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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철학하지 않는다
권천학 | 시인·한국시조진흥회부이사장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May 03 2022 01:14 PM
금년 초 체코에서 백신 반대론자의 한 사람인 가수 호르카가 고의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시 체코정부는 ‘백신패스’정책을 실시 중이었다. 한국에서도 실시했었는데 불평을 많이 들었다. ‘백신패스’는 백신접종을 받았거나,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된 사람에 한해서 발급해주는 출입허가증다. ‘백신패스’가 없으면 극장, 사우나, 헬스장, 미용실, 콘서트 등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의 출입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호르카는 백신접종보다는 코로나-19에 걸리기를 자원(自願)했다. 자유로움을 원했던 것이다. 백신접종 거부를 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그의 가족 중엔 백신접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에 걸렸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원해서 코로나에 걸린 그는 숨지기 하루 전만 해도 자신의 SNS를 통하여 ‘회복 중’, 이젠 콘서트나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고, 사망 당일에도 기분이 좋다고 하면서 ‘산책 나갈 준비를 해야겠다’고까지 했는데, 갑작스럽게 허리통증이 시작되어 침대에 눕고, 통증을 호소한지 10분 만에 숨졌다고 한다.
참 황당한 일이다. 그 황당 황망 중에도 그의 아들 렉은 코로나 대처 방법에 대한 “어머니의 철학은 백신접종을 받기보다는 차라리 코로나에 걸려서 이겨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백신접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감정적인 문제라서 어머니와 논의할 수 없었다’고 했다. 다만, ‘어머니의 사례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받도록 설득되기를 희망한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어머니처럼 백신접종을 피하지 말라는 의미다.
백신접종의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증상으로 곳곳에서 겪고 있다. 그러나 접종자와 비접종자의 비율로 분석한 퍼센테이지로 보면 아주 적다. 대개의 나쁜 일이 그렇듯이 백신후유증의 퍼센테이지가 적다고 하더라도 당하는 그 사람에게는 100퍼센트가 된다. 그렇다면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확실하게 자신에게 맞지 않거나 위험신호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 주변에도 더러 백신접종을 피하는 경우가 있다. 마스크 착용도 그렇다. 전후좌후 살피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명분이나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호르카의 아들의 말대로 어머니의 철학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철학이나 소신으로 병균과 대적하여 싸우는 것은 무모한 일이 되기 쉽다. 바이러스는 철학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철학대신 면역력이나 건강상태로 대적할 수밖에 없다.
신체의 타고난 체질과 조건 등의 원인들로 하여 어떤 사람은 강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약할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별로 조심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 안 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늘 조심하는데도 어쩌다보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두세 번 걸려도 괜찮은 사람이 있고 어쩌다 한 번 걸렸는데 죽은 사람도 있다.
백신접종보다는 직접 걸리겠다? 용감한 건지 무모한건지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어찌 됐든 우리의 목숨은 하나뿐이고, 매우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소홀히 생각하거나 사소한 흔들림에 빠져들지 말아야한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위해 최선의 방어를 강구할 일이라는 점을 강권한다.
최근에 마스크 착용이 어느 정도 해제되고 외출이 다소 자유로워진 이후에 나오는 온타리오 주의 보도들을 보더라도 들쭉날쭉 불안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불안정함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내려가는 듯하다가 이삼일 후가 지나면서 확진자 숫자가 올라가는 추세이다. 거기에 사망자 수도 올라간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역이 다르다고 해도 코로나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규제를 푼다고 하더라도 개개인의 위생과 신체건강에 달려있다.
답은 곧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다소 미덥지 않더라도 개발된 약이나 철저한 생활환경이나 방역수칙을 지켜서 방어전선을 확고히 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그런 일들이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목숨이 위협받거나 목숨을 대가로 치러야하는 일보다는 낫지 않은가.
일을 당하고 나서 후회한다면 호르카처럼 되고 그의 아들 렉처럼 황당황망함 속에서 어머니를 잃어야하는 아픔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Why me? 라고 한다면 Why not you?라는 대답이 언제나 마련되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바이러스는 결코 철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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