보도한 여러 사진 중에는, 이때 전사한 어재연(魚在淵) 장군의 '수(帥)'자가 쓰인 장군기가 미해군 콜로라도함에 실려 있는 사진이었다. 
 이 장군기는 전리품으로 가져가 미국 메릴랜드주 애너폴리스 해군사관학교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136년이 지난 2007년 10월22일에 장기대여 형식으로 우리나라에 반환되었다. 


 2차 와그너 요새 전투에서 전사한 노예폐지론자 로버트 굴드 쇼의 용감한 순교에 대한 명예훈장 추서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당시에는 인종 차별 문제 때문에 수여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포드햄 대학의 군사과학부가 이를 적극 추진 중이다. 그리고 로버트 굴드 쇼는 하버드 대를 졸업하지 못했지만 그의 이름은 학내 기념당 회랑에 새겨져 있다. 
 1989년 '가을의 전설(1994)'로 잘 알려진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영광의 깃발(Glory)'에서 이를 실감나게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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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호 | 칼럼니스트·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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