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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의 추억
- 미디어2 (web@koreatimes.net)
- Apr 04 2022 09:40 AM
코비드-19 팬데믹으로 인해 외식, 지인들과의 모임 등 우리들이 일상 생활에서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많은 즐거움이 사라졌는데 무엇보다 자유롭게 여행을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 그래서 나는 예전에 했던 여행을 회상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나는 캐나다에 와서 살며 미국의 많은 도시를 관광했는데 그 중에서 뉴올리언스(New Orleans) 여행이 가장 깊게 인상에 남아 있다. 1718년에 프랑스인들이 설립한 이 도시의 원래 이름은 ‘라 누벨 오를레앙(La Nouvelle Orleans)’이었는데 프랑스 루이 15세의 섭정을 맡았던 오를레앙(Orleans) 공작의 이름을 딴 것이다 (New Orleans는 La Nouvelle Orleans의 영역).
뉴올리언스는 미시시피강이 멕시코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하구에 자리잡고 있는 항구이다. 미시시피강은 남북으로 통하는 중요한 수로로서 이 때문에 뉴올리언스는 유럽 여러 나라의 북미 대륙 지배를 위한 각축장이기도 했다. 이 도시는 프랑스의 식민지로 출발하여 한동안 스페인의 수중에 들어 갔다가 다시 프랑스의 식민지로 복귀하였고 1803년에 미국의 제퍼슨 대통령이 나폴레옹으로부터 구입함으로써 미국 영토가 되었다. 원래 제퍼슨은 뉴올리언스만 구입하려고 했으나 나폴레옹은 뉴올리언스를 포함한 루이지아나 전체를 1,500만 달러에 팔아 넘겼던 것이다. 이로써 당시의 미국 영토가 두배로 확장되었다. 그후 뉴올리언스는 19세기 미국 남부의 가장 중요한 생산품인 면화의 수출 항구로 번영을 누렸다.
뉴올리언스는 초기부터 여러 인종의 전시장이었다. 프랑스와 스페인 사람들, 그 외의 다른 유럽인들, 캐나다의 아케이디아(지금의 노바스코셔)에서 내려온 프랑스계 이주민들,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잡혀 온 흑인 등등이 모여 살면서 뉴올리언스를 독특한 성격의 도시로 만들었다. 3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뉴올리언스는 옛 유적을 잘 보존하면서 주요 도시로 발전하였으며 미국의 어느 도시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현대식 고층 건물도 상당수 있어 나지막한 고건물들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뉴올리언스에서 특히 관광객의 발길을 끄는 곳은 뷰 카레(Vieux Carre) 또는 프 렌치쿼터(French Quarter)라고 불리는 작은 구역이다. 프렌취쿼터는 18세기 초기에 프랑스의 전형적인 마을을 본 따서 설계되었는데 이곳의 건물들은 프랑스, 스페인 및 초기 미국 건축 양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많은 건물들의 외부에 보도위로 발코니가 설치되어 있는데 정교한 디자인의 철제 난간이 인상적이다.
나는 뉴올리언스에서 체류하는 동안 주로 프렌치쿼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곳의 모든 거리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그들로부터 돈을 벌어 생계를 꾸리는 프로 또는 아마추어 악사들로 붐볐고 온통 축제 분위기여서 거리를 거니는 것 자체가 흥겨웠다. 그 유명한 버번스트릿은 술집이 몰려 있는 거리인데 이곳의 술집들은 밤새도록 영업을 하고 있어 나도 함께 간 친구들과 어울려 술집을 전전하기도 했다.
뉴올리언스는 독특한 케이전 요리, 크리올 요리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뉴올리언스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재즈이다. 소위 딕시랜드 재즈는 1880년대부터 제1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시기에 뉴올리언스의 흑인들이 창안해낸 음악이다. 흑인 영가, 블루스, 백인의 댄스곡 및 찬송가를 바탕으로 재즈가 생겨 났는데, 재즈의 생명은 즉흥이므로 연주 때 마다 새로운 재즈곡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즈의 대표적인 가수 루이 암스트롱이 뉴올리언스 출신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여간 뉴올리언스, 특히 프렌취쿼터는 어디를 가도 재즈가 흘러나왔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나는 전설적인 미시시피강을 보지 않고 뉴올리언스를 떠날 수가 없었다. 그림에서나 보던, 커다란 바퀴가 뒤에 달린 구식 유람선을 타고 미시시피강을 오르내리며 반나절을 보냈는데 강물은 흙탕물이고 강변에는 나의 눈길을 끄는 풍물이 별로 없었지만 나는 이 강에 얽힌 미국 개척사를 회상하며 감개가 무량했다. 더욱이 미시시피강을 무대로 쓰여진 마크 트웨인 소설의 등장 인물들이 내 눈 앞에서 어른거리는 듯한 환상에 빠지기도 했다.
초생달처럼 생겼다 하여 크레슨트 씨티(Crescent City)라는 별명으로 불리 우는 뉴올리언스는 한마디로 이색적인 도시다. 이 도시의 모토도 특이하다. ‘Laissez les bon temps’ (Let the good times roll).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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