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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의 시간

소설가 김외숙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Apr 28 2022 03:15 PM


최근에 속성으로 막걸리를 만들 기회가 있었다. 막걸리 만드는데 필요한 준비된 재료를 물과 섞어 24시간 기다리기만 하면 술이 되는, 초간편 막걸리 만들기 방법이었다. 하라는 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24시간 만에 술이 된다는 거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24시간이라는 그 숫자는 좀 미심쩍었다. 막걸리는 발효 술이고 발효엔 시간이 필요한데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술이 익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내 궁금증이었다. 
믿음이 가지 않던 이유는 막걸리에 대해서라면 나도 문외한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내 인생의 첫 기억은 양조장에서부터였다. 유년을 양조장에서 그리고 학창시절에도 방학이면 양조장이던 내 집에서의 기억이 대부분이다. 눈만 뜨면 양조장 뜰에서, 누룩을 저장하던 국실에서, 가끔은 바로 눈앞의 사람도 볼 수 없던 깜깜하던 발효실에서 아버지 몰래 숨바꼭질을 한 기억들이다. 쌀 몇 말 정도 한 번에 고두밥을 짓던 큰 솥과, 딱딱한 둥근 빵 같던 누룩, 그 누룩을 빻던 기계, 나 같은 조무래기 네댓 명은 너끈히 들어갈 것 같던 술독, 수많은 술독이 있던 발효실과 누룩 저장소 국실, 자전거 양쪽에다 술통을 매달아 배달을 나서던 일꾼들, 양조장에 드나들던 수많은 사람들. 아버지가 일하시던 사무실, 짓는 일 없이 문 앞에 앉아 오가던 사람들을 바라보기만 하던 긴 하얀 털의 순하던 개 하찌.
그러니까 내 유년과 학창시절의 기억 중 많은 부분이 양조장 울타리 안에서 있었던 일이므로 그래서 나는 막걸리, 적어도 발효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다. 그 뿐인가? 비록 지금은 거의 입에 대지 않지만 어렸을 때 술에다 단 것을 넣어 부추기던 오빠 때문에 겁 없이 마시고 취한 적도 있으니 막걸리 맛에 대해서도 모른다 할 수 없다. 

고두밥을 식혀 약간 꾸덕해 질 때 기계로 잘게 부순 누룩과 섞고 그 섞은 것을 술독에다 넣고 일정량의 물을 부어 발효실 어둠 속에다 며칠간 두었다. 발효실은 늘 훈훈했다.
‘왜 어두운 데다 둬요, 아버지?’
호기심 많던 나는 고두밥과 누룩과 물을 혼합한 것을 바로 눈앞에, 사람이 있어도 알아보지 못할 어둠 속에다 며칠씩 두는 이유가 궁금했다. 늘어선 술독 속에선 마시지 않았음에도 어질어질하게 하던 술 냄새가 하얀 고두밥과 함께 보글보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둔데 둬야 잘 발효해서 맛 좋은 술이 된다.’
따뜻한 어둠 속에다 일정 기간 두면 누룩과 어우러진 고두밥이 삭았다. 그 과정까지가 며칠 걸리던지는 알지 못하지만 분명 발효의 시간이었다. 이처럼 막걸리라는, 전혀 다른 성분의 맛을 내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어둠과 적당한 온도가 필요했는데 속성 막걸리 주의사항에는 발효하면서 넘칠 우려가 있으므로 통 뚜껑을 닫지 말라고 했을 뿐 어둠에 두라는 지시도 없었다. 지시대로 뚜껑을 연 통을 밝은 부엌 싱크대 가까이에 두고 오가며 들여다보았다. 
드디어 24시간 만에 정말 술인가 하여 코를 가까이 갖다 대는데 꽤 강한 술 냄새와 함께 오래전에 아버지가 하신 말이 떠올랐다. 
‘냄새 맡으면 딸기코 된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보글보글 살아 숨 쉬는 것 같던 그 술독을 몰래 들여다볼라치면 아버지는 딸기코로 겁을 주며 발효실에 들락거리는 일을 못하게 하셨다. 아마도 어둠과 침묵 속에서 술이 익어가던 그 진지하던 시간을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아버지에게 발효는 서로 다른 물질이 서로 어우러져 낼, 깊은 맛을 위한 엄숙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나의 성질이 다른 성질을 만나 새로운 성질로 변화하는 것이 어디 술뿐일까? 사람도 사람들을 만나면서 좋은 쪽으로든 그렇지 않은 쪽으로든 변화하지 않는가? 상대편을 자기 자신이듯 알기까지 알맞은 온도 같은 따뜻한 마음의 교류가 필요할 것이며, 때로는 서로 다름  앞에서 갈등하기도 하는 어둠의 시간이 있을 것이며, 어두움을 삭일 이해와 공감의 깊은 적요의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따뜻하면서도 어두운 고요 속에서 서로의 모난 성정은 다듬고 삭이며 새로운 깊은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제법 술 냄새는 나지만 속성으로 만든 막걸리를 믿지 못하는 것은 어둠 속에서의 발효의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고두밥과 누룩과 물이 적당한 온도, 깊은 어둠 속에서 며칠간 발효하며 딸기코를 만들 술 향을 뿜던 그 옛날의 방식이 내 기억 깊이 강렬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곧 고두밥을 삭히던 그 시간에의 그리움일 것이었다, 막걸리 향보다 진한 이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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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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