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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사에 희망을 건다

권천학(시인·한국시조진흥회부이사장)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May 26 2022 11:12 AM


취임.jpg

윤석열(사진) 20대 대통령이 취임한 지 2주가 지났다. 우여곡절 끝의 당선은 그야말로 신승(辛勝)이었다. 그동안의 과정이 말 그대로 파란만장, 야합과 혼란과 상식선 아래로 내려가는 난장판에 가까운 정치현실에서 치러졌고, 그런 현상은 당선 이후에도 극렬하게 드러나고 있다.

 

비록 여소야대의 모습이 되긴 했지만 ‘국민의힘’이 여당이 되었다. 여당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결코 순탄치 못하리라는 것은 온 국민이 예상하는 일이다. 이제는 ‘국민의힘’ 당에 기댈 일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순탄치 못한 현실정치를 개선해나가도록 지혜로워져야 한다.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있게 취임사를 기다렸다.
드디어 취임사가 발표되는 순간, 조바심이 일던 가슴 한 구석에서 희망이 솟는 것을 느꼈다.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제발 그대로만 된다면! 이루어낼 수 있을까? 하면서도 그럼 그렇지, 그래야지, 하는 의구심 반, 끄덕임 반으로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그 사이 취임식장에 초대받아 참석한 한 사람이 취임사가 발표되는 동안에 하늘에 뜬 무지개를 찍어 ‘자유!’라는 말과 함께 SNS로 보내는 즉석 송신(送信)도 이루어졌다. 잠시 신기하다는 생각도 스쳤다. 

총 2,624자에 816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취임사는 17분 정도 소요되었다. 그동안의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가 25~30분 정도가 소요된 것에 비하면 짧다. 가장 짧지만 가장 무거웠다. 많은 의미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논리며 비전이며 미래의 설계 등등, 뜻밖이었다. 

워딩이 분해되었다. ‘국민’ ‘시민’이 각각15회, ‘연대’가 6회, ‘세계’가 13회, ‘국제’가 9회, ‘위기’가 8회, ‘평화’가 12회, ‘나라’가 14회, ‘민주’가 8회, ‘자유’가 35회, ‘북한’과 ‘성장’이 각각 5회, 인권 4회, ‘책임’ 3회의 단어들이 나온다. 거론된 단어들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35회 거론된 자유다. 이렇게 ‘자유’가 두드러진 것 자체가 그간의 정책에서 자유를 갈망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취임사 자체가 단순히 대통령의 의지나 국민의 여망을 담아낸 레토릭이 아니었다. 단단한 각오를 비장하게 담고 있는 도전장이었다. 문장문법으로도 어색하지 않고, 흠이 없는 중후한 문장이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희망이 생겼다. 

일각에서는 ‘통합’이나 ‘소통’이란 말을 한 마디도 거론하지 않았다는 비난과 학문적 학술이론을 들먹여가며 논리에 맞지 않다며 대통령의 무식함을 주장하는 비평을 쏟아내었다. 
모모하는 정치인들과 반대진영에서 쓴 소리들이 퍼붓는 중에 한 노련한 정치인은 ‘무슨 논문발표 같았다’고 비아냥대는가하면 비교적 뷰어들이 많은 유튜버들도 학문적 이론에 맞지 않는다거나 현실과 맞지 않는 논리라는 비평들을 복사해가며 퍼트렸다. 
찬반으로 나누어지는 것은 으레 있는 일, 특히 이번은 더욱 극심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긴 하다.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이 직접 쓰지 않았을 거다. 누가 써주었는가 하는 질문은 지나친 모욕이다. 
나의 생각을 다르다. ‘논문 같았다’는 비아냥은 자신의 국문학실력 부족과 사고(思考)의 편협함을 드러내는 처사이고, 전문학술이론이나 용어를 들먹여가며 논리에 맞지 않다고 하는 주장은 자신의 지식자랑을 하는 것에 더하여, 현재상황의 경제, 정치, 사회의 판세(判勢)나 판도(版圖)를 고려하지 못하는 행위일 뿐이다. 
지금 대통령은 학술이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학문적 이론에서 한 걸음 더 나간 정치 행위이다. 정치적 상황이 끝난 다음에 비평할 일이지 정치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학술적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평하거나, 그러므로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는 것은 정치의 실체를 모르거나 이면(裏面)을 읽어내지 못하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혼란한 현실정치판 앞에서 어떻게 정치병폐, 사회병폐를 다스려가며 나빠진 경제 환경개선을 할 것인가 하는 막중한 책무를 타개해나가기 위한 의지와 각오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치다.   
굳이 ‘통합’ ‘소통’이란 말을 넣지 않은 것은 그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에 잘 나타난다고 본다. 그 대답조차 물 타기이며 무식한 증거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행간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섣부른 비평, 그야말로 매도(罵倒)행위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이루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그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분명 정신적, 지성적 선진국의 국민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믿고 밀어주는 지혜로운 국민이 되어야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취임사에 희망을 건다. 

1권천학2017_3.jpg

권천학(시인·한국시조진흥회부이사장)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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